일상에서 과학을 흥미롭게 녹여내는 글을 쓰기란, 작고 단순한 작업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언가 약간의 지속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과학퀴즈 만들기나 과학잡지 만들기처럼 ‘나만의 프로젝트’를 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는 일상의 이야기를 수많은 글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며 살고 있다. 신문, 잡지, 학급 친구들과 나누는 쪽지 편지, 인터넷상의 수많은 글과 댓글들, 나만의 블로그…. 이처럼 많은 이야기와 글쓰기의 틀 그대로를 우리는 과학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형식적인 보고서나 논문 형태가 아닌,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듯이 과학 글쓰기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좋은 글쓰기의 방법인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想量)은 과학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과학이라는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더해진다면 과학 글쓰기는 더 이상 어렵거나 지루한 과제가 아닐 것이다.
일상에서 찾는 과학 글쓰기
과학 현상을 논리적으로 질서 정연하게 풀어나가는 진지한 작업만이 과학 글쓰기일까. 자기표현이 필수적인 현대 사회에서 말하기와 글쓰기는 우리 삶과 분리할 수 없는 일상 그 자체다. 흥미로운 과학 내용을 나만의 개성이 넘치는 틀 속에 매력 있게 담아내는 것. 과학 글쓰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우리에게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일상에서 과학을 흥미롭게 녹여내는 글을 쓰기란, 작고 단순한 작업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언가 약간의 지속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나만의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는 건 어떨까. 주제나 형식은 얼마든지 다양하다. 학습과 독서로 얻은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크로스워드 퍼즐 만들기,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과학소설 쓰기, 주변의 동식물을 관찰해 미니 책 제작, 개성만점인 나만의 사이언스 블로그 운영처럼 마음먹기에 따라 글쓰기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관심과 호기심, 눈높이에 맞는 과학을 그 안에 담아내기만 하면 된다.
크로스워드 퍼즐로 과학 용어 정리하기
일반적으로 우리는 알고 있는 내용이나 지식을 과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쓰지만, 거꾸로 무언가를 알고 배우기 위해 글을 쓸 수도 있다. 과학 지식을 활용한 크로스워드 퍼즐 만들기는 가장 쉽고 대표적인 예다.과학을 어렵게 하는 여러 장애물 중 하나는 어려운 개념이나 용어다. 물질대사, 생장과 분열, 유전자와 형질발현, 운동과 에너지 같은 과학 용어와 개념을 이용해 크로스워드 퍼즐을 만들어보자.
과학 내용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추출해내고, 이것에 대한 정의, 다른 개념과의 상호관계를 찾아 나가는 논리적 작업을 거친다. 핵심이 되는 중요 개념을 한두 줄의 명료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 크로스워드 퍼즐은 생명력을 얻는다. 이와 같은 크로스워드 퍼즐 만들기는 과학의 핵심 개념을 직접적으로 다루며, 그 의미를 명쾌하게 정리해 나가는 짧은 글쓰기의 학습법이 될 수 있다. 교과서를 소재로, 혹은 관심 있는 책을 읽고 나서 매 단원별로 한두 가지씩의 크로스워드 퍼즐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두툼한 퍼즐 책이 완성될 것이다. 퍼즐 책 만들기는 핵심 개념의 추출, 과학 용어에 대한 명료한 정리, 요약 글쓰기의 좋은 연습 방법인 동시에 즐겁게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CSI’ 못지 않은 과학소설 써볼까
크로스워드 퍼즐 만들기가 논리적 기억과 학습의 과정이라면, 과학소설 쓰기를 통해서는 좀 더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소설 쓰기를 통해서는 비교적 긴 호흡의 문장들을 써보고 과학적 사실과 상상의 세계를 접목시켜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하소설의 작가들이 픽션 속에 리얼리티를 담아내기 위해 수많은 사서(史書)를 탐독하고, 역사 속 진실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소설을 집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과학의 역사, 과학 지식과 원리 등을 바탕으로 과학소설을 써보자. 알고 있는 여러 가지 과학 현상이나 원리를 소재로 추리 소설을 쓰거나, 첨단 과학 기술 내용을 바탕으로 미래 소설을 써도 좋을 것이다. 평소에 과학소설을 즐겨본 학생이라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혈액 순환의 원리를 밝혀낸 영국 왕실의 주치의 윌리엄 하비, 행성의 공전주기와 공전 반지름의 관계를 알아낸 요하네스 케플러, DNA의 구조를 밝혀낸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 과학사를 장식한 수많은 소재들로 소설은 풍성해질 것이다. ‘CSI 과학수사대’보다 더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과학소설을 쓰는 작가도 꿈꿀 수 있다.또 과학 지식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동시에 상상하는 지적 유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다만 소설을 매력 있게 만들고 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지식이 반드시 적재적소에 논리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야 함을 잊지 말자.
탐구 내용 공유하는 과학 블로그
또 다른 글쓰기 활동으로 교내 동아리 활동을 통해 과학 신문이나 잡지를 만들어보는 방법이 있다. 여럿이 모이는 활동이 부담스럽다면 개인적으로 자신만의 과학 블로그를 만들 수도 있다. 관심 있는 테마를 정해 쉬운 내용부터 한 편씩 글을 써보자.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과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실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쓰기 실력도 조금씩 키워나갈 수 있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꽃, 나무, 벌레 등 주변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도되는 과학 내용을 심층적으로 알아보자. 또 부엌의 재료들을 이용해서 직접 과학 실험에 도전해보면서 관심 있는 주제를 여러 방법으로 탐구해 보자. 글과 함께 사진도 찍어 올리면 마치 취미생활처럼 과학 글쓰기를 즐길 수 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만의 콘텐츠는 덤으로 따라오는 선물이다. 교과서에서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과학 내용을 따라가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싶은 과학 내용을 주도적으로 탐구해 나가며 그 결과를 글쓰기를 통해 정리하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글쓰기. 이는 단순한 글쓰기라기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학습에 가깝다.
학교 동아리에서 과학 잡지 만들기
개인적인 글쓰기에 비해 팀 단위의 글쓰기 활동은 체험의 폭이 훨씬 더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이때에는 과학 신문이나 과학 잡지 같은 좀 더 규모 있는 글쓰기에 도전할 수 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를 구성하고, CA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월 또는 격월 단위로 신문을 내거나, 연간 2회 정도로 과학 잡지를 발간하는 계획을 짜보자. 신문이나 잡지는 종이 책자로 만들 수도 있고, 웹진의 형태로 제작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구성원들은 학교를 대표하는 과학 잡지나 신문의 기자라는 대표성을 갖게 된다. 학생 기자라는 공식적인 직책으로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볼 수 있으며, 독자층인 인근 지역 학생들을 대표해서 과학 관련 취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실험이나 관찰 기사, 과학 시사 기사, 인물 인터뷰 기사뿐만 아니라 퍼즐이나 과학소설 연재 등 다양한 장르의 글들을 잡지라는 틀 안에 자유롭게 담아내도록 한다.
학습으로 확장되는 글쓰기 활동
과학 글쓰기는 이렇게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할수록 더 즐겁게 다가올 것이다. 단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어떤 형태의 글을 쓰더라도 독자를 염두에 둔 글을 쓰고 공유해야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독자는 가족, 친구, 선생님, 그 누가 돼도 좋다. 독자를 대상으로한 글쓰기는 혼자 쓰는 글쓰기에 비해 훨씬 엄격한 내용적, 논리적 잣대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독자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글로 다가가려면 글 쓰는 사람은 몇 배로 노력해야 한다.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쓸 수 있어야 하고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지식 수준, 표현 방법을 달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라면 예를 들기도 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기도 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글의 흐름, 명료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내용이 전달 효과를 결정한다. 독자를 대상으로 한 과학 글쓰기는 필연적으로 글 쓰는 이의 과학 지식과 개념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줄 수 있다.
‘아하! 사이언스’ 과학잡지 프로젝트
실제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돼 과학잡지를 창간한 예를 한번 살펴보자. 필자가 2009년 지도한 안양서여자중의 과학 잡지부 ‘아하! 사이언스(Aha! Science)’ 사례다. 과학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문학 등에 다양한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교내 동아리에 자원해 과학잡지 창간에 참여했다. 잡지 제작 과정에서 당시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와 관련해 백신 연구를 하는 연세대 교수를 인터뷰하기도 하고, 서울대 과학전공 대학생들을 학교로 초청해 과학에 대한 관심, 흥미, 학습 방법을 주제로 대담을 갖기도 했다. 또 평소 관심 있던 과학 실험을 직접 해보고 그 과정과 결과를 상세히 소개했으며, 학교 주변의 꽃과 나무를 새롭게 조명해봤다.
이와 같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학생 기자들은 수많은 실험 관련 책과 동식물 도감을 뒤적이고, 과학관을 직접 방문하고, 여러 과학동호회의 도움을 받았다. 과학책 읽기, 전시물 관람, 웹 서핑, 과학 관련 인물과의 만남, 실험 및 관찰 탐구, 연재소설 쓰기, 과학 만화 그리기, 각종 기사 쓰기와 같은 활동이 과학잡지 제작이라는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더 큰 틀의 과학 학습 체계를 자연스럽게 형성했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즐겁게 활동하고 배워가면서 과학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었고, 지속적인 과학 기자 활동을 통해 일상에서 무심히 흘려버리던 과학 현상을 포착해내는 안목을 키웠다. 학교를 대표하는 잡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한 개인으로서는 만나기 어려운사회 여러 분야의 인물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고, 과학적 논리, 근거, 설득력을 지닌 글쓰기 실력을 배양할 수 있었으며, 과학잡지라는 구체적 산물을 자신만의 자산으로 가질수 있게 됐다.
과학을 실질적으로 체험하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과학 학습과 글쓰기를 추천할 만하다.특히 창의 인성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각 개인의 의미 있는 학습 활동에 가치가 부여되는 입시제도에도 부합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일상의 과학 글쓰기 활동은 일상의 소재를 과학으로 끌어오고 일상의 호기심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준다. 이는 딱딱하고 지루한 과학 글쓰기를 벗어난, 즐거운 글쓰기 활동이다. 생생한 삶의 느낌과 글쓴이의 개성, 창의력이 그 안에 살아 있다. 일상의 단편들이 차곡차곡 쌓여갈 때, 글 쓰는 이의 과학적 소양도 소리 없이 함께 쌓여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지금 바로 펜을 들고 주위를 살펴보자.
우리는 일상의 이야기를 수많은 글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며 살고 있다. 신문, 잡지, 학급 친구들과 나누는 쪽지 편지, 인터넷상의 수많은 글과 댓글들, 나만의 블로그…. 이처럼 많은 이야기와 글쓰기의 틀 그대로를 우리는 과학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형식적인 보고서나 논문 형태가 아닌,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듯이 과학 글쓰기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좋은 글쓰기의 방법인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想量)은 과학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과학이라는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더해진다면 과학 글쓰기는 더 이상 어렵거나 지루한 과제가 아닐 것이다.
일상에서 찾는 과학 글쓰기
과학 현상을 논리적으로 질서 정연하게 풀어나가는 진지한 작업만이 과학 글쓰기일까. 자기표현이 필수적인 현대 사회에서 말하기와 글쓰기는 우리 삶과 분리할 수 없는 일상 그 자체다. 흥미로운 과학 내용을 나만의 개성이 넘치는 틀 속에 매력 있게 담아내는 것. 과학 글쓰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우리에게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일상에서 과학을 흥미롭게 녹여내는 글을 쓰기란, 작고 단순한 작업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언가 약간의 지속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나만의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는 건 어떨까. 주제나 형식은 얼마든지 다양하다. 학습과 독서로 얻은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크로스워드 퍼즐 만들기,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과학소설 쓰기, 주변의 동식물을 관찰해 미니 책 제작, 개성만점인 나만의 사이언스 블로그 운영처럼 마음먹기에 따라 글쓰기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관심과 호기심, 눈높이에 맞는 과학을 그 안에 담아내기만 하면 된다.
크로스워드 퍼즐로 과학 용어 정리하기
일반적으로 우리는 알고 있는 내용이나 지식을 과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쓰지만, 거꾸로 무언가를 알고 배우기 위해 글을 쓸 수도 있다. 과학 지식을 활용한 크로스워드 퍼즐 만들기는 가장 쉽고 대표적인 예다.과학을 어렵게 하는 여러 장애물 중 하나는 어려운 개념이나 용어다. 물질대사, 생장과 분열, 유전자와 형질발현, 운동과 에너지 같은 과학 용어와 개념을 이용해 크로스워드 퍼즐을 만들어보자.
과학 내용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추출해내고, 이것에 대한 정의, 다른 개념과의 상호관계를 찾아 나가는 논리적 작업을 거친다. 핵심이 되는 중요 개념을 한두 줄의 명료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 크로스워드 퍼즐은 생명력을 얻는다. 이와 같은 크로스워드 퍼즐 만들기는 과학의 핵심 개념을 직접적으로 다루며, 그 의미를 명쾌하게 정리해 나가는 짧은 글쓰기의 학습법이 될 수 있다. 교과서를 소재로, 혹은 관심 있는 책을 읽고 나서 매 단원별로 한두 가지씩의 크로스워드 퍼즐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두툼한 퍼즐 책이 완성될 것이다. 퍼즐 책 만들기는 핵심 개념의 추출, 과학 용어에 대한 명료한 정리, 요약 글쓰기의 좋은 연습 방법인 동시에 즐겁게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CSI’ 못지 않은 과학소설 써볼까
크로스워드 퍼즐 만들기가 논리적 기억과 학습의 과정이라면, 과학소설 쓰기를 통해서는 좀 더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소설 쓰기를 통해서는 비교적 긴 호흡의 문장들을 써보고 과학적 사실과 상상의 세계를 접목시켜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하소설의 작가들이 픽션 속에 리얼리티를 담아내기 위해 수많은 사서(史書)를 탐독하고, 역사 속 진실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소설을 집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과학의 역사, 과학 지식과 원리 등을 바탕으로 과학소설을 써보자. 알고 있는 여러 가지 과학 현상이나 원리를 소재로 추리 소설을 쓰거나, 첨단 과학 기술 내용을 바탕으로 미래 소설을 써도 좋을 것이다. 평소에 과학소설을 즐겨본 학생이라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혈액 순환의 원리를 밝혀낸 영국 왕실의 주치의 윌리엄 하비, 행성의 공전주기와 공전 반지름의 관계를 알아낸 요하네스 케플러, DNA의 구조를 밝혀낸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 과학사를 장식한 수많은 소재들로 소설은 풍성해질 것이다. ‘CSI 과학수사대’보다 더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과학소설을 쓰는 작가도 꿈꿀 수 있다.또 과학 지식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동시에 상상하는 지적 유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다만 소설을 매력 있게 만들고 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지식이 반드시 적재적소에 논리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야 함을 잊지 말자.
탐구 내용 공유하는 과학 블로그
또 다른 글쓰기 활동으로 교내 동아리 활동을 통해 과학 신문이나 잡지를 만들어보는 방법이 있다. 여럿이 모이는 활동이 부담스럽다면 개인적으로 자신만의 과학 블로그를 만들 수도 있다. 관심 있는 테마를 정해 쉬운 내용부터 한 편씩 글을 써보자.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과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실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쓰기 실력도 조금씩 키워나갈 수 있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꽃, 나무, 벌레 등 주변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도되는 과학 내용을 심층적으로 알아보자. 또 부엌의 재료들을 이용해서 직접 과학 실험에 도전해보면서 관심 있는 주제를 여러 방법으로 탐구해 보자. 글과 함께 사진도 찍어 올리면 마치 취미생활처럼 과학 글쓰기를 즐길 수 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만의 콘텐츠는 덤으로 따라오는 선물이다. 교과서에서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과학 내용을 따라가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싶은 과학 내용을 주도적으로 탐구해 나가며 그 결과를 글쓰기를 통해 정리하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글쓰기. 이는 단순한 글쓰기라기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학습에 가깝다.
학교 동아리에서 과학 잡지 만들기
개인적인 글쓰기에 비해 팀 단위의 글쓰기 활동은 체험의 폭이 훨씬 더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이때에는 과학 신문이나 과학 잡지 같은 좀 더 규모 있는 글쓰기에 도전할 수 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를 구성하고, CA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월 또는 격월 단위로 신문을 내거나, 연간 2회 정도로 과학 잡지를 발간하는 계획을 짜보자. 신문이나 잡지는 종이 책자로 만들 수도 있고, 웹진의 형태로 제작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구성원들은 학교를 대표하는 과학 잡지나 신문의 기자라는 대표성을 갖게 된다. 학생 기자라는 공식적인 직책으로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볼 수 있으며, 독자층인 인근 지역 학생들을 대표해서 과학 관련 취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실험이나 관찰 기사, 과학 시사 기사, 인물 인터뷰 기사뿐만 아니라 퍼즐이나 과학소설 연재 등 다양한 장르의 글들을 잡지라는 틀 안에 자유롭게 담아내도록 한다.
학습으로 확장되는 글쓰기 활동
과학 글쓰기는 이렇게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할수록 더 즐겁게 다가올 것이다. 단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어떤 형태의 글을 쓰더라도 독자를 염두에 둔 글을 쓰고 공유해야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독자는 가족, 친구, 선생님, 그 누가 돼도 좋다. 독자를 대상으로한 글쓰기는 혼자 쓰는 글쓰기에 비해 훨씬 엄격한 내용적, 논리적 잣대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독자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글로 다가가려면 글 쓰는 사람은 몇 배로 노력해야 한다.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쓸 수 있어야 하고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지식 수준, 표현 방법을 달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라면 예를 들기도 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기도 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글의 흐름, 명료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내용이 전달 효과를 결정한다. 독자를 대상으로 한 과학 글쓰기는 필연적으로 글 쓰는 이의 과학 지식과 개념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줄 수 있다.
‘아하! 사이언스’ 과학잡지 프로젝트
실제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돼 과학잡지를 창간한 예를 한번 살펴보자. 필자가 2009년 지도한 안양서여자중의 과학 잡지부 ‘아하! 사이언스(Aha! Science)’ 사례다. 과학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문학 등에 다양한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교내 동아리에 자원해 과학잡지 창간에 참여했다. 잡지 제작 과정에서 당시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와 관련해 백신 연구를 하는 연세대 교수를 인터뷰하기도 하고, 서울대 과학전공 대학생들을 학교로 초청해 과학에 대한 관심, 흥미, 학습 방법을 주제로 대담을 갖기도 했다. 또 평소 관심 있던 과학 실험을 직접 해보고 그 과정과 결과를 상세히 소개했으며, 학교 주변의 꽃과 나무를 새롭게 조명해봤다.
이와 같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학생 기자들은 수많은 실험 관련 책과 동식물 도감을 뒤적이고, 과학관을 직접 방문하고, 여러 과학동호회의 도움을 받았다. 과학책 읽기, 전시물 관람, 웹 서핑, 과학 관련 인물과의 만남, 실험 및 관찰 탐구, 연재소설 쓰기, 과학 만화 그리기, 각종 기사 쓰기와 같은 활동이 과학잡지 제작이라는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더 큰 틀의 과학 학습 체계를 자연스럽게 형성했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즐겁게 활동하고 배워가면서 과학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었고, 지속적인 과학 기자 활동을 통해 일상에서 무심히 흘려버리던 과학 현상을 포착해내는 안목을 키웠다. 학교를 대표하는 잡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한 개인으로서는 만나기 어려운사회 여러 분야의 인물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고, 과학적 논리, 근거, 설득력을 지닌 글쓰기 실력을 배양할 수 있었으며, 과학잡지라는 구체적 산물을 자신만의 자산으로 가질수 있게 됐다.
과학을 실질적으로 체험하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과학 학습과 글쓰기를 추천할 만하다.특히 창의 인성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각 개인의 의미 있는 학습 활동에 가치가 부여되는 입시제도에도 부합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일상의 과학 글쓰기 활동은 일상의 소재를 과학으로 끌어오고 일상의 호기심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준다. 이는 딱딱하고 지루한 과학 글쓰기를 벗어난, 즐거운 글쓰기 활동이다. 생생한 삶의 느낌과 글쓴이의 개성, 창의력이 그 안에 살아 있다. 일상의 단편들이 차곡차곡 쌓여갈 때, 글 쓰는 이의 과학적 소양도 소리 없이 함께 쌓여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지금 바로 펜을 들고 주위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