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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목적에 따른 글쓰기

틈틈이 메모하는 습관이 중요

① 용어와 개념은 정확하게 사용한다.
② 실험에서 주어진 내용을 최대한 활용해 가설을 세운다.
③ 실험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틈틈이 메모한다.


실험을 하면 왜 실험 보고서를 써야 할까. 학생 시절 실험을 할 때마다 마음속에 이런 질문을 품었다. 필자에게도 실험 보고서는 어렵고 귀찮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험 방법’, ‘실험 재료’, ‘실험 결과’, ‘결론’, ‘생각해볼 문제’처럼 일정한 양식이 정해져 있는 보고서는 쓰기가 수월한 편이었다. 탐구 주제를 스스로 찾아 가설을 설정하고 탐구 방법을 글로 서술하는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실험 과정을 따라 생각하고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공계인의 피할 수 없는 숙명 실험보고서,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글보다 수식에 익숙한 이공계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이런 고민의 답을 함께 찾아보자.

보고서 쓰면 개념 공부가 저절로

실험 보고서를 잘 쓰고 싶다면 실험 보고서를 왜 쓰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학생들은 종종 실험 보고서를 수행 평가 항목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평가를 받지 않는 과학자들 역시 실험 보고서를 쓴다. 과학자는 실험 보고서나 논문을 통해 자신의 연구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타당성을 검증받는다. 연구 주제나 가설을 설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연구의 가치를 알리고, 가설을 풀어나가는 실험 과정을 남들과 공유해 실험을 통해 얻은 결론이 타당하다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인정받는다. 따라서 실험 보고서에는 연구자의 생각 흐름과 실험 방법,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야 한다.

물론 학생이 실험 보고서를 쓰는 데는 이외에도 다른 목적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실험 보고서를 쓰는 동안 과학 개념을 확인하거나, 과학자들이 수행했던 실험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뒷쪽에 제시한 ‘효소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실험을 생각해 보자. 이 실험은 감자즙에 들어 있는 효소(카탈라아제)가 과산화수소를 분해할 때 pH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을 수행하고 보고서를 쓰는 동안 학생들은 실험의 가설이 무엇인지, 변인 통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조작변인, 종속변인은 각각 무엇인지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있다.

또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반응속도와 pH의 관계를 글로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업시간에 배웠던 효소의 작용 조건과 개념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실험 결과를 해석하면서 사례를 통해 효소의 작용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논리적인 가설을 세우는 게 관건

실험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과학 개념과 과학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배웠던 여러 개념을 실험 결과와 연관 지어 서술하되, 중의적인 표현이나 비유적인 표현은 삼가야 한다. 또 실험 결과를 해석할 때는 억지 개념을 끌어와 결론을 무리하게 도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다르더라도 나온 부분까지만 정확한 개념으로 설명한다.


실험 보고서에 제시된 내용이나 질문을 통해 실험의 내용을 유추해 내는 능력도 중요하다. 수업시간에 진행하는 실험은 대부분 실험 재료나 실험 방법이 미리 제시되고, 무엇을 분석하고 어떤 내용을 알아내야 하는지가 언급돼 있다. 따라서 주의 깊게 살펴보면 실험의 가설과 잠정적인 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서 나온 실험 보고서에는 ‘효소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알아보자’는 탐구 목적이 제시돼 있다. 또 보고서에 나타난 실험 방법을 참고하면 실험에서 조작된 조건과 주의 깊게 봐야 할 실험 결과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서 조작된 실험조건은 염산 용액과 수산화나트륨 용액의 농도, 즉 용액의 pH이고 결과적으로 거름종이가 떠오르는 시간이 달라진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하면 ‘용액의 pH가 변하면 효소의 작용이 달라질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가설은 보통 “만약 ○○한다면, △△할 것이다”와 같이 실험 조건과 예상되는 결과로 표현한다. 보고서를 쓸 때는 실험 조건과 결과가 무엇인지 나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어떻게 가설을 유추할 수 있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야 한다.

가설을 세우는 과정에서 조작변인과 종속변인은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실험에서 조작한 용액의 pH가 조작변인이고, 실험 결과에 해당하는 거름종이가 떠오르는 시간이 종속변인이다. 실험 보고서를 쓸 때는 조작변인, 종속변인뿐만 아니라 통제변인까지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 통제변인은 실험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건 중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변인을 의미한다. 앞의 실험에서는 용액의 pH 외에 온도나 카탈라아제의 농도는 일정하게 유지시켰는데, 이것들에 의해서도 실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보고서를 쓸 때 이러한 내용을 빠트려서는 안 된다.

실전! 나만의 주제로 보고서 쓰기 4단계

이제 남은 것은 형식이 주어지지 않은 실험 보고서를 쓰는 경우다. 이런 경우 본인이 직접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해야 하므로 많은 학생들이 막막해한다. ‘실험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도 고민인데 실험 보고서까지 써야 한다니’하고 말이다. 하지만 막상 실험 보고서를 쓰다 보면 이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무엇을 실험할 것인지, 또 왜 그런 실험을 하게 됐는지, 실험의 가설은 무엇인지와 함께 실험 과정에서 생긴 의문점을 글로 적으면 머릿속의 생각이 정리되면서 추가로 어떤 실험을 더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실험 주제를 정하는 과정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까지 실험 전 과정에서 글쓰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① 실험 주제 정하기

실험 주제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부분, 그중에서도 평소 궁금했던 주제를 정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의 생각을 메모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메모해둔 것들 중에서 실험이나 관찰 조사를 해볼 만한 주제를 뽑아 다듬는다. 이때 주제를 선정한 이유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을 적어두면, 이후 실험 보고서를 작성할 때 실험의 필요성과 이론적 배경을 알차게 적을 수 있다. 다음은 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실험 주제를 선정할 때 적어둔 메모다.


이 학생은 쿠키를 굽는 동안 생긴 의문점을 나열하고, 그 의문이 생긴 배경과 쿠키가 단단해지는 데 영향을 주는 조건을 메모했다. 또 밀가루 반죽의 탄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정리함으로써 결국 물의 양에 따라 쿠키 반죽의 탄성이 달라질 것이라는 실험 주제와 가설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다. 머릿속에 맴도는 다양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된 셈이다.

②실험 과정 설계하기

실험 주제를 정했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때도 역시 문제를 해결할 대략적인 방법을 글로 적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글로 적어놓고 보면 어떤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봐야 할지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물의 양에 따라 쿠키 반죽의 탄성이 달라질 것’이라는 가설을 설정한 학생은 실험 방법을 정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메모를 했다.


메모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학생은 실험 방법을 글로 적는 과정에서 실험을 진행할 때 탄성 정도(또는 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실험 결과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깨닫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때 고민 내용과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조사해서 적어두면 실험 보고서를 쓸 때 많은 도움이 된다.

③실험 결과 분석하기

실험 결과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표나 그래프, 그림을 이용해 정리하면 편리하다. 독립변인과 종속변인에 따라 표가 적합할 때가 있고, 그래프나 도표로 나타내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물의 양에 따라 쿠키 반죽의 탄성이 달라질까’하는 가설을 실험한 학생은 다음과 같이 실험 데이터를 정리했다.


이와 같이 변인을 조작할 때 조작변인(물의 양)에 따른 종속변인(탄성 정도, 강도)이 불연속적일 때는 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만약 조작변인이 연속적일 때 그 결과가 연속적인 수치이거나, 결과 값이 서로 연관성이 있다면 그래프로 표현하는 것이 한눈에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어 좋다. 탐구 결과를 정리한 뒤에는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석한다. 예를 들어 이 학생은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결과를 분석했다.


이처럼 결과를 분석할 때는 종속변인의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적은 뒤 결과가 자신의 가설이나 예상 결과와 일치하는지, 일치하지 않는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메모한다. 또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할 만한 문헌이나 실험 내용을 찾아 내용을 보강하면 결론의 타당성을 높일 수 있다.

④실험 보고서 완성하기

실험 보고서를 쓸 때는 실험 과정에서 메모했던 내용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왜 그와같은 실험을 진행하게 됐는지, 어떤 방법으로 실험했는지, 어떻게 결론을 도출했는지를 논리적 추론 과정이 잘 드러나도록 써야 한다. 실험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실험 동기, 실험 주제 설정, 이론적 배경, 실험 방법, 실험 결과, 결과 논의 및 결론으로 구성된다.

실험 동기로는 실험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적는다. 특히 실험 주제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 계기를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전에 작성해둔 메모가 글의 개요 역할을 할 수 있다.이론적 배경은 실험을 하기 전에 미리 알아야 하거나, 실험 방법을 설정하는 데 이론적 근거가 됐던 지식을 순차적으로 적는다. 정확한 과학적 언어로, 배경 지식과 실험 방법을 연관 지어 서술한다.

실험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결과 분석과 결론, 그리고 이후 논의할 사항일 것이다. 먼저 실험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밝히고, 실험 결과가 실험을 설계할 때 설정했던 가설을 지지하는지 적는다. 그 다음 각각의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과학 개념을 사용해 해석하고, 결과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을 논리적으로 적어야 한다. 실험 과정에서 빠트렸거나 추가 실험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하면 좀 더 풍부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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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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