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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있는 타란툴라, 길이 4m 보아 뱀, 애완동물로 어떠세요

#1 징그러운 거미와 지네도 길들이면 ‘내 식구’

오늘 사회를 맡은 강아지, 나비넥타이를 고쳐 매고 무대에 오른다.

사회자 : 드디어 ‘이색 애완동물 선발대회’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색 애완동물이라면 최근까지 야생에서 살았던 종임에도 불구하고 성질이 온순해서 사람 손에 길들이기가 쉽고 흔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물론 주인의 목숨을 위협해서도 안 되겠죠. 특이한 동물들이 많이 참가했는데요. 첫 번째 참가자는 털이 무성한 긴 다리를 자랑하는 동물, 세상에서 가장 큰 거미입니다.

관객석의 동물들 : (손뼉 치며 환호한다) 와아~.

긴 다리에 털이 북슬북슬하게 난 커다란 거미 한 마리가 성큼성큼 무대에 오른다.

타란툴라 : 나는 ‘새를 잡아먹는 거미’로 유명한 타란툴라다. 거미줄에 걸린 작은 곤충들만 잡아먹는 애송이들과는 달라. 나는 먹이(흰쥐)를 주면 직접 덮쳐서 사냥하지. 먹이에 이빨을 꽂고 신경 독을 넣어 마비시킨 다음, 녹여서 쭉쭉 빨아먹는다. 나만큼 식습관이 깨끗한 애완동물도 없을 걸?

다른 동물들 : (징그러움에 치를 떨며) 우우~.

사회자 : 애완동물에게 독이 있다는 점이 자랑은 아닐 텐데요?

타란툴라 : 에헴, 이 몸에서 나오는 독이 사냥할 땐 최고의 무기지만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지 않다고. 물론 벌에 쏘이기만 해도 심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경우처럼 내 독에 특이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체질이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안전해. 무시무시하면서도 안전하고 귀여우니 최고의 애완동물 아니겠어? 게다가 이 여덟개의 섹시한 다리를 보라고!

다른 동물들 : (야유하며) 우우~.

사회자 : 그럼 두 번째 참가자 모십니다. 나와 주세요!

지네 : 쳇, 그게 무슨 매력적인 다리야. 동물들 다리란 게 뻔하지. 2개 아니면 4개, 6개 아니면 8개, 많아야 10개. 우리 지네를 보라고. 얼마나 많은지 제 다리 개수 세다가 숨이 넘어간 지네도 있다니까.

사회자 : 오~, 정말 다리가 많군요. ‘100개의 발’이라는 뜻에서 센티페드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다 있었군요. 오늘 이 자리에는 참가를 못했지만 ‘1000개의 발’이라는 이름의 밀리페드(노래기)도 애완동물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지네 : 우리는 귀뚜라미와 밀웜(딱정벌레의 유충)을 먹고 밀리페드는 배추와 상추 같은 채소를 먹어. 작은 수조에서 키울 수 있지. 그래서 달팽이 키우기랑 비슷해 편하다고 해.

#2 두 발로 뛰는 쥐 저빌, 하늘을 나는‘ 햄스터’

사회자 : 하지만 지네나 노래기도 타란툴라만큼이나 생김새가 괴기하죠. 징그러운 게 자랑은 아닙니다. 이번에는 귀여움으로 승부한다는 동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빌, 나와 주세요!

저빌(모래사막 쥐)이 등장하자, 관객들이 웅성거린다.

타란툴라 : 뭐야, 머리부터 꼬리까지 쥐랑 똑같이 생겼잖아. 쥐가 가면을 쓰고 나온 거라면 내가 잡아먹어 버리겠다.

저빌 : 흠흠… 나는 쥐가 아닙니다. (갑자기 두 발로 벌떡 서서) 네 발로만 기어다니는 쥐와 달리 저는 두 발로 서거나 뛸 수 있어요. (뽐내며 두 발로 폴짝거린다) 게다가 저는 무척 똑똑해서 설치류 중에서 유일하게 쥐와 햄스터, 동족인 저빌을 구별할 수 있어요. 그만큼 종족의식이 강하다는 얘기죠.

사회자 : 아프리카나 아시아 사막에서 사는 동물이 가정집에 살려니 힘들겠어요?

저빌 : 쥐나 햄스터가 사는 우리에서 쳇바퀴를 돌리면서 사니까 재밌어요. 그래도 사막이 고향인지라 굴 파고 놀 수 있게 모래를 가득 넣어주면 고맙죠.

슈가글라이더 : 사회자님, 저빌은 이쯤에서 물러나게 하고 저를 소개해주시죠. 아무리 뜀뛰기를 잘해도 쥐는 쥐 아닙니까. (햄스터들의 환호 속에 헛기침하며 등장)

햄스터들 : 애완동물계의 ‘슈퍼주니어’ 슈가글라이더~ 파이팅!

슈가글라이더, 무대 위로 오른다.

저빌 : (놀라며 호통) 야, 너는 햄스터잖아~.

슈가글라이더 : 쳇, 눈이 있으면 보라고. 나 슈가글라이더는 햄스터와 닮은 듯 보이지만 눈이 더 크고 똘망똘망해. 얼굴 한가운데로 지나는 굵직 세로선은 스컹크를 연상시키지 않니? 쥐처럼 가느다랗고 징그러운 꼬리 대신, 털이 풍성한 이 꼬리를 보렴.

햄스터들, 계속해서 환호한다.

사회자 : 팔다리를 벌려서 최고 자랑거리인 익막을 보여주시겠어요?

슈가글라이더, 사지를 큰대(大)자로 벌리자, 팔과 다리 사이에 얇은 막이 달렸다.

슈가글라이더 : 전 유대하늘다람쥐라고 불려요. 하늘다람쥐처럼 옆구리에 익막이 있어 나무와 나무 사이의 먼 거리를 날아다니는 재간둥이죠. 새끼를 낳으면 배에 있는 주머니에 넣어 4개월 정도 키울 만큼 모성애도 강하고요.

햄스터들 : 와아~, 최고~!

사회자 : 그런데 배에 새끼를 넣고 다니는 주머니가 달렸다니요? 캥거루랑 비슷하네요?

슈가글라이더 : 네. 저는 사실 설치류가 아니라 유대목(Marsupialia )에 속하는 동물로 캥거루, 코알라와 사촌지간이에요. 물론 제 고향도 오스트레일리아죠.

햄스터들, 실망감에 야유를 보낸다.
 
사랑받는 이색 애완동물 1등은 ‘타란툴라’
과연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이색 애완동물은 어떤 종류일까. 아직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애완동물 숍을 운영하는 전문가들은 ‘타란툴라’라고 입을 모았다. 이색 애완동물을 찾는 사람은 10대 청소년부터 30대 직장인까지 분포하는데, 좋아하는 동물이 성별과 연령에 따라 나뉜다. 보통 여자 어린이는 햄스터, 남자 성인은 뱀을 좋아한다.
하지만 타란툴라는 나이와 남녀 구분 없이 찾기 때문에 판매량이 전체의 50%를 넘는다.
타란툴라는 성장하면서 탈피를 한다. 이때는 몸이 가장 약한 시기이므로 천적으로부터 몸을 피하려는 야생적 습성이 있어 사육장 구석에 거미줄을 칭칭 감고 그 안에 숨는다. 먹이도 아예 먹지 않고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탈피는 몇 주에서 몇 달씩 지속되기도 한다. 타란툴라가 벗어놓은 허물을 잘 정리하면 액자에 넣어 벽에 걸 수 있는 멋진 장식품이 된다. 타란툴라는 환경과 건강상태에 따라 허물 벗는 횟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습도는
70~80% 정도로 약간 높게 유지해주고 먹이를 잘 먹여야 한다. 탈피를 자주할수록 건강하다.
평범한 사람들은 키우기 쉽지 않은 보아 뱀은 일반 가정보다는 학교 동물원이나 과학관에서 많이 키운다. 이색 애완동물을 판매하고 있는 숍 ‘렙타일리아’의 전문가는 “오래전부터 뱀에 대한 미신이 많이 전해져 사람들이 뱀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며 “애완용으로 키우는 뱀은 독이 없고 새끼 때부터 길들이기 때문에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큰 뱀일수록 먹이를 조이는 힘이 강하고, 야생적 습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먹이보다는 죽어있는 먹이(냉동 쥐)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해외 뉴스에서는 가끔 애완용 보아 뱀이 아기를 삼켰다는 엽기적인 뉴스가 보도된다. 대단한 ‘강심장’이 아닌 이상, 보아 뱀은 키우기 어려운 동물임에는 틀림없다.

#3 주인에게만 잘하는 최고의 친근감(?), 뱀과 구렁이

사회자 : 이번 참가자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동물들의 귀여움에 또 다른 장점을 겸비했다고 합니다. 고슴도치입니다.

고슴도치 : 제 매력은 굳이 제 입으로 말 안 해도 다 아실 것 같네요. 멋들어진 가시들이 밤송이처럼 등 전체에 나 있죠. 애완동물이 작고 귀여우면 다인가요? 저는 뭐니 뭐니 해도 주인에게만 잘하는 충성심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강아지처럼 집 안에 풀어놓고 기를 수 있죠.

사회자 : 오~. 고슴도치 씨는 어떻게 친근감을 표시하나요?

고슴도치 : 저는 낯선 사람에게는 가시를 꼿꼿하게 세워 겁을 줍니다. 그래서 제 등을 쓰다듬으려면 가시 몇 개가 손에 박힐 각오를 해야 할 거예요. 하지만 냄새가 익숙한 주인이 나타나면 저는 가시를 등에 바짝 뉘여요. 이때 저를 쓰다듬으면 오히려 털처럼 부드럽죠.

고슴도치가 제 자랑을 하는 동안 관객석에 앉아 있던 저빌과 슈가글라이더, 햄스터들이 꽥꽥 소리치며 도망친다.

사회자 : 무슨 일인가요? 아~. 고슴도치 다음으로 등장하는 단체 참가자를 보고 그러는군요.

여러 종류의 뱀이 쉭쉭 소리를 내며 기어 나온다.

볼파이손 : 우리는 뱀입니다. 다리가 퇴화한 파충류죠. 우리가 지금은 어려서 길이가 20cm밖에 안되지만, 성체가 되면 길이가 1.5m쯤 된답니다. 몸을 공처럼 말아 똬리 틀기를 좋아하죠. 쉭쉭~ 소리만 들어도 소름 끼치죠? 집에서 키운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름이
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최고의 이색 애완동물이라는 증거죠.

콘스네이크 : 뱀은 볼파이손(비단구렁이)처럼 전래동화에 나올 법한 징그러운 애들도 있지만, 우리 콘스테이크나 밀크스네이크처럼 알록달록하고 가느다란 애들도 있답니다. 뱀을 아무리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도 우릴 만나면 키우고 싶어질 거예요, 호호!

사회자 : 어머, 불기 전의 기다란 요술풍선처럼 가는 데다 색깔도 빨갛고 노랗군요. 정말 예쁩니다. 뱀은 허물을 여러 번 벗기 때문에 환경이 너무 건조하지 않도록 습도를 유지해주고, 잘 먹여야 한대요. 참, 사람 집에서 사는 뱀 여러분은 뭘 드시나요?

뱀들 : (이구동성으로) 당연히 쥐죠!

저빌과 햄스터들 : (경악하며) 꺅!

볼파이손 : 쳇, 주인들이 너네 같은 애완동물을 먹게 놔두는 줄이나 알아? 우리가 먹는 건 ‘먹이용’ 흰쥐라고. 보기엔 징그러울지 몰라도 쥐 1마리를 먹으면 2~3일간 끼니를
챙겨주지 않아도 돼 키우기가 비교적 편하지. 씹어 먹는 게 아니라 꿀꺽 삼키기 때문에
엄청나게 깔끔하다고. 게다가 우리가 살아 있는 쥐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기 싫은, 맘 여린 주인을 위해 냉동 쥐를 팔기도 해.

보아 뱀 : 흥! 뱀이라면 길이도 길고 몸통도 거대해야지. 난 다 자라면 길이가 4m나 되 몸통도 웬만한 성인이 두 손으로 원을 만든 것 이상으로 굵어.

사회자 : 허어억, 보아 뱀이 여기 웬일입니까? 당신도 애완동물인가요?

보아 뱀 : 물론이죠! 저를 키우려면 저런 작은 우리 따위로는 안 돼요. 방을 한 칸 내주던가, 그만한 우리를 만들어줘야 하죠.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가정집에서 우릴 키우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인기 있는 애완동물이라고요. 제가 한번 토끼랑 들쥐를 1마리씩 꿀꺽 삼켜볼까요?

전원, 일제히 경악하며 허둥지둥 도망친다.

사회자 : 아, 아닙니다. 참가자 소개는 여기서 마무리 짓기로 하고요. 과연 가장 이색적인 애완동물은 누구일지 그 결과를 기대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심사위원으로는 과학동아 독자들을 모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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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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