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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CSI: 과학수사대’와 ‘알몸 절도 사건’

소녀탐정 ㅊ씨의 S(cience)-File ➑




지난 6월 25일, 전북 군산의 고등학교를 다니던 한 남학생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알몸으로 미용실에 들어가 현금 17만 원을 훔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왜 알몸으로 들어갔냐”는 경찰의 물음에 절도범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CSI에서 나온 범행 장면을 흉내 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절도범은 범행을 일으킨 지 6일 만인 7월 1일, 미용실 인근 아파트에서 붙잡혔는데요. 그의 꼬리를 잡은 건 다름아닌 족적. 경찰은 범행 당시 절도범이 무심코 신었던 슬리퍼를 확인한 뒤, 미용실 인근에서 슬리퍼의 족적을 찾아냈습니다. 경찰의 엄청난 집념으로 절도범은 잡혔지만, 만약 그가 슬리퍼를 신고 있지 않았다면 잡히지 않았을까요.


버려진 휴지도 다시 보자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알몸이면 증거를 남기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이번 군산 사건에서처럼 범인이 무심코 한 행동에서 예상치 못한 증거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물건을 만지면 지문이 남는다는 사실은 아마 전세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휴지는 어떨까요. 범행을 끝낸 범인이 무심코 휴지를 버렸다면 과연 여기서도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휴지에서도 지문을 채취할 수 있습니다. 지문을 채취할 때 쓰는 화학 물질인 닌히드린용액은 지문의 아미노산에 반응해 지문을 드러나게 합니다. 만약 범인이 잡은 칼 등을 이 용액에 넣으면 지문 모양이 보라색으로 드러나게 되죠. 하지만 휴지는 용액에 넣는 동시에 풀어져 버리기 때문에 지문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표창원 전(前) 경찰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한국의 CSI’에서 “닌히드린 용액을 에어로졸 상태로 분무하면 휴지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지문을 추출해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성폭행 사건의 현장 근처에서 가해자의 지문이 묻은 휴지가 발견돼 범인을 잡은 사례도 있습니다.


범인의 DNA로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신중에 신중을 가하는 범인이 끝까지 장갑을 벗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증거가 남을 수 있습니다. 바로 체모입니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털이 나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행 현장에 체모를 흘리고 갈 가능성이 매우 높죠. 우리가 하루에 흘리는 머리카락 수가 무려 70~100개 가량 된다니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통해 DNA를 분석한다 하더라도, 초범인 경우 잡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에 따라 성범죄나 살인, 방화, 마약 등 강력범의 유전자는 수사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반영구적으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범죄자가 과거 강력범죄 이력이 있다면 쉽게 잡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범행 현장에서 DNA가 발견되더라도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무용지물인 셈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근 DNA만으로 범인의 윤곽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이 생겼습니다. 2014년 3월 벨기에 루벤 가톨릭대 연구팀은 미국, 브라질, 카보베르데에 사는 18세에서 40세 사이의 참가자 592명의 DNA로부터 3D 얼굴 모형을 재현하는 데 성공해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얼굴을 구별하는 데 중요한 부위들, 예컨대 눈썹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 마커 등을 상세히 밝혔습니다. 지난해에는 홍콩의 비영리단체 홍콩클린업이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나 침으로부터 DNA를 추출해 얼굴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즉, 비교할 DNA 정보가 없다고 하더라도(초범이라 할지라도) 대략적인 몽타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과학수사의 초석을 다진 프랑스 범죄학자 에드몽 로카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그의 말처럼 아무리 알몸이라 할지라도 세상에 완벽한 범죄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 예능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말을 인용하고 싶네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오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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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 일러스트

    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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