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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바이러스, 사람 몸에도 침투한다

개슨 박사는 몸에 심은 칩도 컴퓨터 바이러스를 외부 시스템에 감염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문제의 칩은 실제로 무선으로 연결된 외부 제어시스템까지 감염시켰다. 전문가들은 심장질환 환자의 심박조율기나 청각장애인의 인공달팽이관의 성능이 더 좋아질 경우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공심장, 인공심폐에 감염된다면?

사람 몸에 심은 의료기기가 컴퓨터 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08년 7월 미국 워싱턴대와 매사추세츠대,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인체에 심은 인공심장과 심박조율기의 확산과 함께 개인 정보 보안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펴내는 학술지 ‘퍼베이시브 컴퓨팅(Pervasive Computing)’에 발표했다.

인공심장과 심박조율기는 보통 배터리와 펄스 생성기, 심장 전극,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로 이뤄진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인공심장의 경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무선 신호를 통해 초당 50kbits(킬로비트,1kbits=1000bit)의 정보를 8~10cm 떨어진 곳까지 전송하던 수준에서 최근에는 250kbits를 2~5m까지 전송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인공심장에서 나온 이들 무선 신호는 집 안에 설치된 인터넷 단말기를 통해 담당 의사의 컴퓨터로 실시간 전송된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인터넷과 서버의 약점을 노린 해커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에 연결된 단말기와 서버는 언제든 해커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슨 박사는 “인체에 삽입된 의료 장치의 성능이 올라가면서 편의성이 높아진 동시에 위험도 커지고 있다”며 “이들 장치들이 컴퓨터와 휴대전화처럼 컴퓨터 바이러스와 보안 문제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당수 환자들이 몸 안에 삽입한 인공심장과 인공달팽이관을 자기 몸의 일부로 간주한다”며 “만일 이들 장치가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릴 경우 자신이 감염됐다고 여길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머지않아 이식기술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환자가 의식을 잃은 경우에도 생체 신호를 포착해 위급 신호를 자동으로 보내는 의료용 팔찌가 이미 보급됐다. 또 25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인공심폐장치를 몸에 넣고 생활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그 수가 점차 늘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 슈타인바이스트랜스퍼 정보윤리연구소 라파엘 카푸로 교수는 “만일 누군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공이식 장치에 접속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최근 들어 몸에 삽입한 의료장치와 인터넷을 연결해 환자를 살피는 원격진료가 부쩍 관심을 끌고 있다. ‘무선인체네트워크(Wireless Body Area Network,WBAN)’는 그중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술은 사람 몸 안팎의 장치를 서로 이어주는 신개념 통신 기술로, 사람 몸속과 몸 주변 3m 이내에 있는 장치 간에 무선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WBAN을 통해 혈당이나 심전도를 측정하고, 몸 안에 넣은 의료 장치를 작동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박조율기는 물론 인공시신경, 캡슐형 내시경도 WBAN으로 작동시키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카푸르 교수는 “사람 몸에 이식한 의료 장치를 감시하는 일은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갖고 있다”며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경우 얼마든지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개발된 캡슐 내시경, 혈관 로봇은 안전할까


IEEE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WBAN을 이용한 의료 기술은 40개가 공식적으로 제안돼 있다.
혈당센서와 무선내시경, 약물전달 캡슐, 인공심박조율기, 인공심장, 인슐린펌프도 여기에 포함된다.

국내에서도 인체 삽입형 의료장치가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2006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사업단’은 6년 동안의 연구 끝에 국내 처음으로 캡슐형 내시경 ‘미로(Miro)’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름 11mm, 길이 23mm인 이 장치는 알약 크기로 삼키기만 하면 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인체 안의 소화기관에서 8∼11시간 작동하며 10만 화소의 영상을 초당 1.4∼2.8장 촬영해 허리에 차고 있는 수신 장치로 전송한다. 캡슐을 삼킨 뒤 평상시와 다름없이 활동하다가 수신 장치만 병원에 반납하면 내시경 검사가 끝난다. 현재 연구팀은 원격조종으로 몸 안의 모든 부위를 촬영할 수 있는 캡슐을 개발하고 있다.

올 5월에는 살아 있는 동물의 혈관 속을 누비며 혈전으로 막힌 혈관을 뚫는 초소형 로봇이 개발되기도 했다. 전남대 로봇연구소의 박종오 교수팀은 지름 1mm, 길이 5mm의 ‘혈관 로봇’을 개발해 살아 있는 미니 돼지의 혈관에서 작동을 시연했다. 이 로봇은 관상동맥과 대정맥, 대동맥 등 굵은 혈관 속을 움직여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면서 막힌 혈관을 뚫을 수 있다. 로봇이 분당 1200~1800회 회전해 드릴처럼 혈전에 구멍을 내 피를 통하게 한다. 로봇을 움직이는 동력은 외부 자기장인데, X선으로 혈관 내부의 로봇을 보면서 조종할 수도 있고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체내에 들어가는 대다수 의료 장치들은 개발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거의 없다”면서 “하지만 이들 장치가 인터넷에 연결된다면 컴퓨터 바이러스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의료장치의 안전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하고 현재 관련 업계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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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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