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조직해 유용한 광학기구로 성장하는 플라스틱.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샘슨 제니크와 린다 첸은 ‘사이언스’ 최신호에서 이 같은 소재를 개발해 발표했다. 이 물질의 두께는 머리카락보다도 가는 30㎛(1㎛=${10}^{-6}$m), 면적은 손톱크기인 1cm². ‘광자결정체’(photonic crystal)라고 불리는 이 구조를 현미경으로 보면 벌집처럼 속이 빈 공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형태. 중합체 분자가 자기조직화를 통해 공모양으로 되고 수십억개의 공모양 플라스틱이 질서정연하게 모여 거대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들의 진가는 신용카드의 홀로그램과 같이 무지개 색깔을 반사시키는 광학적 성질. 오팔이 화려한 색깔을 나타내는 것은 공기와 실리카가 한데 섞여 그 사이를 통과하는 빛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공기주머니와 공모양의 플라스틱 틀이 쌓여있는 구조인 이 ‘광자결정체’도 공의 크기, 틀의 너비, 구조 등을 변화시킴으로써 빛이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정확히 통과할 수 있도록 조작한다. 현재까지는 ‘전자결정체’(electron crystals)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가 수백만개의 전기신호를 통제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작업을 광자에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빛은 전기에 비해 수천배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기신호 대신 빛을 사용하게 되면 모뎀, 통신장비 등의 속도는 극적으로 증가한다. 이 외에도 응용범위는 광범위하다. 개선된 발광 다이오드, 빛의 조건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특수 페인트, 효율적인 플라스틱 레이저 등에 쓰일 수 있다.
연구자들은 물질의 화학적 성질을 이용해 입자들이 특정 모양과 크기를 가진 구조로 성장하도록 유도했고, 일단 중합체가 준비되면 자기조직화는 길어야 몇 시간 내에 끝난다. 자기조직화 과정은 이러한 결정체 외에도 센서, 바이오 소재 등에도 널리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