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공부는 중간,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경기 광명시 H중 3학년 B학생
“공부도 잘 못하고 딱히 정해놓은 목표도 없어요. 그렇다고 자신의 꿈도 모르고 공부만 하는 한심한 아이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자기 소개 글을 보내온 한 중학생. 성적은 반에서 10등 정도, 취미로 플루트를 배우고 있단다. 너무나 평범한 듯하지만, 과학동아 잡지를 무척 좋아하고 앞으로 이공계로 가고 싶은 마음만큼 은 뚜렷하단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과학 과목 중에 어떤 과목이 적성에 맞을까.
“물리는 싫은데 생물이랑 화학, 지구과학은 좋아해요.”
“지구과학을 좋아하면 환경이나 천문에는 관심이 있니? 평소에 교양 채널에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즐겨 봤니?”
“관심은 있지만 제대로 본 적은 없어요. TV 자체를 별로 안 봤어요.”
TV라고 예능 프로그램만 있는 건 아니다.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얻거나 간접경험할 수 있는 유용한 프로그램이 많다. 그러나 TV를 볼 기회가 없다면, 독서활동은 얼마나 하고 있을까.
“판타지 소설을 좋아해요. 그리고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감명 깊은 부분이 나오더라고요.”
이야기가 이쯤 되자, 선생님은 일차적인 진단을 내렸다.
“이과 계열이 적성에 맞고 관심은 있은데, 아무런 노력도 활동도 하는 게 없구나. 그럴 때는 먼저 책을 읽으면서 간접경험을 많이 해야 돼. 배경지식이 되기 때문에 읽어야 하고, 특히 화학, 생물이 좋으면 관련된 책을 찾아서 읽어봐야지. 배운 걸 어디에 쓸지 모르고 학습만 하면 힘들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개념들을 어디에 쓸 수 있는지 알게 되니까 공부하는 데 훨씬 자극이 될 거야. 그리고 네가 배운 걸 책에서 확인하면서 스스로 깨닫는 재미가 더욱 클 것이고.”
B학생의 경우는 지금까지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만 따라가고 또래 친구들과 무난하게 지내던 너무나 평범한 학생이었다. 어리고 아는 게 없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이런 학생들은 먼저 책을 읽고 간접경험을 넓혀야 하고, 그 다음으로 목표 설정을 해야 한다.
“김연아는 일곱 살 때 피겨 스케이팅으로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가졌던 사람이야. 성공한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어. 목표를 빨리 정하고, 집중해서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고 역경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어.”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내가 해보지도 않고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이 없어. 주사위를 던져보고 행운을 바라야지, 던지지도 않고 행운을 바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일 아닐까?”
과학과 수학은 스스로 반복해서 공부할 수 있는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기를 권한다. 특히 과학은 좋아해도 수학은 자신 없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학은 과학의 언어이기 때문에 필수적인 요소다. 선행학습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매일 30분 일찍 등교해서 그날 배울 내용을 예습하고, 쉬는 시간에 틈틈이 숙제를 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 인터넷 강의를 보며 앞으로 배울 내용에 대한 공부를 조금씩 해보기를 권했다.
“학기 중에 혼자 공부했던 내용에 대한 궁금증들을 모았다가, 방학 때 학원에 나가서 단기 강좌를 들을 때 선생님들에게 질문해봐. 사교육에 많은 비용을 들이라는 게 아니라, 가능한 한 최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전략적으로 움직이라는 거지.”
책을 읽으면서 꿈을 생각하며, 그와 함께 다른 여건들을 어느 정도 갖춰놓는 게 필요하다.
“당장에 과학고를 준비할 여건은 못 되지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대한 노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입학사정관제에서도 너의 꿈과 열정이 충분히 드러날 수 있을 거야.”
상담 선생님의 조언
1. 대형 서점 사이트를 비롯한 인터넷에서 중학생을 위한 이공계 추천도서 목록을 검색해서 책을 읽어본다.
2. 자신이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에 대해 하루 계획표를 짜고, 월 단위, 연 단위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생활하려고 노력해본다.
3. 수학 실력을 끌어올리고 과학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관련 책을 읽을 만한 수준으로 실력을 높인다.
사례 2 수의대 가고 싶은 고3, 그러나 내신 성적이…
강원 동해시 B고 3학년 K학생
“제 꿈은 그린피스 같은 곳에서 야생동물을 구하는 일입니다. 일단 수의학과를 가야 할 것 같은데, 내신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신 성적은 2.5등급. 생물 Ⅰ·Ⅱ, 화학 Ⅰ, 지구과학 Ⅰ을 선택했는데, 수학 Ⅰ과 생물 Ⅰ까지 학습을 마치고 생물 Ⅱ를 공부 중이다. 선생님은 K학생의 내신 성적과 학습 진도가 일반적인 수의학과 합격선을 생각할 때 많이 모자라단다.
“일단 수의학과는 합격선이 상당히 높아. 내신 성적이 더 좋아야 할 텐데….”
“고교 비평준화지역이고 전교 인원 수가 적기 때문에 내신 1등급에 들려면 전교 4등 안에 들어야 해서 너무 힘들어요. 특히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안 되더라고요.”
“아무리 어렵더라도 네가 다니는 학교에는 수학 1등도 있고 과학 1등도 분명히 있어. 외국에 한 번도 안 갔다 왔어도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도 많아. 그런 학생들에 비해 게으르다는 건 반성해야 할 부분이야.”
입학사정관제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기 때문에 일정 정도는 감안이 되겠지만, 절대적인 노력이 부족한 데 대해서는 스스로 반성하고 보완해 가는 방법밖에 없다. 일단은 고3 1학기 성적을 최대한 끌어올리라는 과제를 받았다. 3학년 1학기 성적은 전체 내신 성적 중에 40~50%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성적이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이룬다면 그만큼 자신의 노력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꿈이 확고하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길로 갈지를 생각해보자. 현실적으로 수의학과 진학이 어렵다면, 타 계열을 먼저 전공하는 길로 돌아가는 방법을 제안했다.
“우선 생물학과에 가서 복수전공을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해 수의학을 본격적으로 해보는 방법은 어떨까?
“생물학과요…. 그럼 생물학과를 가려면 어느 대학에 지원하는 게 좋을까요?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가야 할까요?”
“일단 학비도 저렴하고 우수한 교수진이 많이 있는 국립대를 가는 걸 목표로 잡자. 경제적인 여건도 고려해서 네가 사는 지역으로 가는 게 좋겠구나. 동물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면, 그동안 관련 활동으로 무엇을 해봤니?”
“그린피스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은 했지만, 특별한 활동은 못 해봤어요.”
과학 동아리에서도 깊이 있는 탐구활동은 해보지 못했다고. 그리고 독서활동도 많이 부족한 상태다.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을 구하고 싶다면 가까운 데서부터 실천을 해왔어야지. 예를 들어 바닷가에 나가서 잡히는 물고기 어종을 탐구해본다든지, 그래서 관련된 탐구일지를 작성하거나 블로그를 운영해보는 활동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잖아. 지역에서 살고 있어서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환경에서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해.”
문제는 K학생이 이미 고3이라는 점. 고1만 됐어도 조금씩 실천해보겠지만, 비교과 활동을 챙기기에 많이 늦은 게 사실이다. 과학·수학 교과공부는 2학년 때까지 마치고, 3학년 때는‘기획’을 해야 한다. 그동안 공부해온 내용을 차근차근 마무리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논술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그에 비해 K학생은 전반적인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
“꿈은 확실한데, 노력한 게 없다는 건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아. 열정이 있다면 뼈를 깎는 고통도 스스로 감수할 수 있는 거야. 네가 꿈이 있다면, 거기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그만한 열정을 보여줘 야 하는 전형이 입학사정관제야.”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이 부족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된 K학생.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만 그칠 게 아니라, 그 마음을 갖고서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 다짐하는 기회가 됐다.
상담 선생님의 조언
1. 3학년 1학기 내신 성적을 반드시 끌어올리도록 한다.
2. 생물학과에 진학한 뒤 수의학과에 진학할 계획을 다시금 정리해서 세워본다.
3. 좋아하는 동물에 대해서도 알고, 과학적 지식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책을 읽어본다.
사례 3 물리학자 되고 싶어 차근차근 걸어온 길
경북 Y고 A학생
“얼마 전 대전 대덕연구단지와 KAIST에 견학을 가서, 꼭 그곳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내세울 것이라고는 사교육을 덜 받았다는 것뿐입니다. 과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구구절절 긴 사연을 보내온 A학생은 이공계로 진학하고 싶은 마음에 나름대로 열심히 길을 찾아온 학생이다. 지역 논술대회를 비롯해 교내 경시대회에서 입상한 이력이 있으며, 이공계 대학 캠프에도 참가했다. 각종 연구소를 찾아서 견학했으며, 최근에는 교내 학생들을 직접 모으고 기획해 KAIST와 대덕연구단지를 탐방해서 큰 감명을 받고 왔다고.
“내신 성적이 1.9등급이라면 좋은 성적에 속해. KAIST에서 어떤 전공을 하고 싶니? 입학사정관제에서는 어떤 연구를 해서 세상에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돼.”
“물리학 중에서도 유체역학을 배우고 싶어요. KAIST에 탐방을 갔을 때, 교수님께 질문을 받은 뒤부터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면 관련 책은 많이 읽어봤니?”
“학교 도서관에서 과학에 대한 웬만한 책은 다 읽었어요. 그런데 물리학에 대한 몇몇 책들은 어려워서 못 읽겠더라구요.”
이과 서적은 기본적인 학습이 돼야 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과학 Ⅱ까지 공부를 마치면, 웬만한 과학 추천서적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은 대학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기소개서를 내려받아서 쓰고 있어요. 쓰면서 학교 선생님에게 물어보고 지도를 받아봤고요.”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해온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실증 자료가 필요하다. A학생은 학교에서 3년간 장학금을 받은 내역, 독서기록장, 연구소 견학 활동 내역을 생활기록부를 통해 챙기고 있으며, 그날 공부한 것과 하루의 일과를 기록한 일지도 자료로 준비할 것을 권유받았다.
“그러면 공부 외에 어떤 활동을 해봤니?”
“요양원에 가서 짧게 봉사활동을 한 적은 있어요. 동아리는 서예부를 했고요. 그런데 서예부에서는 부장을 맡은 것도 아니고 딱히 자기소개서에 소개할 만한 내용이 없네요.”
“봉사활동은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야. 서예부에서 활동한 것을 통해서 네가 봉사했던 요양원에 뭔가 보탬이 될 만한 일을 한 가지라도 생각해봐. 예를 들어 서예부에서 만든 작품을 갖고 자선회를 열어서 어르신들을 도와드리는 방법이 있잖니.”
과연 할 수 있을까, 잘 될까 걱정하는 A학생에게 선생님은 단호하게 한 마디 던진다.
“일단 너는 부정적으로 말하는 습관부터 고쳐야 할 것 같다. 누구를 만나 이야기하든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돼. 대학에서 어떤 학생을 뽑을 것 같니?”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비교적 착실하게 준비해온 A학생. 지금까지 활동해온 내용을 토대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단, 소극적으로 말하는 태도는 가장 먼저 고쳐야 할 점. 청소년에게 당당하고 자신 있는 태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담 선생님의 조언
1. KAIST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다양한 연구실 사이트를 탐색해보고, 자신이 앞으로 들어가서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2. 동아리에서 자선회를 열어서 요양원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본다.
3. 자신 있고 당당하게 말하는 방법을 연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