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중남부에 있는 에이야팔랴외퀼 화산(지도 속 빨간 원 안)이 폭발해 5~6일간 유럽 항공 노선이 전면 마비됐다. 이 화산은 분출 직후 엄청난 양의 화산재를 뿜어냈다. 유럽연합은 “이번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9~16km까지 치솟았으며 북서풍을 타고 유럽 남부와 동부로 퍼졌다”고 발표했다. 화산재로 인한 항공기 고장을 우려한 영국과 유럽 국가들은 6일간 항공기 운항을 전면 금지하거나 공항을 폐쇄했고, 항공기 승객 약 700만 명의 발이 묶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화산재에 들어 있는 미세한 돌가루와 규산염 입자(유리모래)가 뜨거운 항공기 엔진 속에서 녹으면, 엔진은 물론 전자제어 시스템과 냉각시스템 같은 기기를 마비시킬 수 있다.
실제로 1982년 6월 영국에서 뉴질랜드로 향하던 영국의 브리티시항공 소속 보잉747 여객기가 인도네시아 상공을 지나던 중 갈룽꿍 화산이 뿜은 화산재로 엔진 4개가 모두 마비된 적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산 폭발에서 화산재가 두드러지게 많이 분출된 이유를 화산 인근의 ‘에이야팔랴외퀼 빙하’에서 찾고 있다. 화산재는 원래 땅속의 마그마(약 1250℃)와 함께 터져 나오는데, 마그마에 수분이 있을 경우 급격히 식으면서 지름 0.25~4mm의 미세한 가루 형태(화산재)로 공기 중에 뿜어진다. 이는 뜨거운 연탄에 찬물을 끼얹었을 때 연기가 나면서 갑자기 재가 많이 날리는 원리와 같다. 아이슬란드 지구과학원의 비요른 에이나르손 박사는 “이번 화산 폭발로 분출구 주변의 빙하가 녹으면서 마그마에 물이 잔뜩 섞인 탓에 화산재가 다량으로 생성됐다”고 설명했다.
화산재 구름은 바람을 타고 북유럽과 러시아, 시베리아를 거쳐 한국과 일본으로 확산됐다. 기상청은 4월 19일 “화산재가 아주 미세한 데다, 비구름이 생기는 구간(2~3km)보다 화산재가 떠다니는 구간(8~11km)이 높아 산성비가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한국에서는 이번 화산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발표했다.
아이슬란드 기상청은 4월 20일 현재 화산 활동이 약해지면서 분출되는 화산재의 양이 현저히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유럽 국가는 중단했던 항공기 운항을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