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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비밀을 푸는 열쇠, 동적평형


‘생명체’란 무엇일까. ‘살아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저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생명의 비밀을 ‘동적평형’이라는 개념으로 속 시원하게 파헤쳤다.

‘동적평형(動的平衡)’은 글자 그대로 동적인 가운데 평형을 유지하는 것, 즉 움직이는 평형 상태를 뜻한다. 반대어가 한 단어 안에 들어 있어 상당히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이것은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개념이다.

겉보기에 인체는 항상 정적이다. 평형 상태를 유지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몸을 구성하는 조직과 조직을 이루는 세포에서는 분자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들은 아주 미세해 전체적인 모습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이 보인다. 결국 인체는 정적인 가운데 항상 움직이고 있는 상태, 즉 동적평형을 유지한다.

저자는 재미있게도 인체를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는 어묵’이라고 표현했다. 음식을 먹었을 때 우리는 “몸속에 음식물이 들어 있다”라고 말하지만, 이 책은 음식물은 소화관에 머물고 있거나 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몸속’에 들어 있다는 말은 틀린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소화관의 시작과 끝인 입과 항문이 외부와 연결돼 있으므로 결국 소화관은 외부와 마찬가지인 공간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은 위 안에 있어도 아직 ‘몸 밖’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음식물이 효소로 쪼개지고 작은 분자가 돼 조직 내 세포로 흡수되는 순간이 바로 음식물이 몸속으로 들어간 순간이다.결국 동적평형은 ‘살아 있음’을 뜻한다.

사람은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점점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지, 피부를 팽팽하게 편다는 노화방지 화장품을 써도 주름이 왜 사라지지 않는지, 동적평형 개념으로는 이런 비밀들을 풀 수 있다.

동적평형 상태인 생명은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축을 달리고 있으며, 몸속에는 단백질 분해와 합성 사이클이 조절하는 ‘체내시계’가 들어 있다. 세포가 분열하거나 분화되는 프로그램처럼 생명체가 끊임없이 활동을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물질대사의 속도가 느려지는데, 체내시계가 더디게 움직여도 외부의 물리적인 시계는 항상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결국 사람은 늙을수록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낀다.

노화방지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도 동적평형으로 풀 수 있다. 모든 세포는 하나도 예외 없이 사멸과 재생을 반복한다. 이런 현상은 온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노화가 두드러지는 몸 일부에서 하나의 원인을 찾아 막아보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예를 들어 화학적으로 합성된 약물은 한때 몸의 일부에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은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생명 현상이 동적인 평형 상태라는 분명한 증거다.

이외에도 다이어트를 하려면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하는 이유, 서로 다른 종끼리 교배가 되지 않는 이유, 미토콘드리아DNA를 활용해 범죄 조사가 가능한 이유를 동적평형 관점에서 풀었다. 생명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매력을 느낄 만 한 책이다.

눈길이 머무는 이달의 책


| 코스믹 잭팟 |
폴 데이비스 지음 | 이경아 옮김 | 한승 | 456쪽 | 2만 원

우주가 이토록 생명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환경인 것은 우연일까, 통계적인 결과일까, 신비스런 현상일까, 신의 의도일까.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우주물리학자 폴 데이비스가 쓴 ‘코스믹 잭팟’은 우주에 대한 중대한 물음으로 긴 글을 시작한다. 지금까지 우주에 대해 알려졌던 내용을 짚어준 뒤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고, 무엇으로 이뤄졌으며 우주가 생명체에 적합한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알려준다.

이 책에 따르면 생명체란 외관상 우연인 듯 보이는 물리법칙과 우주의 정교한 구조적인 특징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생명체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원소인 탄소 하나가 생기려면 헬륨의 핵 3개가 정확히 동시에 모여야 한다. 우주의 특징, 즉 우주를 이루는 기본적인 입자의 종류나 질량 등이 하나라도 달랐다면 그 차이가 아무리 미세하더라도 우주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인류는 아직도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고 인정한다. 우주의 일부분인 인류가 광활한 우주에 대한 비밀을 어디까지 파헤칠 수 있을까.


셀링 사이언스
도로시 넬킨 지음 | 김명진 옮김 | 궁리 | 316쪽 | 1만 5000원

신문이나 TV를 통해 볼 수 있는 과학 기사에는 어떤 메시지가 실려 있을까. 언론의 어떤 특징이 과학 뉴스 형성에 영향을 줄까. 미국의 과학사회학자인 저자는 과학언론의 이면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예리하게 분석했다. 또 재조합 DNA, 생명공학 논쟁, 과학 사기사건 등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새롭고 잘 팔리는 뉴스거리를 쫓는 과학기술 보도를 비판한다.

파브르 곤충기

장 앙리 파브르 지음 | 김진일 옮김 | 현암사 |
각 400쪽 내외 | 각 권 1만 9500원

국내에서 최초로 완역으로 읽을 수 있는 10권 세트가 나왔다. 옮긴이는 파브르의 모교인 프랑스 몽펠리에 2대학에서 곤충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파브르의 자취를 따라 수없이 채집과 연구 활동을 했다. 생태 사진 약 800컷, 세밀화 약 500컷과 함께 1500종의 곤충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파브르가 오해했던 생물학적 사실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주석으로 달았다.

에디슨도 반해버린 엉뚱한 발명 연구소

김현화, 이종은 외 | 이언영 구성 | 피당 | 311쪽 | 1만 4000원
2009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개최한 ‘청소년미래상상

기술경진대회’에 참여한 청소년 가운데 참신하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로 수상한 39개 팀의 발명 과정을 담았다. 조끼에 안마기를 넣어 맘에 쏙 들게 안마하는 기기부터 방석 가운데 작은 선풍기를 단 치질 환자용 의자, 악기를 연주할 때 악보를 자동으로 넘겨주는
페달 등 신기하고 재미난 발명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


협력하는 유전자

유아힘 바우어 지음 | 이미옥 옮김 | 생각의 나무 | 256쪽 | 1만 5000원

독일 유명 신경생물학자인 저자는 생물의 기본 원칙은 다윈이 말하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다윈주의자들이 알면서도 고치지 않은 진화에 대한 핵심이론을 풀었다. 이 책을 읽으면 진화론은 아직까지 고정된 이론이 아니며 계속 ‘진화’를 거쳐 탄탄한 이론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반도체 비즈니스 제대로 이해하기

강구창 지음 | 지성사 | 184쪽 | 1만 4800원

무한 경쟁 시대의 블루오션, 반도체 비즈니스를 두껍지 않은 한 권의 책으로 이해한다. 저자는 일반인이 반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반도체 제대로 이해하기’라는 책을 냈다. 그는 반도체의 기술뿐 아니라 산업에 대해서도 대중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비즈니스와 연결되는지 이 책에 쉽게 풀어 썼다.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 : 대칭의 역사

이언 스튜어트 지음 | 안재권, 안기연 옮김 | 승산 | 424쪽 | 2만 원

오랫동안 예술과 건축, 음악에서 핵심적인 개념이었던 대칭은 수학에서는 지금도 불가사의한 이론이다. 이 책은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현대 물리학에 이르기까지의 대칭의 역사를 설명한다. 저자는 기묘하고 놀라웠던 수학 천재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대칭이 어떻게 오늘날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됐는지 알려준다.

201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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