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난 10여년 동안에 우리나라는 제조기술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 퍼스널컴퓨터 VTR 등 전자제품은 세계적으로 앞선 국가중의 하나이며 자동차공업과 조선분야에서도 선진국에 못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하여 기초과학을 비롯한 R&D(연구·개발)분야에서는 선진국과 큰 격차가 있다. 우리나라가 21세기에 선진 10위권의 국가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있어야겠으며 90년대야말로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90년대 우리나라 과학계가 해야 할 과제중 물리학분야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방사광 가속기와 플라즈마 연구시설

이제 우리나라의 국력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연구시설을 한두개 정도 보유할 단계에 와 있다고 판단되며 대표적인 예로 포항공대에 건설중인 방사광가속기(Pohang Light Source)를 들 수 있다. 1천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여 93년에 완공예정인 2GeV(${10}^{9}$전자볼트)의 싱크로트론 방사광 가속기(synchrotron radiation source)는 90년대 우리나라 과학기술, 특히 물리학 발전에 큰 영향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이 방사광 가속기가 성공적으로 완성되면 물리 화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분야는 물론이고 신소재개발을 비롯한 재료공학분야, 그리고 의학 생명공학 등에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2백56MD램 등 첨단 전자공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광 가속기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고진공기술, 초강력 전자석 제작기술, 고출력고주파 발생 및 측정제어 기술 등 여러 분야의 기초 및 응용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아울러 많은 것을 선진국에서 배워와야 하므로 국제협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완수함으로써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획기적인 도약을 할 수 있으며, 21세기에 가서 본격적인 입자가속기 건설에 참여할 수 있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관련되는 산·학·연의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형 연구시설로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기초과학연구 지원센터'에서 계획하고 있는 플라즈마 연구시설이다.

대학의 기초과학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초과학연구 지원센터'는 대학교수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가의 연구장비와 분석기기를 대덕연구단지와 수도권 호남권 영남권 등 4~5개 장소에 설치함으로써 연구시설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90년대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센터에서 계획하고 있는 플라즈마 연구 시설은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인 핵융합연구를 위한 '토카막'(tokamak)과 같은 대형 연구시설이 포함된다. 이 설비는 방사광 가속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의 복합체이므로 토카막을 건설하는 것만으로도 극저온기술 고자장기술 고진공기술과 같은 극한기술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아울러 플라즈마 연구는 핵융합뿐만 아니라 우주과학 가속기 레이저 동위원소분리 그리고 천문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연구소의 토카막핵융합 실험장치


소그룹 연구의 활성화

이상의 두가지 예가 우리나라의 국력을 과시하고 선진국 대열에 참여하는데 필수적인 대형과제라면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가 주로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작은 연구그룹들의 활성화다. 실제로 지난 80년대에 이루어진 물리학 분야의 대표적인 업적들이 대부분 한두 명의 교수나 연구원으로 이루어진 작은 연구그룹에 의해서 성취된 것들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를 하나하나 볼 수 있는 장치인 '주사형터널링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은 물질의 구조를 규명하는 데 획기적인 기여를 했으며, 액체헬륨온도(영하 2백69℃)에서 저항값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양자홀 효과'(quantum hall effect)는 측정과학분야와 기본물리상수를 결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양자홀 효과를 발견한 '클리칭'은 1985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고 양자홀 효과에 기초를 둔 저항표준이 1990년 1월1일부터 전세계적으로 통용된다.

또다른 예로는 86년에 IBM '취리히'연구소의 '베드노르츠'와 '뮐러'가 처음 발견함으로써 지난 3년간 과학기술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고온초전도체가 있다. 이와 같이 2~3명의 연구원들에 의해 시작된 고온초전도체 연구는 이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국가적 차원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국가에서 지원하는 고온초전도 연구비만도 1억달러가 넘으며 이 연구를 위한 연구센터가 여러 곳에 신설되었다.

고온초전도체 개발 가능성

고온초전도체는 발견 당시만 해도 2~3년 내에 많은 응용이 가능하며 상온에서 초전도체가 되는 물질이 발견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임계전류(Jc)의 향상, 제조방법의 개선, 안정성 등 해결되어야 할 기술적인 문제와 기본 메커니즘 규명에 어려움이 있다. 90년대야말로 이 분야에서 우열이 가름될 중요한 시기라고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3년간 과학기술처에서 지원하는 특정연구과제의 하나로 고온초전도기술 개발을 대학과 출연연구소가 공동으로 수행해 왔으며, 35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되었다. 90년도부터 시작되는 제2단계에서는 기본 메커니즘 규명을 위한 기초연구는 물론이고 박막을 응용하는 조셉슨소자의 개발, 그리고 선재나 판재를 사용한 전자석 개발 등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고온초전도연구는 90년대에도 물리 화학 재료공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과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고온초전도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과제가 바로 극저온 기술연구이다. 왜냐하면 고온초전도체의 응용이 대부분 현재 사용되고 있는 초전도체의 응용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온초전도체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물리적 재료적 문제를 다 해결한 다음에 응용을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면 이미 경쟁에서 뒤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오늘날의 과학기술 발전의 경향이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고온초전도연구는 특히 그런 것 같다. 선진국의 경우는 이미 40여년의 그저온초전도 응용연구 경험이 있어서 초전도 거대충돌기(SSC)라든가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를 제작할 단계에 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80년대에 겨우 헬륨액화기가 한두 대 도입되어 가동되고 있다. 미국보다 10배나 비싼 값을 주어야 되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액체헬륨을 구입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이다. 따라서 90년대에는 그저온연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며 MRI-CT를 비롯하여 자기부상열차, 에너지저장시스템과 관련하여 산업계에서도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소규모 연구그룹이 수행해야 할 연구과제중 몇가지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물리학에는 이 밖에도 입자물리 핵물리 원자·분자물리 광학 등의 여러 분야가 있으며,, 집중적으로 지원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 적지않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결론적으로 90년대의 우리나라 물리학 분야의 중요한 과제는 방사광 가속기 토카막 같은 국가적인 대형 연구시설을 성공적으로 완성하여 가동할 수 있도록 많은 과학자가 힘을 합쳐야 하는 것과 아울러 대학 및 연구소에서 수행되고 있는 작은 연구그룹들의 연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비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고 우리 과학기술인들도 새로운 각오로 최선을 다해야만 21세기에 세계 10위권의 과학 선진국이 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공대의 직렬형 반데그라프 가속기 내부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종철 부장

🎓️ 진로 추천

  • 물리학
  • 전기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