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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실험으로 살펴보는 정전기 방전

우리 몸에 전기가 흘러도 괜찮을까?



 

“으악, 머리카락이 섰다.”

얼마 전 놀이터에서 놀던 딸아이가 미끄럼틀을 미끄러져 내려온 뒤 쭈뼛 선 머리카락을 보이며 한 말이다. 아마 이런 경험을 한 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정전기로 인해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현상 중에 하나인데, 미끄럼틀을 미끄러져 내려올 때 미끄럼틀과 옷의 마찰에 의해 발생한 정전기가 머리카락으로 이동하면서 머리카락이 정전기적 척력에 의해 쭈뼛 서게 되는 현상이다.

전기는 움직이지 않는 정(靜)전기와 움직이는 동(動)전기로 나눈다. 정전기는 말 그대로 멈춰 있어 움직이지 않는 전기이고, 동전기는 우리가 ‘전기’ 또는 ‘전류’라고 부르는 일반적인 전기다. 정전기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지금부터 2600년쯤 전에 그리스 사람 탈레스가 호박(송진이 딱딱하게 굳은 것) 조각을 문지르다가 처음 발견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정전기는 정지해 있는 전기지만, 접지가 되면 아주 잠깐 동안 동전기처럼 전하가 이동해서 지면으로 흘러가는데, 이것을 ‘방전’이라고 한다. 이때 사람 손을 통해 전하가 이동하면서 따끔함을 느끼는 것이다. 겨울철 자동차 문을 만질 때 따끔해지는 이유는 우리 옷이나 신체에 모인 정전기가 전기가 잘 통하는 자동차 문을 통해 순간적으로 지면으로 흐르면서 방전되는 현상 때문이다.





도체 내부는 안전한 이유



정전기 방전이 사람에게는 잠깐 따끔함을 줄 뿐이지만, 전자부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요즘에는 디지털 저장장치로 USB메모리나 메모리카드(SD, CF 카드 등) 하나 정도는 갖고 있을 텐데 건조한 시기에는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바로 정전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을 만질 때 정전기 방전이 일어나면 메모리의 데이터가 삭제됨은 물론 메모리 자체의 수리가 어려워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컴퓨터용 부품은 정전기 방지 포장에 싸여 판매되고, 메모리와 같이 포장이 안 된 제품은 알루미늄 포일로 감싸서 판매를 한다(그림 2). 이렇게 하면 왜 안전한 것일까. 알루미늄 포일은 전기가 아주 잘 통하는 물질이다. 그리고 정전기 방지 포장도 비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얇게 금속을 입힌 PET필름 또는 폴리에틸렌이 소재다. 아이러니하게도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로 감싸기 때문에 내용물이 안전한 것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도체 내부의 전기장(전하로 인한 전기력이 미치는 공간)은‘0’이기 때문이다.



전류가 도선을 따라 움직이는 이유는 도선의 양 끝에 전압이 걸려 도선 내부에 전기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전기장 내에서 전하가 힘(전기력)을 받아 움직이는 현상이 전류다. 바꿔 말하면 전기장이 ‘0’인 곳에서는 전하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도체 내부에서는 전기장이 왜 0일까.

순간적으로 정전기 방전이 일어날 때 약하게나마 전류가 흐르는 이유는 전기장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장 내부에 속이 빈 금속(예: 알루미늄 포일로 감싼 내부)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그림 3). 이때 화살표로 표시한 전기장의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이다. 화살표는 (+)에서 (-)방향으로 향하므로 금속의 왼쪽은 (-)전하가 유도되고, 반대쪽인 오른쪽은 화살표가 나가므로 (+)전하가 유도된다. 물론 금속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화살표는 모두 금속 표면에 수직이다.

이렇게 금속 표면에는 왼쪽에 (-)전하가, 오른쪽에는 (+)전하가 유도되므로 금속 내부에는 원래의 전기장(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에, 유도된 전하에 의한 전기장(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이 더해진다. 이 둘은 방향이 반대일 뿐 아니라 크기가 같기 때문에 두 전기장이 완전히 상쇄돼 내부 전기장이 ‘0’이 된다. 따라서 속이 빈 금속 내부에 있는 물체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으며, 이를 ‘전기 차폐’라고 부른다.

전기장의 성격에 차이가 있지만, 알루미늄 포일로 휴대전화를 감싸고 전화를 걸어보자. 포일 속 휴대전화의 벨이 울리는가. 울리지 않을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휴대전화의 통화가 잘 안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엘리베이터도 금속 재질의 6각 기둥이기 때문에 상당부분 전기 차폐가 된다. 하지만 천장이 완전히 금속으로 막혀 있지 않기 때문에 휴대전화 사용이 잘 되지 않을 뿐, 불가능하지는 않다.

 


정전기 방전의 대표선수‘번개’



정전기에는 서로 다른 두 물체를 문지르거나 비벼서 생기는 마찰전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정전기라면 방전이 되더라도 찌릿하거나 따끔함을 느끼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번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의 과학자 벤저민 프랭클린은 1752년 9월 번개 치던 어느 날, 열쇠를 매단 연을 전하를 모으는 병에 연결해 날려서 번개가 전하의 이동에 의해 생기는 전기현상임을 증명했다. 프랭클린은 번개 현상의 결과를 통해 번개의 본질을 알았지만, 우리는 번개의 생성 원리를 통해 번개가 왜 전기인가를 알아보도록 하자.

번개를 일으키는 구름, 즉 ‘뇌운’은 소나기구름이다. 여름철 지표면의 공기가 가열되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소나기구름을 만든다. 소나기구름은 대류권계면까지 올라가는데, 상승과정에서 구름 속 물 분자는 대부분 얼음결정이 되고 얼음결정 내부와 표면의 온도 차로 인해 표면에는 양(+)전하가, 내부에는 음(-)전하가 모이게 된다. 구름이 더 상승하면 얼음결정의 표면이 깨지면서 양(+)전하를 띤 수많은 작은 얼음결정 입자를 만들게 된다. 양(+)전하를 띤 이 작은 얼음결정 입자들은 상승 기류에 의해 구름의 상부로 올라가고, 음(-)전하를 띤 큰 얼음결정 입자들은 구름의 아래쪽으로 내려감으로써 구름 상부(+)와 하부(-)로 전하가 분리된다. 그러다가 뇌운의 아래쪽 음(-)전하가 점점 많아지면 지면으로 방전을 하는데, 이것이 ‘번개’다.

번개의 전압은 1억∼10억V이며, 번개가 한 번 칠 때의 전기에너지는 100W 전구 10만개를 1시간 동안 켤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다. 번개는 정전기 방전 현상이지만, 앞서 이야기한 일상생활의 정전기 방전에 비해 전하량이 크다. 전압 또한 매우 높지만 단순히 전압이 높은 것은 큰 위험이 되지 않는다. 번개에 맞은 사람이나 동물이 죽고, 나무가 불타거나 부러지는 원인은 바로 번개의 엄청난 전하량 때문이다.

번개가 이처럼 매우 위험하다면, 번개가 치면 일단 피하고 봐야할 것이다. 그런데 어디로 피하면 될까. 건물 내부에 있다면 굳이 밖으로 나올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실외에 있는데 번개가 치고 있다면 얼른 대피장소를 찾아야 한다. 자동차는 번개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다. 자동차는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 내부의 전기장은 바로 ‘0’이기 때문이다. 미니 번개를 이용해 자동차 내부에 있을 때와 나무 밑에 있을 때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실험 따라하기 - 미니 번개 만들기>;

 

※ 실험 시 유의사항
고전압발생장치는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2만~3만V(볼트)의 고전압을 발생시키므로, 면장갑을 끼고 실험하고 알루미늄 포일은 잡지 않도록 한다.



● 준비물 하드보드지, 흰 종이, 알루미늄 포일, 고전압발생장치(문구점에서 구입가능), 가위, 풀, 색연필, 면장갑

①, ② 흰 종이 위에 속이 빈 자동차, 자동차 속에 있는 사람, 나무, 나무 옆에 서 있는 사람, 구름의 도안을 그린다(지면은 종이의 긴 여백을 이용하고 나무의 기둥은 그리지 않는다).

③, ④ 풀을 이용해 스케치한 종이 뒷면 전체에 알루미늄 포일을 붙인다.

⑤, ⑥ 가위를 이용해 도안의 모양대로 알루미늄 포일을 자른다.

⑦, ⑧ 자른 알루미늄 포일을 풀을 이용해 하드보드지 위에 붙인다(나무의 기둥은 알루미늄 포일 대신 종이로 잘라 붙인다).

⑨ 고전압발생장치를 이용해 구름에서 번개를 발생시킨 뒤 번개의 경로를 관찰한다(불을 끄고 어두운 상태에서는 더 잘 보인다). 자동차와 나무 위에 있는 각각의 구름에 고전압발생장치를 이용해 미니 번개를 발생시키면 자동차 위의 구름에서 발생한 번개는 자동차를 타고 흘러 지면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고, 나무 위에 있는 구름에서 발생한 전기는 나무 옆에 있는 사람을 통해 지면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실제 번개는 나무와 사람 모두를 통해 지면으로 이동한다).

 

 

201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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