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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근육’ 있어야 진짜‘꿀벅지’

“정말 답 답답해, 갑 갑갑해, 막 막막해! 너 없는 세상이….” 절도 있는 안무와 호소력 짙은 노랫말로 2010년 초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여성그룹 애프터스쿨. 금방이라도 눈물을 똑 떨어뜨릴 것 같은 얼굴로 노래하는 그녀들을 보고 있으면 잊고 있던 실연의 아픔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하지만 가슴이 먹먹해지는 노래와는 다르게 유독 짧은 핫팬츠를 입고 시원하게 다리를 내놓은 이가 있다. 보기 좋게 통통하고 탄력 있는 다리를 가진 멤버 유이다. 그녀의 다리는 이제껏 TV에서 접하던 여자 연예인들의 날씬한 다리와는 확실히 다르다. 가늘지는 않지만 큰 키에 비례하는 긴 다리는 매끈한 라인과 잘 어울린다.

성형전문의는 그녀의 다리를 어떻게 평가할까. 뜻밖에도 바람성형외과 홍윤기 원장은 “허벅지의 굵기로만 본다면 유이의 다리는 요즘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날씬한 몸매에 비해서는 유이의 허벅지가 다소 굵기 때문. 홍 원장은 “유이의 다리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허리에서 엉덩이로 내려가는 모양이 마치 와인잔이나 비올라처럼 완만한 곡선을 이루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허리에서 가장 잘록한 부분과 엉덩이에서 가장 볼록한 부분의 둘레 비율이 7 : 10 정도일 때 여성의 몸매뿐 아니라 다리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데, 유이도 이 비율에 해당하는 것. 허벅지가 다소 굵더라도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이 예쁘다면 훨씬 날씬해 보일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허벅지가 굵어 슬픈 여성이라면 이 뉴스를 눈여겨보자. 지난해 11월 덴마크 코펜하겐대 예방의학연구소의 베리트 헤이트만 교수팀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허벅지에서 가장 굵은 부분의 둘레가 60cm 미만인 사람은 이상인 사람보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성인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위험이 2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의학저널’에 발표했다. 체지방률이 초고도 비만에 속하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문제의 열쇠는 허벅지의 근육에 있다. 연세조홍근내과 조홍근 원장은 “허벅지의 근육에는 혈당과 중성지방을 조절하는 특수한 기능이 숨어 있다”고 설명한다.

허벅지의 근섬유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미토콘드리아가 굉장히 많이 분포해 있어서 산소와 함께 흡수한 혈당을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적근섬유이고 다른 하나는 산소 없이 에너지를 공급받는 백근섬유이다. 조 원장은 “허벅지 근육은 백근섬유보다 적근섬유가 많아 밥을 먹고 난 뒤에 올라가는 혈당의 약 70%를 허벅지 근육에서 흡수한다”고 말했다. 허벅지가 가는 사람은 혈당을 저장할 근육량이 적어서 혈액 속에 혈당이 둥둥 떠다니므로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의 원인이 된다.

허벅지는 지방도 흡수한다. 그러나 배는 지방을 흡수하지 못하고 도리어 내놓는다. 배에서 나온 중성지방은 간에서 당으로 변환되기도 하지만 허벅지 입장에서는 당보다 에너지전환 효율이 빠른 지방을 태우는 것이 이롭다. 그래서 지방을 흡수하다 보면 혈액 속에 그대로 당이 남는다. 허벅지 근육이 많아도 뱃살이 많으면 성인병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허벅지의 근육은 관절염의 통증을 줄이는 데에도 좋다. 미국 아이오와대 닐 시걸 교수팀이 50~79세 남녀 3000명의 허벅지 근육 힘과 무릎 골관절염 발생 경향을 2년 동안 조사한 결과, 허벅지 근육이 세다고 골관절염 발생 확률이 줄어들지는 않지만 골관절염의 통증은 훨씬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8월 국제저널 ‘관절염 치료와 연구’에 발표했다. 이 결과에 대해 삼육대 체육학과 이재구 교수는 “관절 주변에는 허벅지에서부터 내려오는 근육이 있는데, 이런 근육이 관절 주변을 둘러싸고 충격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근육량이 적고 운동량이 부족한 여성들은 허벅지 근육을 키워 관절염을 예방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건강에 좋다고 해도 굵은 허벅지란 여성에게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엉덩이와 허벅지에 지방이 잘 쌓인다. 이재구 교수는 “특히 가임기간의 여성의 몸은 출산을 대비하기 위해 엉덩이 쪽에 에너지를 저장해두려는 성향이 나타난다”며 “다른 지방과는 달리 엉덩이 쪽 지방의 분해 속도가 굉장히 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엉덩이와 허벅지에 있는 지방이 느리게 분해됨으로써 심장질환과 대사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국제비만학저널’ 1월호에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몸에서 지방이 빨리 분해될 경우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이 많이 분비되면서 심혈관질환과 인슐린내성, 당뇨병 같은 각종 대사 장애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허벅지나 엉덩이의 지방은 분해되는 속도가 느려서 이런 위험성을 낮춘다. 또 허벅지의 지방은 동맥을 보호하는 호르몬인 아디포넥틴을 더 많이 분비하게 해 혈당 조절이나 지방 연소를 더 원활하게 했다. 그동안 미워했던 엉덩이와 허벅지의 지방이 우리 몸을 안정화시키는 완충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유이의 허벅지가 아름다운 이유는 꾸준한 운동으로 적절한 근육이 잘 형성됐기 때문이다. 다리 굵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운동을 통해 건강한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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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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