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의 여독 해소하는 절경 알티플라노
우유니 투어의 백미는 물론 소금사막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남쪽으로 칠레 국경에 이르기까지 ‘알티플라노’라 불리는 볼리비아 고원지대의 기막힌 절경이 계속 이어진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호수(라구나)들이다. 각각의 라구나는 박테리아나 미네랄 또는 비철금속 같은 성분에 따라 저마다 다른 빛깔을 낸다. 파스텔 톤으로 넓게 펼쳐진 호수의 언저리에는 연분홍빛 깃털을 뽐내는 플라밍고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근처 초지에서는 부지런히 풀을 뜯는 야마 또는 비꾸냐 같은 고산 동물도 쉽게 볼 수 있다.
호수 뒤로는 만년설을 머리에 인 해발 5000m 이상의 고봉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과연 볼리비아가 남미 안데스의 본령임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장관이다. 하지만 눈앞의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느껴진다고 자칫 뛰기라도 하다간 금세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그저 황량한 벌판을 달려온 것 같지만 주위는 산소가 희박한 해발고도 3000m 이상의 고지대다.
칠레 국경에 가까울수록 화산 지대가 넓게 펼쳐진다. 특히 해발 4870m에 위치한 ‘아침의 태양(Sol de Manana)’이라는 간헐천 지역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잿빛 진흙구덩이는 물론 맹렬한 기세로 유황 증기를 내뿜는 구멍 덕분에 활화산의 자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관광 명소다. 간헐천 근처에는 대지의 뜨거운 기운으로 형성된 노천 온천도 마련돼 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어느 정도 여독이 풀리고 영하의 추위 속에 사막 한가운데서 온천욕을 즐기는 이채로운 경험도 할 수 있다.
우유니에서는 동물도, 사람도 소박해
화려하고 웅장한 주변 경관과 대조를 이루듯 우유니에 터 잡은 사람들의 생활은 더없이 소박하다. 하루를 꼬박 달려야 서로 닿는 원주민 마을은 하나같이 작고 검소하다. 유일한 자원인 소금에 기대거나 관광객을 상대로 푼돈을 버는 것이 그들 경제활동의 거의 전부다. 풍족하진 않지만 굳이 더 가지려 애쓰지도 않는다. 어쩌면 바로 그런 태도가 신산한 고원의 삶을 지탱하는 지혜인지도 모른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큰 몸집을 흐느적대는 플라밍고 떼는 호수 속의 작은 식물성 플랑크톤만으로 제 배를 불린다. 안데스의 전령, 야마도 어디서든 풀만 보이면 고개를 숙인다. 몸집이 작은 여우도, 긴 털로 무장한 비스카차(토끼처럼 생긴 친칠라의 일종)도 저마다 칼바람을 이겨내며 먹이를 찾아 사막을 누빈다. 모두 최소한의 필요로만 삶을 꾸린다. 필요하지 않은 기능은 진작 퇴화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사정이 그러하니 우유니를 찾는 여행자들의 차림도 단출하다. 사막을 건너는 2~3일 동안은 문명과 단절된다. 숙소도 비바람만 간신히 막을 정도의 흙벽에 둘러싸인 방 안에 덩그러니 놓인 낡은 철제 침대가 전부다. 따뜻한 물이나 샤워는커녕 화장실조차 드물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곧바로 전기가 끊겨 사방은 암흑으로 변한다. 이때 유일한 위안은 암흑 위로 쏟아질 듯 밀려드는 주먹만 한 별들이다. 수천, 수만 년 동안 비바람에 깎이고 다져져 실로리 사막(Pampas Siloli)에 흩뿌린 듯 자리 잡은 기암괴석은 다난했던 세월의 흔적을 제 몸에 그대로 품고 있다. 누렇고 또 붉은 화산암의 무리는 그렇게 인간이었다가 또 동물이었다가 다시 식물의 모습으로 변하며 안데스의 오늘을 말없이 대변하고 있다.
소금사막 아래 묻힌 리튬, ‘신의 선물’ 될까
광활한 소금사막 전체에서 인간의 손이 닿은 인공물은 ‘소금호텔’이 유일하다. 벽과 기둥은 물론 내부의 탁자와 의자까지 모조리 소금, 즉 암염 덩어리로 만들어졌다. 관광객들은 직접 ‘소금집’의 맛을 확인한 뒤에야 꿈처럼 펼쳐진 하얀 풍경이 눈이 아니라 소금임을 다시금 실감한다.
소금사막의 지하에는 안데스 산맥에서 화산암 지역을 거쳐 흘러온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물이 흐르는데,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거기에 섞인 리튬은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540만t이다. 리튬은 노트북과 휴대전화 같은 첨단기기와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이온 전지의 핵심원료다. 자연히 ‘녹색 성장’을 외치는 선진국들의 눈길이 우유니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이미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 중국,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볼리비아의 지독한 가난과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리튬 개발은 필요하다. 하지만 개발이 본격화되면 또 하나의 청정 지대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른바 ‘저탄소 녹색성장’을 핑계로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 볼리비아는 식민지 시절 참혹한 수탈을 겪은 나라다. 그들에게 외국 자본이 앞장선 리튬광 개발 시도가 달가울 리 없다. 결국 무조건 손을 내밀 수도,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볼리비아는 지금 복잡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안데스가 품은 무궁한 지하자원은 오히려 외세의 침략을 불렀다. 이제 우유니의 리튬은 그들에게 ‘신의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열강이 남긴 그늘은 아직도 우유니의 미래에 넓고도 깊게 드리워 있다.
우유니 투어의 백미는 물론 소금사막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남쪽으로 칠레 국경에 이르기까지 ‘알티플라노’라 불리는 볼리비아 고원지대의 기막힌 절경이 계속 이어진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호수(라구나)들이다. 각각의 라구나는 박테리아나 미네랄 또는 비철금속 같은 성분에 따라 저마다 다른 빛깔을 낸다. 파스텔 톤으로 넓게 펼쳐진 호수의 언저리에는 연분홍빛 깃털을 뽐내는 플라밍고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근처 초지에서는 부지런히 풀을 뜯는 야마 또는 비꾸냐 같은 고산 동물도 쉽게 볼 수 있다.
호수 뒤로는 만년설을 머리에 인 해발 5000m 이상의 고봉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과연 볼리비아가 남미 안데스의 본령임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장관이다. 하지만 눈앞의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느껴진다고 자칫 뛰기라도 하다간 금세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그저 황량한 벌판을 달려온 것 같지만 주위는 산소가 희박한 해발고도 3000m 이상의 고지대다.
칠레 국경에 가까울수록 화산 지대가 넓게 펼쳐진다. 특히 해발 4870m에 위치한 ‘아침의 태양(Sol de Manana)’이라는 간헐천 지역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잿빛 진흙구덩이는 물론 맹렬한 기세로 유황 증기를 내뿜는 구멍 덕분에 활화산의 자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관광 명소다. 간헐천 근처에는 대지의 뜨거운 기운으로 형성된 노천 온천도 마련돼 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어느 정도 여독이 풀리고 영하의 추위 속에 사막 한가운데서 온천욕을 즐기는 이채로운 경험도 할 수 있다.
우유니에서는 동물도, 사람도 소박해
화려하고 웅장한 주변 경관과 대조를 이루듯 우유니에 터 잡은 사람들의 생활은 더없이 소박하다. 하루를 꼬박 달려야 서로 닿는 원주민 마을은 하나같이 작고 검소하다. 유일한 자원인 소금에 기대거나 관광객을 상대로 푼돈을 버는 것이 그들 경제활동의 거의 전부다. 풍족하진 않지만 굳이 더 가지려 애쓰지도 않는다. 어쩌면 바로 그런 태도가 신산한 고원의 삶을 지탱하는 지혜인지도 모른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큰 몸집을 흐느적대는 플라밍고 떼는 호수 속의 작은 식물성 플랑크톤만으로 제 배를 불린다. 안데스의 전령, 야마도 어디서든 풀만 보이면 고개를 숙인다. 몸집이 작은 여우도, 긴 털로 무장한 비스카차(토끼처럼 생긴 친칠라의 일종)도 저마다 칼바람을 이겨내며 먹이를 찾아 사막을 누빈다. 모두 최소한의 필요로만 삶을 꾸린다. 필요하지 않은 기능은 진작 퇴화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사정이 그러하니 우유니를 찾는 여행자들의 차림도 단출하다. 사막을 건너는 2~3일 동안은 문명과 단절된다. 숙소도 비바람만 간신히 막을 정도의 흙벽에 둘러싸인 방 안에 덩그러니 놓인 낡은 철제 침대가 전부다. 따뜻한 물이나 샤워는커녕 화장실조차 드물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곧바로 전기가 끊겨 사방은 암흑으로 변한다. 이때 유일한 위안은 암흑 위로 쏟아질 듯 밀려드는 주먹만 한 별들이다. 수천, 수만 년 동안 비바람에 깎이고 다져져 실로리 사막(Pampas Siloli)에 흩뿌린 듯 자리 잡은 기암괴석은 다난했던 세월의 흔적을 제 몸에 그대로 품고 있다. 누렇고 또 붉은 화산암의 무리는 그렇게 인간이었다가 또 동물이었다가 다시 식물의 모습으로 변하며 안데스의 오늘을 말없이 대변하고 있다.
소금사막 아래 묻힌 리튬, ‘신의 선물’ 될까
광활한 소금사막 전체에서 인간의 손이 닿은 인공물은 ‘소금호텔’이 유일하다. 벽과 기둥은 물론 내부의 탁자와 의자까지 모조리 소금, 즉 암염 덩어리로 만들어졌다. 관광객들은 직접 ‘소금집’의 맛을 확인한 뒤에야 꿈처럼 펼쳐진 하얀 풍경이 눈이 아니라 소금임을 다시금 실감한다.
소금사막의 지하에는 안데스 산맥에서 화산암 지역을 거쳐 흘러온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물이 흐르는데,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거기에 섞인 리튬은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540만t이다. 리튬은 노트북과 휴대전화 같은 첨단기기와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이온 전지의 핵심원료다. 자연히 ‘녹색 성장’을 외치는 선진국들의 눈길이 우유니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이미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 중국,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볼리비아의 지독한 가난과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리튬 개발은 필요하다. 하지만 개발이 본격화되면 또 하나의 청정 지대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른바 ‘저탄소 녹색성장’을 핑계로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 볼리비아는 식민지 시절 참혹한 수탈을 겪은 나라다. 그들에게 외국 자본이 앞장선 리튬광 개발 시도가 달가울 리 없다. 결국 무조건 손을 내밀 수도,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볼리비아는 지금 복잡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안데스가 품은 무궁한 지하자원은 오히려 외세의 침략을 불렀다. 이제 우유니의 리튬은 그들에게 ‘신의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열강이 남긴 그늘은 아직도 우유니의 미래에 넓고도 깊게 드리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