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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의 효시 금오신화’ ‘3·1운동은 한민족 네트워크화 효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효시(嚆矢)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효시는 어떤 일의 처음이라는 의미로 쓰였지만,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우는 화살’이라는 뜻이다. 도대체 어떤 일의 처음과 우는 화살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화살 날아가는 소리로 전쟁 시작 알려
옛날 중국에서는 전쟁을 시작하는 신호로 ‘우우웅~’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화살을 적진에 쏘았다고 한다. 이렇게 ‘우는’ 화살은 확성기 같은 설비가 없었던 당시로써는 병사들에게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이로부터 사물의 처음 시작, 혹은 사건이 처음 일어남을 효시라고 하게 됐다. 효시를 시작이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한 예는 ‘장자’(莊子) 재유편(在宥篇)에서 볼 수 있다.

효시 즉, 우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화살이 수학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자. 수학의 흥미로운 이야기 가운데 ‘제논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스 수학자 제논은 기원전 490년경에 태어나 기원전 430년 무렵까지 활약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피타고라스학파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역설을 만들었다. 그 가운데는 유한과 무한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그의 역설이 잘못됐음을 밝히려는 수학자들의 노력으로 미적분학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무한대와 무한소의 개념이 점점 다져졌다. 결과적으로 제논의 역설은 수학발전에 대단히 큰 영향을 끼친 셈이다.

그의 역설의 주된 내용은 유한한 구간을 무한히 나누었을 때 생기는데 먼저 화살과 관련이 있는 것을 알아보자. 제논이 활동할 당시 학문의 주류는 피타고라스학파가 이끌고 있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시간은 크기가 없는 시각의 무한한 모임”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에 대해 제논은 “시간이 크기가 없는 시각의 무한한 모임이라면 날아가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라는 역설로 반박했다.

활시위를 떠나 공중을 나는 화살을 생각해보자. 이 화살은 나는 동안 각각의 시각에서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고 결국 그때마다 정지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지상태가 무한히 많으면 운동은 성립할 수 없다. 그러나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날아가므로 시간이 무한히 많은 시각으로 이뤄져 있다는 주장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시간에 관련된 제논의 역설 중에는 “어떤 시간과 그 시간의 반은 같다”는 주장도 있다.

앞 그림과 같이 정지 상태에 있는 A와 5개의 성분이 겹쳐 있으며 A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B, 그리고 A와 5개의 성분이 겹쳐 있으며 A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는 C가 있다고 하자. 이때 B와 C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세 성분 A, B, C는 나란히 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B의 5개 성분은 A의 겹쳐져 있지 않았던 5개의 새로운 성분을 스쳐 지나가게 되고, 그와 동시에 C의 성분 10개를 스쳐 지나가게 된다. 마찬가지로 C도 A의 겹쳐져 있지 않은 5개의 새로운 성분을 스쳐 지나가며 그와 동시에 B의 성분 10개를 스쳐 지나게 된다. 스쳐 지나가는 각 시간은 스치는 원소의 개수에 비례하므로 B가 A를 스쳐 지나가는 시간은 B가 C를 스쳐 지나가는 시간의 반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일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B가 A와 C를 각각 스쳐 지나가는 시간은 같다. 결국 어떤 시간은 그 시간의 반과 같게 된다.

이 역설에 따르면 1시간과 30분은 같다. 그러나 그 당시 철학자들은 이 역설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림을 잘 보면 B와 C가 A를 스쳐 지나갈 때의 속도를 1이라 하면 B와 C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속도는 2다. 즉 두 대상이 다 움직일 경우는 속도의 차이인 상대속도를 측정해야한다. 따라서 제논의 이 역설은 모순이다.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기 위해 배우는데, 이는 결국 모순이 없게 생각을 다듬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수학을 공부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논리적인 사람이 돼 가므로 모순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이광연 교수는 성균관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뒤 미국 와이오밍주립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아이오와대에서 방문교수를 지냈다. 현재 한서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 ‘신화 속 수학이야기’ ‘수학 블로그’ 같은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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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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