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위성 꼼짝 마
한반도 하늘은 하루 900개 가까운 위성이 지나다니고 있다. 국내에 가장 먼저 도입될 우주 전력은 위성감시 체계가 유력하다. 공군은 2010년대 말까지 전국 4곳에 한반도 상공을 날아가는 인공위성을 쫓는 추적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위성추적 시설 가운데 핵심으로는 위성레이저추적(SLR) 시스템을 꼽는다. SLR은 거울로 빛을 반사하는 원리로 위성 위치와 거리를 알아내는 장치다. 지상에서 발사된 레이저는 위성에 달린 거울에 맞고 반사된 뒤 지상으로 돌아간다. 레이저의 속도는 일정하므로 위성까지 오고 간 시간을 재면 위성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다. 초속 6~8km 속도로 나는 인공위성의 위치를 수cm 오차로 알아낼 정도로 정교하다.
국내에서도 ‘우주측지용 초정밀 위성레이저추적(ARGO)’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13년까지 250억 원을 들여 지름 1m짜리 레이저 반사거울을 단 고정형 시스템과 지름 60cm짜리 이동형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 8월 궤도 진입에 실패한 나로 호에 실려 있던 과학기술위성 2호에는 SLR 실험 장치가 설치되기도 했다. 이 기술은 레이저 출력을 높이면 위성을 공격하는 기술로 응용할 수 있다.
위성을 쫓는 데는 레이저와 함께 광학 기술도 사용된다. 레이저로 위성 위치는 알아낼 수 있지만 어떤 위성인지는 알 수 없다. 우주를 살펴보는 천체망원경을 통해서라면 식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천천히 도는 천체를 관찰하기 위해 만든 망원경은 빠르게 날아가는 위성을 포착하기 힘들다. 위성은 초당 몇°씩 움직이기 때문에 망원경의 추적 속도가 빨라야 한다. 고속 천체망원경은 초속 7.4km 속도로 350km 상공을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모습도 담을 수 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는 천체망원경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레이더로 추적하는 방법이 있다. 레이더의 경우 날씨가 나빠도 위성을 포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탐지거리가 짧아 고도 3만 6000km 이상 떨어져 있는 정지궤도를 추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가격만 수천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군은 장기적으로 광학추적시스템에 이어 레이저, 레이더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정찰위성, 남녀 식별 가능해져
현재 한국은 우주에서 땅 위에 있는 가로세로 1m인 물체를 식별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건물이나 버스와 트럭, 소형차 정도를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한 원격탐사 전문가는 “현재 아리랑 2호 위성사진은 해상도가 떨어져 군사 목적뿐 아니라 통상적인 지상 관측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촬영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2호에는 지름 0.6m짜리 반사거울이 달려 있다.
해상도를 높이려면 지구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빛을 많이 모야야 한다. 따라서 거울 지름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거울전체 표면도 균일하지 않으면 정교한 빛을 얻기 힘들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2008년 10월 세계에서 6번째로 개발한 지름 2m짜리 반사거울은 우주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위성사진으로 남녀를 구별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위성용 고해상도 카메라에 사용되는 반사거울은 군사 목적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천문 연구에도 쓰인다.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는 미국의 ‘허블우주망원경’ 렌즈 지름은 2.4m에 이른다. 하지만 반사거울은 ‘전략물자’로 분류돼 선진국은 기술 이전을 꺼려왔다. 지름 40cm 이상의 커다란 반사거울은 낱개로 팔지도 않는다. 아리랑 2호에 사용되고 있는 반사거울도 이스라엘에서 만들었다.
2011년 발사될 아리랑 3호에는 가로세로 70cm크기의 물체를 구별하는 카메라가 실릴 예정이다. 2020년 한국형우주발사체(KSLV-II)에 실려 발사될 아리랑 8호에는 3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하는 카메라가 달린다. 구름이 낀 날씨에도 지상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영상레이더(SAR)를 실은 아리랑 5호도 2010년 발사된다. SAR는 악천후에도 지형과 사물을 구별할 수 있어 군사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2020년에는 악천후에도 50cm 물체를 구별하는 레이더 위성도 확보하게 된다. 한반도의 땅과 바다를 악천후에도 관측할 수 있는 완벽한 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전에 대비해 레이저 무기를 도입하는 연구도 조심스럽게 추진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미 고에너지 레이저무기(THEL) 체계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격추하는 실험을 실시한 일이 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이나 위성을 지상이나 항공기에서 공격하는 레이저 무기가 주축이다. 국방과학연구소도 지난 3월 미래 전쟁에 대비해 2011년까지 레이저 무기의 효과를 예측하는 연구 용역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레이저 무기의 종류와 성능, 사거리에 따른 결과를 분석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주전력 확보 위해선 국산 로켓 기술 필수
세계에서 가장 앞선 우주 전력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지금도 수시로 GPS위성과 군 통신위성, 첩보위성을 쏘아 올린다. 러시아도 해마다 수십 차례씩 위성을 발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네 땅에서 필요한 때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 이스라엘 등 7~8개 나라에 이른다.
우주에서 언제나 작전을 펼치려면 필요할 때 언제든 위성을 만들어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 8월 최초의 소형위성발사체 나로 호(KSLV-I)가 궤도 진입에 실패하면서 로켓발사에 실패했다. 핵심기술인 1단 액체로켓을 러시아 후루니체프사의 지원을 받아 그대로 도입하면서 국산화에도 실패했다. 이창진 한국연구재단 우주단장(건국대 교수)은 “핵심 기술인 액체엔진 기술은 자립도가 50%, 추진시험기술은 23%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말 열린 국가우주개발심포지엄에서 정부는 2019년까지 1.5t급 인공위성을 우주에 실어 올릴 수 있는 한국형위성발사체(KSLV-II)를 국산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23년경에는 위성 여러 대를 동시 에 우주로 실어 나르는 로켓기술도 확보할 계획이다. 중소형 첩보위성을 쏘아 올리려면 이처럼 위성 여러 대를 발사하는 로켓 기술이 필요하다. 2020년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8호와 첨단소형위성 1C호를 함께 쏘 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2023년 첨단소형위성 2B와 2C호도 한 대의 로켓에 함께 실어 우주로 발사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현재 독자적으로 30t급 액 체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장치인 터보펌프와 가 스발생기를 포함한 액체로켓 기술 역시 탄도미사일 기술로 분류돼 기술을 이전 받을 수 없다. 대다수 로 켓 전문 인력이 나로 호 개발에 투입되면서 국산 로 켓 엔진 개발에도 차질을 빚었다. 또 30t 엔진 개발 에 성공한 뒤 75t 엔진을 개발하고 다시 이를 4개 묶 어 300t급 1단 로켓을 만드는 클러스터링 기술이 쉽 게 성공할지도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이 기술을 10년 이내에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견해 를 보인다. 클러스터링 기술은 아직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없다. 일본처럼 로켓 개발에 민간기업을 적극 참여시켜 효율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쪽에서는 계획대로 성공하면 2030년쯤이면 사람이 탑승할 만한 유인우주선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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