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 추진하려는 우주인 양성 프로그램은 20년 뒤 우주분야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양성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달을 탐사하고 국가 우주자산을 확대하려면 인재 양성이 먼저입니다.”
이계훈 공군참모총장(대장)은 2010년부터 공군에서 추진하는 우주인 후보 선발과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다. 2009년 창군 60주년을 맞아 ‘공군 비전 2030’을 발표한 이 총장은 12월 9일 과학동아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비전 2030은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모든 인공위성을 감시하고 때에 따라 물리칠 수 있는 우주 전력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갖추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공군 전투조종사 중 향후 우주비행사를 뽑는 방안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 공군 창설 60년을 맞아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비전은 무엇을 담고 있나?
“앞으로 20년 뒤인 2030년 공군이 ‘항공우주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 노력과 목표를 담고 있다. 여기에는 미래전에 필요한 전력과 인력, 교육 등 총 11개 분야로 나누어 세부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도 전투기와 수송기 등 항공전력뿐만 아니라 통신위성, 다목적위성 등 각종 위성의 군사적 활용이 점점 늘고 있는 중이다. 정부는 2025년경 달 탐사 계획도 갖고 있다.
유인 탐사의 경우 외국처럼 우주선 선장은 공군 조종사가 맡게 될 것이고 양성에 8~12년이 걸리니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지금 뽑은 후보가 반드시 우주에 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주 인력을 체계적으로 선발해 관리하자는 취지다. 원래는‘2030’ 앞에 비욘드(Beyond, 너머)를 붙였다. 공군이 60년간 하늘을 지켜왔다면 비전 2030은 앞으로 60년은 우주시대에 대비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 2009년 창설 60주년을 맞은 중국 공군도 ‘우주작전’을 하나의 주요 임무라고 밝히고 있다. 우주 분야에서 한반도 주변 정세는 어떤가?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이웃나라인 중국도 우주 기술에서 우리를 훨씬 앞서 가고 있다. 중국은 인공위성 요격실험에 성공했고 일본도 지구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정찰위성을 쐈다. 주변국의 우주 기술 발전 상황을 항상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앞선 정보기술(IT)을 갖고 있는 만큼 중국 등 주변국과 교류를 통해 우주 분야에 앞선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과 러시아와의 협력도 계속할 것이다. 지금도 한국의 ‘국격(國格)’은 충분히 올라가 있지만 그러다 보면 점차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할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듯 다른 나라들과 인적 교류나 정보 교류를 통해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 공군이 예상하고 있는 미래 우주 작전 수행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그려 달라.
“지금도 한반도 상공에는 900개 이상의 위성이 지나다니고 그중 상당수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먼저 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이른바 우주 감시 체계다. 그리고 다른 나라처럼 정밀한 정찰위성을 보유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다. 지금도 통신위성인 무궁화위성과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2호가 있지만 군 전용위성이 필요하다.
또 지금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하고 운영하지만, 앞으로는 미국처럼 공군이 참여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우주 공간의 통제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당연히 우리 군의 몫이라고 본다. 우주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지력을 보유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 항공 우주 분야는 첨단 과학이 집약된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그만큼 과학자들과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공군은 우주 분야의 과학자, 기술자와 한 배를 탔다고 본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듯 공군과 과학기술계가 힘을 합치면 우주 기술 발전에 큰 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군은 기술을 확산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지금도 공군 장교들이 한국천문연구원 등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있다. 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 8월 한국 최초 위성발사체 나로호(KSLV-I)를 발사할 때 지원하기도 했다. 공군은 도움이 필요한 여러 연구 기관들과 실질적 협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전투기를 조종하는 위관 장교를 대상으로 소수인원을 정기적으로 뽑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단계적으로 우주인을 훈련시키고 관리하는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우주 얘기를 하면 아주 먼 나라 얘기라고들 생각하지만 착실히 추진하면 지금 중학생이 군에 들어와서 공군 소령이 될 때쯤이면 우주인이 될 수 있다.”
▶ 2009년 처음 20~30대 성인을 대상으로 국민 조종사를 뽑았고 또 해마다 스페이스 챌린지 대회를 열고 있다. 항공우주 문화 확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해마다 국군의 날이나 부대 방문 행사 등을 통해 낙도 어린이들을 데려다가 비행기도 태워주고 사진도 함께 찍고 있다. 공군이 운영하고 있는 항공소년단은 지역별로 8개 연맹으로 이뤄져 있고 매년 5월 열고 있는 모형항공기 대회는 시작한 지 30년을 맞을 만큼 유서 깊은 대회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대회 이름을 스페이스 챌린지로 바꿔 더 확대하기도 했다. 항공우주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미래 꿈나무인 초·중·고생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령 시절 낙도 어린이들을 초청해 비행복을 입히고 조종사 헬멧을 쓰고 사진을 찍는 행사를 한 적이 있다. 며칠 뒤 학생들은 데려온 교사에게서 편지 한 통 받았는데 학생들이 미래 항공우주인이 되고 싶고 조종사가 되려는 꿈을 갖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보내왔다. 어린 시절 한번 가진 인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학생들에게 항공 우주의 꿈을 심어주는 역할을 계속할 계획이다.”
▶ 항공우주 시대로 가는 과정에서 현재 교육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행기가 날아가는 기본 개념인 베르누이 정리조차 일부 교과서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유체가 흐르는 속도와 압력, 높이 관계를 수량적으로 나타낸 이 법칙은 항공기가 나는 원리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현상을 설명한다. 미래 항공 전문가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린 학생들이 보는 과학 교과서에 비행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기초적인 내용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미래 과학자와 공군 조종사를 꿈꾸며 우주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원하는 청소년에게 조언한다면….
“요즘 젊은 세대는 공부는 잘하지만 안경을 쓰거나 체력이 안 되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공군 조종사나 우주인이 되려면 지식도 많고 체력도 좋고 성품도 확실해야 한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 두뇌 모두 고르게 키워 나가야 하는 만큼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고 본다. 무엇보다 야망을 가져야 한다. 어린 시절 동네 부근에 있는 비행장 위를 날아가는 전투기를 보고 공군 조종사의 꿈을 꿨다. 꿈을 갖고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이루게 된다. 다가오는 우주시대에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노력한다면 정말 그 꿈을 이룰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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