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 한글날 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달 충돌 실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LCROSS(Lunar CRater Observation and Sensing Satellite), 즉 ‘달 크레이터 관측 및 감지 위성’은 달에 충돌체를 떨어뜨려 달 표면에 크레이터(구덩이)가 생성되는 과정을 관측하고, 충돌 때 달에서 분출되는 물질의 성분을 감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실험의 궁극적인 목적은 달에 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있었다. 월면에 상주 기지를 건설할 계획인 NASA는 달에 물이 있을 경우 탐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굳이 지구에서 물을 가져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충돌은 바로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탐사였다. 지난 6월 함께 발사된 LRO(달 정찰위성)와 LCROSS가 NASA의 과학임무국이 아닌 탐사시스템임무국의 주도로 운영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이번 임무에 NASA는 7900만 달러(약 920억 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입했다. 이는 달에서 물이 갖는 높은 미래 가치를 방증하는 것이다. LCROSS가 충돌하기까지의 상황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봤다.
LRO와 찬드라얀 최신 장비로 충돌지점 선정
LCROSS는 충돌체와 위성 본체로 구성돼 있다. 2005년 템펠1 혜성과 충돌한 우주선인 ‘딥 임팩트’와는 달리 특별히 제작한 충돌체를 사용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위성을 쏘는 데 사용한 발사체 2단인 센타우르 로켓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달까지 매달고 가 충돌체로 활용한 것이다. 센타우르 로켓을 날려 보낸 위성 본체는 달 충돌 때 발생하는 섬광과 분출물을 자세히 관측하기 위해 첫 번째 충돌지점에 한 번 더 충돌하도록 계획됐다.
이를 위해 LCROSS는 발사 뒤 3개월간 달 공전궤도보다 훨씬 기울어진 궤도를 돌면서 연료 탱크를 깨끗이 비웠다. 기체 내부에 연료가 남아 있을 경우 나타날 영향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이 기간은 충돌지점을 선정하기 위한 시간으로도 활용됐다.
LCROSS는 달 북극 또는 남극의 영구그림자 지역에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 이외에는 정확한 충돌지점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사됐다. NASA는 LRO의 관측결과를 주요 자료로 삼고, 달 주변을 도는 일본의 가구야와 인도의 챤드라얀이 관측한 결과를 보조 자료로 활용해 충돌지점을 선정했다. 충돌지점을 정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수소분포가 집중된 지
역인지 여부였다. 즉 물이 가장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지점을 선정하려는 의도였다. 최근 찬드라얀과 LRO가 관측한 자료에 따르면 모든 영구그림자 지역에 수소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영구 그림자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수소가 집중돼 있었다.
1998년 발사돼 달 주변을 돌던 탐사선인‘루나 프로스펙터’의 중성자검출기는 해상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이 명확하게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LRO와 찬드라 얀에 달린 장비는 해상도가 높아 어떤 크레이터에 더많은 수소가 집중돼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충돌체는 목표 지점에서 반경 1.2km 내외에 낙하하기 때문에 주변에 바위가 없어야 한다. 또 지형이 평평하고 경사가 없어야 하며, 만약 경사가 있더라도 완만해야 한다. 이 때문에 높은 해상도를 가진 LRO의 사진과 가구야의 고도계 자료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됐다.
한국 관측팀도 총출동
충돌지점 선정의 또 다른 기준은 지구에서 관측하기 쉬워야 한다는 점이었다. 왜였을까. 센타우르 로켓이 월면에 충돌할 때 위성 본체에 있는 관측 장비가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또 우주의 유일한 관찰자인 위성 본체마저 달에 충돌할 때 이를 지구상 천문학자들이 쉽게 관측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충돌예상 크레이터는 충돌시점에 지구에서 잘 보이는 장소여야만 했다.
이는 충돌 한 달 전에 커베우스 크레이터 A1으로 결정된 충돌지점이 지상관측팀 천문학자들의 요청으로 보름 뒤 커베우스 크레이터로 변경된 이유다. 충돌시각도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천체망원경이 자리 잡고 있는 하와이에서 관측하기에 적당한 때로 결정됐다. 충돌시점에 하와이를 비롯한 미국 서부 지역은 밤이었기 때문에 유명한 천문대 대부분은 이 지상관측에 참여했다.
한국천문연구원도 LCROSS 충돌 지상관측팀의 일원으로 영천의 보현산 천문대와 미국 애리조나 주소재의 레몬산 천문대에서 동시에 관측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LCROSS가 충돌하고 약 1시간 뒤에 달이 뜨기 때문에, 보현산 천문대의 지름 1.8m 망원경을 이용해 충돌 이후 어떤 가스가 발생하는지, 태양빛을 받은 가스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는지 조사하기 위해 분광관측을 계획했다.
애리조나 주에서는 충돌 때 발생하는 섬광을 관측하기 위해 레몬산 천문대의 지름 1m 원격망원경으로 사진관측을 진행했다. 물 확인되면 새 연구과제‘수두룩’LCROSS는 예정된 시간에 예정된 장소에서 정확하게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LCROSS 위
성 본체를 제외하고는 지구상 어떤 망원경에서도 충돌 섬광과 커다란 먼지구름은 관측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충돌 섬광이나 먼지구름은 물의 존재 여부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은 현상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물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물 분자가 태양빛을 흡수하는 파장을 분광 관측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 관측 자료
는 분석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달에 물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아직 판단할 수는 없는 상태다.
하지만 지난 9월 찬드라얀의 관측 결과, 달의 극지역으로 갈수록 물의 흔적이 많이 나타났다는 내용과 LCROSS 위성 본체에서 관측한 초기 자료를 종합할 때 어느 정도의 물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럴 경우 달에 얼마나 많은 물이 존재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중요한 연구과제가 될 것이다. 동시에 과학계는 이 같은 실용적인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밝혀야 할 새로운 임무까지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준 연구원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부에서 혜성, 카이퍼 벨트 천체, 소행성, 지구접근천체 등과 같은 태양계 소천체에 대한 관측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LCROSS
지상관측팀의 일원이다.
하지만 이 실험의 궁극적인 목적은 달에 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있었다. 월면에 상주 기지를 건설할 계획인 NASA는 달에 물이 있을 경우 탐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굳이 지구에서 물을 가져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충돌은 바로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탐사였다. 지난 6월 함께 발사된 LRO(달 정찰위성)와 LCROSS가 NASA의 과학임무국이 아닌 탐사시스템임무국의 주도로 운영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이번 임무에 NASA는 7900만 달러(약 920억 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입했다. 이는 달에서 물이 갖는 높은 미래 가치를 방증하는 것이다. LCROSS가 충돌하기까지의 상황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봤다.
LRO와 찬드라얀 최신 장비로 충돌지점 선정
LCROSS는 충돌체와 위성 본체로 구성돼 있다. 2005년 템펠1 혜성과 충돌한 우주선인 ‘딥 임팩트’와는 달리 특별히 제작한 충돌체를 사용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위성을 쏘는 데 사용한 발사체 2단인 센타우르 로켓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달까지 매달고 가 충돌체로 활용한 것이다. 센타우르 로켓을 날려 보낸 위성 본체는 달 충돌 때 발생하는 섬광과 분출물을 자세히 관측하기 위해 첫 번째 충돌지점에 한 번 더 충돌하도록 계획됐다.
이를 위해 LCROSS는 발사 뒤 3개월간 달 공전궤도보다 훨씬 기울어진 궤도를 돌면서 연료 탱크를 깨끗이 비웠다. 기체 내부에 연료가 남아 있을 경우 나타날 영향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이 기간은 충돌지점을 선정하기 위한 시간으로도 활용됐다.
LCROSS는 달 북극 또는 남극의 영구그림자 지역에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 이외에는 정확한 충돌지점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사됐다. NASA는 LRO의 관측결과를 주요 자료로 삼고, 달 주변을 도는 일본의 가구야와 인도의 챤드라얀이 관측한 결과를 보조 자료로 활용해 충돌지점을 선정했다. 충돌지점을 정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수소분포가 집중된 지
역인지 여부였다. 즉 물이 가장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지점을 선정하려는 의도였다. 최근 찬드라얀과 LRO가 관측한 자료에 따르면 모든 영구그림자 지역에 수소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영구 그림자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수소가 집중돼 있었다.
1998년 발사돼 달 주변을 돌던 탐사선인‘루나 프로스펙터’의 중성자검출기는 해상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이 명확하게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LRO와 찬드라 얀에 달린 장비는 해상도가 높아 어떤 크레이터에 더많은 수소가 집중돼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충돌체는 목표 지점에서 반경 1.2km 내외에 낙하하기 때문에 주변에 바위가 없어야 한다. 또 지형이 평평하고 경사가 없어야 하며, 만약 경사가 있더라도 완만해야 한다. 이 때문에 높은 해상도를 가진 LRO의 사진과 가구야의 고도계 자료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됐다.
한국 관측팀도 총출동
충돌지점 선정의 또 다른 기준은 지구에서 관측하기 쉬워야 한다는 점이었다. 왜였을까. 센타우르 로켓이 월면에 충돌할 때 위성 본체에 있는 관측 장비가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또 우주의 유일한 관찰자인 위성 본체마저 달에 충돌할 때 이를 지구상 천문학자들이 쉽게 관측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충돌예상 크레이터는 충돌시점에 지구에서 잘 보이는 장소여야만 했다.
이는 충돌 한 달 전에 커베우스 크레이터 A1으로 결정된 충돌지점이 지상관측팀 천문학자들의 요청으로 보름 뒤 커베우스 크레이터로 변경된 이유다. 충돌시각도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천체망원경이 자리 잡고 있는 하와이에서 관측하기에 적당한 때로 결정됐다. 충돌시점에 하와이를 비롯한 미국 서부 지역은 밤이었기 때문에 유명한 천문대 대부분은 이 지상관측에 참여했다.
한국천문연구원도 LCROSS 충돌 지상관측팀의 일원으로 영천의 보현산 천문대와 미국 애리조나 주소재의 레몬산 천문대에서 동시에 관측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LCROSS가 충돌하고 약 1시간 뒤에 달이 뜨기 때문에, 보현산 천문대의 지름 1.8m 망원경을 이용해 충돌 이후 어떤 가스가 발생하는지, 태양빛을 받은 가스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는지 조사하기 위해 분광관측을 계획했다.
애리조나 주에서는 충돌 때 발생하는 섬광을 관측하기 위해 레몬산 천문대의 지름 1m 원격망원경으로 사진관측을 진행했다. 물 확인되면 새 연구과제‘수두룩’LCROSS는 예정된 시간에 예정된 장소에서 정확하게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LCROSS 위
성 본체를 제외하고는 지구상 어떤 망원경에서도 충돌 섬광과 커다란 먼지구름은 관측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충돌 섬광이나 먼지구름은 물의 존재 여부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은 현상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물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물 분자가 태양빛을 흡수하는 파장을 분광 관측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 관측 자료
는 분석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달에 물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아직 판단할 수는 없는 상태다.
하지만 지난 9월 찬드라얀의 관측 결과, 달의 극지역으로 갈수록 물의 흔적이 많이 나타났다는 내용과 LCROSS 위성 본체에서 관측한 초기 자료를 종합할 때 어느 정도의 물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럴 경우 달에 얼마나 많은 물이 존재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중요한 연구과제가 될 것이다. 동시에 과학계는 이 같은 실용적인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밝혀야 할 새로운 임무까지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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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연구원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부에서 혜성, 카이퍼 벨트 천체, 소행성, 지구접근천체 등과 같은 태양계 소천체에 대한 관측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LCROSS
지상관측팀의 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