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공황상태가 될 때 뇌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밝혀졌다.
영국 런던대 레이먼드 돌란 교수팀은 가상공간에 있는 맹수가 피험자를 향해 다가올 때 뇌 활동부위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영역인 전뇌에서 본능적인 반응을 관장하는 중뇌로 옮겨간다는 사실을 핵자기공명영상으로 보였다.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8월 24일자에 실렸다.
사람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공포의 대상이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행동 반응이 다르다. 맹수가 멀찌감치 있을 때는 겁을 먹으면서도 슬금슬금 피하는 여유가 있지만 코앞에 닥쳤을 때는 혼비백산해 그 자리에 얼어붙거나 무모하게 덤비기도 한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뇌의 반응이 급변하는 이유는 생존에 가장 유리한 메커니즘이기 때문. 여유가 있는데도 우왕좌왕하거나 절박한데도 침착하게 행동하는 개체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번 연구는 뇌가 상황에 맞게 즉각적으로 공포 회로를 바꿔치기 해 적절한 행동을 유도하도록 진화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돌란 교수는 “맹수가 멀리 있을 때 활동하는 전전두 피질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이성적 영역”이라며 “사태가 급박해지면 본능적인 반사행동을 관장하는 중뇌가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두 종류의 공포 회로를 발견한 이번 성과는 만성근심이나 공황장애처럼 공포 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긴 질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