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마시면 살 빠질까? 차 음료의 진실



어떤 음료를 고를까. 편의점 냉장고 앞에 선 여대생 차다혜(가명) 씨는 잠시 고민에 빠진다.‘V라인’‘벨리라인’‘0kcal’‘미백효과’ …. 저마다 다양한 효능을 강조하는 차음료가 그녀의선택을 기다린다. 한참을 고민하던 차 씨는 결국 제일 가까이 있는 제품을집어 들었다.

건강뿐 아니라 다이어트와 미용 효과를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차 음료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광동제약은 비뇨기의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옥수수수염을 원료로 한 ‘옥수수수염차’를, 남양유업은 몸이 붓는 일을 막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차 성분들을 혼합해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이하 17차)’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칠성은 섬유질이 풍부해 장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현미를 원료로 한 ‘오늘의 차 현미 쏙차’를, 해태는 미백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는 상백피나 백차로 만든 ‘순백차’를 출시했다.

 



‘V라인 얼굴’, 황금빛 옥수수수염차의 유혹



광동제약은 김태희 씨를 옥수수수염차의 모델로 내세워 V라인 열풍을 몰고 왔다. 황금빛 옥수수수염차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2006년 7월 첫선을 보인 광동 옥수수수염차는 올해 9월 현재 4억 병이 넘게 팔렸으며 많은 회사들이 앞다퉈 옥수수수염을 원료로 한 차 음료를 내놓고 있다. 우리 조상들도 옥수수수염차를 즐겨 마셨다. 허준의 ‘동의보감’과 조선 후기 황도연이 지은 한의서인 ‘방약합편’에 따르면 소변이 찔끔거리고 잘 나오지 않을 때 옥수수수염을 다린물을 마시면 효과가 있다. 옥수수수염은 몸에서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시켜 얼굴이 붓는 일도 막는다. V라인 얼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옥수수수염이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이뇨 작용을 촉진하고 요로결석이나 전립선 비대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5월 중앙대 의대 비뇨기과 명순철 교수와 중앙대 약대 이민원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옥수수수염 추출물에서 전립선비대증을 막는 활성물질 3가지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쥐 70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페닐에 프린과 흥분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또 다른 그룹에는 페닐에프린, 아세틸콜린과 함께 옥수수수염 추출물을 투여했다. 페닐에프린과 아세틸콜린은 전립선을 비대하게 만들어 방광과 요도를 수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실험 결과 옥수수수염 추출물을 함께 투여한 쥐는 페닐에프린과 아세틸콜린만 투여한 쥐에 비해 방광이나 요도가 수축하는 정도가 적게는 약 60%에서 많게는 90%까지 줄었다.

 



연구팀은 요로결석의 억제 효과와 관련한 실험도 했다. 그 결과 8주 동안 250mg의 옥수수수염 추출물을 꾸준히 투여한 쥐는 결석이 57% 이상 줄고, 같은 기간에 500mg의 옥수수수염 추출물을 투여한 쥐는 65% 이상 결석이 줄어든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메밀과 현미의 공통점

“방심하면 망가진다.”

남양유업이 출시한 17차의 모델 전지현 씨가 광고에서 S라인 몸매를 뽐내며 던지는 메시지다. 그녀처럼 날씬해지고 싶은 바람에 많은 여성들이 이 제품을 찾는다. 17차에는 대맥, 율무, 메밀, 현미, 둥굴레 등 17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일부는 차의 원료로 쓰이며, 다른 일부는 식품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넓은 범위에서 이들은 모두 한약재에 속한다.

한의학에서 대맥(보리)은 몸 안에 남는 수분을 몸 밖으로 내보내 얼굴이나 몸이 붓는 일을 막는다고 설명한다. 맛이 달고 담백한 율무도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성분이다. 지금은 주로 국수를 만들어 먹는 메밀은 흉년이 들 때 우리 조상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준 작물의 하나였다. 메밀은 100g당 약 360kcal의 열량을 내 쌀(100g당 350kcal)과 비슷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메밀은 백미보다 8배, 밀가루보다 2배 많은 섬유질이 들어 있어 소화와 배변을 돕고 루틴(rutin)을 함유하고 있어 모세혈관을 튼튼히 하고 혈압도 낮춘다.‘오늘의 차 현미쏙차’의 원료이기도 한 현미는 섬유질이 풍부해 배변을 돕기 때문에 배가 더부룩해지는 걸 막는다. 현미는 혈당수치를 낮추는 효과도 있어 당뇨나 비만환자의 식사에도 쓰인다.

해태가 출시한 순백차와 같은 일부 차 음료에는 피부미백, 보습,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있어 미백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는 상백피와 백차가 들어간다. 상백피는 뽕나무 뿌리의 껍질을 벗겨 만든 한약재로 천식을 치료하고 수분을 배출한다. 백차는 차의 어린 싹을 그대로 건조시켜 만들며 당뇨환자들에게 좋고, 열을 발산하는 효과가 있다.



다이어트 효과 내는 카테킨 들었나

대부분의 탄산음료나 과일맛 음료는 특정 과일맛을 내는 합성착향료를 쓴다. 예를 들어 포도맛 음료에는 포도맛을 내는 합성착향료가, 파인애플맛 음료에는 파인애플맛을 내는 합성착향료가 쓰인다. 하지만 차 음료 대부분은 합성착향료를 쓰지 않고 설탕 같은 당 성분을 적게 사용하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탄산음료만큼 열량이 높지 않아 먹어도 살찔 염려는 없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차 음료를 출시한 회사들이 팔등신 미녀를 내세워 과대 광고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많은 여성들은 제품을 홍보하는 날씬한 모델을 보며 음료만 마시면 그들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차 음료를 계속 마신다고 살이 빠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먹었을 때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는 성분은 폴리페놀의 일종인 카테킨으로 녹차 중량의 10~15%를 차지한다. 카테킨은 음식물로 섭취한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쓰이도록 만들어체내에 축적되는 일을 막는다. 하지만 녹차에서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이 들어가면 음료의맛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출시된 차 음료는 몇몇 제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녹차를 원료로 쓰지 않는다.

 





일부 제품은 ‘제로칼로리(0cal)’를 강조하지만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따르면 일정량 이하의 열량을 가진 식품은 임의로 ‘무열량’ ‘저열량’이라고 ‘영양강조표시’를 할 수 있다. 식약청 영양정책과 이윤주 연구관은 “식품 100g 또는 100ml당 4kcal 미만일 때 무열량이라고 표기할 수 있으며 100g 또는 100ml당 40kcal 미만일 경우 저열량이라고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제품에 붙이는 영양함량표시에는 실제 열량을 정확히 표기해야 한다.

 


 

실제 음료에 포함된 성분의 함량이 지나치게 낮아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옥수수수염차 제품은 볶은 옥수수 추출액과 옥수수수염 추출액의 비율이 9대1로 옥수수수염보다 옥수수 추출액이 더 많이 들어 있다. 게다가 옥수수수염의 고형분은 0.06% 정도로 함량이 낮다.

여러 가지 원료를 섞어 만든 혼합차 음료 중에는 ‘혼합차 추출액 99%’라고만 표기해 각각의 차 성분이 어느 정도 들었는지 알 수 없고 고형분 함량도 1% 미만으로 낮은 경우도 있다. 맹화섭 한의원의 맹원모 원장은 “차 음료에 포함된 차 성분의 함량이 미미 한 만큼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것”이라고 말했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차 음료는 다른 음료보다 몸에 좋은 성분을 원료로 만들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마신다고 저절로 살이 빠지는 기능성 음료는 아니다. 아직까지 식약청에서 차 음료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한 사례가 없는 이유다.

 

 

체질에 따라 골라 먹는 한방차



 

최근 출시된 차 음료에는 한약재로 쓰이는 원료가 많이 들어 있다. 하지만 차 음료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약재의 효능보다는 맛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맹화섭 한의원의 맹원모 원장은 “한방차나 한약은 맛보다 효능, 체질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차 음료와는 달리 입에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의학에서는 약재의 성질을 ‘기미론(氣味論)’으로 설명한다. 기(氣)는 몸에 흡수됐을때 약재가 내는 기운을 말하며, 그 종류로는 차가움(寒), 뜨거움(熱), 따뜻함(溫), 서늘함(凉), 앞의 네 가지 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음(平)이 있다. 미(味)는 약재의 맛으로 신맛(酸), 쓴맛(苦), 단맛(甘), 매운맛(辛), 짠맛(鹹)이 있다.

맹 원장은 “약재의 종류에 따라 그 기운이 몸에 작용하는 부위도 다르며 이는 승강부침(升降浮沈)으로 설명한다”고 말했다. 가볍고 속이 빈 약재는 몸의 윗부분으로 향하며(升) 이와 반대로 무겁고 조직이 치밀한 약재는 아래로 향한다(降). 매운맛을 가진 약재는 몸의 윗부분이나 몸 밖으로 향하며(浮) 쓴맛이나 짠맛을 지닌 약재는 몸 내부로 향한다(沈).

예를 들어 뚱뚱하고 피부의 지방조직이 치밀한 사람이라면 땀구멍을 열어 열과 땀을 배출 하도록 도와주면 살을 뺄 수 있다. 맹 원장은“열(熱)을 몸의 표면으로 끌어올린 뒤 이 열을 피부에서 배출하는 성질(升,浮)을 가진 계지(계수나무의 잔가지)나 마황 같은 약재를 적절히 이용해 차나 한약을 지어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황은 심계항진(심장 박동이 빠르고 세지는 증상), 불면증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기미론과 체질에 따라 한방차나 한약을 짓기 때문에 사람마다 몸에 맞는 차나 약이 각기 다르다. 맹 원장은 “소양인은 소화기관에 열이 많기 때문에 여드름 같은 피부질환이 많이 생길 수 있다”며 “서늘한 성질을 지닌 녹차나 보리차를 평소에 충분히 마시면 피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음인은 소화기관이 약하기 때문에 소화불량에 걸리기 쉽다. 소음인은 원래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지만 소화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면 몸이 붓는 경우가 있다. 맹 원장은 “소음인은 소화기관을 따뜻하게 만드는 인삼차나 대추차를 자주 마시면 붓기를 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준덕 기자

🎓️ 진로 추천

  • 한의학
  • 식품학·식품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