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도 들을 수 있는 뇌 강연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보고, 우리 애들이 어떻게 하면 좀더 똑똑해지는지 알 수 있을까 해서 왔습니다.”
이 아주머니 옆자리에는 초등학생인 아들 2명이 호기심 가득한 눈을 시종일관 무대에서 떼지 못하고 앉아있다.
지난 3월 20일 오후 1시경.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는 부모님 손을 꼭 잡은 어린이, 교복을 차려 입은 중·고등학생, 넥타이를 맨 회사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국내 여러 뇌과학자들이 대중에게 뇌 연구의 중요성과 뇌에 대한 지식을 알리기 위해 공개강연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시작 전부터 1천8백석 좌석은 이미 절반 가량 채워졌다.
서울과학고에서 생물을 가르치는 김학현 교사도 학생들을 데리고 일찌감치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함께 온 신입생 허지영양은 “중학교 때는 뇌가 어떻게 생겼는지만 배웠어요. 뇌에 관한 전문지식을 쉽게 설명해주신다고 해서 흔치 않은 기회인 것 같아 왔습니다”라며 “대중강연회나 과학동아 같은 대중잡지에서 실생활과 밀접한 과학을 많이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맨 뒷좌석에서 만난 신석균씨는 은행에서 카드시스템을 구축한다. 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했지만 뇌과학에도 관심이 많다고. “지난 2002년에도 이 강연회에 왔었습니다. 그때 어떤 발표자가 뇌는 마치 순두부 같다는 표현을 했어요. 전 뇌가 돌처럼 단단할 거라고 상상했거든요. 또 해마를 다치면 기억을 못한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일반인들은 알고 온 게 아니라 알려고 온 겁니다. 내년 강연회에도 꼭 참석할 생각입니다.”
전세계 뇌과학자들은 매년 3월 셋째주를 ‘뇌주간’으로 정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개최한다. 1992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 행사는 현재 57개국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시작됐고, 올해는 3월 15일부터 20일까지 전국 9개 도시에서 공개강연이 열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신희섭 박사는 “뇌과학은 생물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과도 연결되는 융합적인 학문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이 강연회가 더 의미있는 것입니다”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뇌기능연구사업단장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경진 교수는 “뇌연구의 발전으로 신경윤리학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억력이 떨어진 노인에게 기억항진제를 주는 것에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수험생, 복잡한 도로를 기억해야 하는 운전자가 이를 복용하면 사회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험기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아 21세기 과학기술의 프론티어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뇌.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뇌과학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학생이 많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