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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솔라보트 시대 주춧돌 되겠다”

제11회 전국 인력선-솔라보트 대회 우승팀 '솔라포디엄'



“왜 솔라보트만 가지고 나오면 구름이 많은 거야~!”
“연상아, 진국아! 배 뒤쪽부터 조심히 내려!”

9월 4일, 이곳 대전 갑천에는 색다른 인터뷰 준비가 한창이다. 인터뷰의 주인공은 지난 8월 21일~22일 대전 갑천에서 열린 제11회 인력선-솔라보트 대회에서 솔라보트 부문에서 우승한 충남대 ‘솔리포디엄(solar podium)’팀. 팀을 이끄는 백승민(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4학년) 씨와 팀원 6명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배를 물에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솔라보트는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태양전지를 이용해 모터를 돌리는 배다.

길이 5.5m, 무게 80kg의 솔라보트는 실제로 보니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견고해 보였다. 배 옆면엔 팀 이름이자, 배 이름인 솔라포디엄이란 글자가 쓰여 있고, 윗면에는 가로 세로가 156mm인 반짝반짝한 태양전지가 200개나 빼곡히 붙어 있다. 구명조끼를 입은 팀원 두 명이 배를 양쪽에서 들고 물로 풍덩 들어갔다. 그들이 배를 고정시키고 있을 동안, 팀에서 가장 가벼운(?) 조정은(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3학년) 씨가 배에 올라타 배터리를 싣고 출발하기 위한 최종점검을 했다.

드디어 출발. 솔라보트에 시동을 걸자 부드럽게 모터 소리가 나면서 배가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엔진 소리가 시끄럽고 물이 튈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조 씨가 200m를 빠르게 주행하는 단거리 직선 코스 시범과, 25m 간격의 장애물 사이를 주행하는 곡선 코스 시범을 보였다. 배의 상태를 전화로 수시로 팀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자도 한 번 타보겠느냐는 말에 겁 없이 올라탔다. 사실 최고 속력이 시속 12km라기에 안심하고 탔는데, 실제 배의 속력은 상당히 빠르게 느껴졌다. 방향 조작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기름 값이 들지 않으니 수상 교통수단으로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첨단 태양전지로 배 무게 20kg 다이어트

간단히 솔라보트 시승을 마치고 팀원들과 강둑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왜 솔라보트를 만들게 됐는지였다.

“선박해양공학과를 다니면서 배 한 척은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태양전지로 가는 솔라보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라 더 끌렸죠.”

팀장인 백 씨의 질문은 너무 솔직했다. ‘무공해 에너지원을 이용한 친환경 교통수단에 관심 있어서’ 같은 답을 내심 기대했던 기자로서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배운 내용을 직접 실현하고자 하는 열정이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팀원들의 열정 때문이었을까. 솔라포디엄팀은 대회 참가 두 번째 만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우승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백 씨는 “사실 속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배의 무게”라며 “첨단 태양전지로 배를 가볍게 만든 것이 우승 비결”이라고 말했다. 실제 솔라포디엄은 다른 배보다 20kg 정도 가볍다.



다른 팀처럼 태양전지를 하나의 큰 판으로 이어붙인 솔라모듈을 사용하는 대신, 200개의 작은 태양전지를 일일이 전선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솔라모듈은 필요 이상의 태양전지가 들어 있어 배를 무겁게 만들고, 설치했을 때 판이 배 밖으로 삐죽 나와 배의 미관을 해친다는 단점이 있었다.

“처음엔 태양전지, 그리고 태양전지와 연결하는 인버터나 다이오드에 대한 전기적인 지식이 하나도 없어서 굉장히 고생했습니다. 태양전지에서 만든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시키려면 인버터 용량을 모터의 구동전압보다 높게 설정해야 한다는 사실도 대회를 준비하면서 처음 알았죠.”

전연상(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4학년) 씨는 기계나 전기 같은 다른 전공 지식을 선박에 적용시키는 것이 특히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평소 배의 선형을 설계하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태양전지로 모터를 돌리는 방법은 몰랐기 때문이다. 전 씨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선박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며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영어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유익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름 많은 날, 배터리 부족을 극복하다

솔라포디엄이 우승한 비결은 또 있다. 백 팀장은“5000m 장거리 경주는 육상 경기로 치면 마라톤과 같아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양전지로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했을 때 갈 수 있는 거리가 5000m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대회 당일엔 하늘에 구름이 많아 참가한 모든 솔라보트가 배터리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대회 결과는 참담했다. 출전한 7팀 중에서 완주한 팀은 겨우 2팀. 대부분 경기 초반에 속도를 내다가 에너지를 전부 소비한 탓이었다. 그러나 솔라포디엄팀은 39분 17초 12의 기록으로 2위와 10분이라는 현격한 차이를 내며 우승했다. 경기 당시 배를 조종했던 조정은 씨는 “경기장을 한 바퀴 돌때마다 전화로 팀장에게 배터리 잔량을 보고하고, 팀장의 지시에 따라 배의 속력을 조절했던 것이 완주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전략과 팀워크가 만들어낸 값진 승리였다.

하지만 팀이 지금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작년 솔라보트 대회에서는 5000m 경기 도중 배가 멈춰 버린 것. 2년 동안 준비하고, 방학 내내 매일 18시간씩 보트 제작에 매달렸던 팀원들은 그 당시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올해도 솔라포디엄팀은 눈물을 보였다. 이번엔 너무 좋아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을.

그들에게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솔라포디엄(solar podium)’. 팀 이름이자 배 이름이기도 한 솔라포디엄은 솔라보트 분야에서 주춧돌(podium)이 되고자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친환경 수상 교통·레저 수단으로 첫발을 내딛는 솔라보트 분야에 이들의 열정이 든든한 주춧돌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제 11회 인력선-솔라보트 대회
솔라보트는 기본, 물레방아 인력선, 탄소섬유로 만든 배도 참가


지난 8월 21일~22일, 대전 갑천에서 국내 14개 대학 31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인력선-솔라보트 대회 2009’가 개최됐다. 참가팀들이 인력선과 솔라보트의 제작기술을 겨루고, 관련 분야 사람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이번 대회는 한국해양연구원과 대한조선학회, 충남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대회는 인력선 부문과 솔라보트 부문에서 각각 200m 단거리 직선 경주, 5000m 장거리 경주, 곡선 코스 경주 세 경기가 진행됐으며, 각 경기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낸 팀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솔라포디엄팀은 솔라보트 부문 200m 2위, 5000m 1위, 곡선 코스 1위로 출전한 7개 팀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는 역대 가장 많은 팀이 참가했으며 인력선과 솔라보트 부문에서 모두 국내 최고 기록이 갱신됐다. 대회에는 각양각색의 인력선과 솔라보트가 출전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물레방아 형태의 추진방식을 가진 인력선이 있는가 하면, 선체를 유리섬유 대신 탄소섬유를 써 가볍게 만든 배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안병권 교수는 “환경 친화적인 인력선과 솔라보트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우리나라에서도 그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력선-솔라보트 대회는 일반인에게도 개방돼 있다”며 관심 있는 사람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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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대전=이영혜 기자 · 사진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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