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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빛깔 ○○○!!’미의 기준이 달걀형에 단아한 외모에서 커다란 눈에 어려 보이는 외모로, 턱이 뾰족한 브이라인으로 넘어오더니 이제는 우유 같이 희고 매끄러운 피부란다. ‘피부’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속상한 사람들이 있다. 한창 꾸미고 싶고 예뻐 보이고 싶은데, 갑자기 나타난 불긋불긋한 여드름 때문에 괴로운 20대들이다. 적의 정체를 확실히 알아야 단칼에 무찌를 수 있는 법! 사춘기 여드름보다 더 지독하고 오래간다는 성인 여드름은 과연 정체가 뭘까.

스트레스 받으면 피지 쌓인다

여드름은 주로 사춘기에 발생해 20대 중반에 없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들어 성인 여드름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중앙대 의대 피부과학교실 서성준 교수는 “최근 여드름 환자의 평균 연령이 20.5세에서 26.5세로 증가했다”며“예전에는 청소년기 여드름이 많았지만 점점 성인 여드름을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성인 여드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일은 사춘기 때도 안 났던 여드름이 갑자기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이다. 거울을 보면 피부가 언제 고왔냐는 듯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붉은 여드름부터 색소가 침착돼 까무잡잡해진 여드름 흉터까지 애가 탄다.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사춘기도 지났는데, 왜 갑자기 여드름이 나는 걸까.

서 교수는 성인 여드름이 나는 원인으로‘스트레스’와‘불규칙한 생활 습관’,그리고 ‘화장’을 꼽았다. 직장생활을 하는 20대들이 야근과 잡다한 업무에 시달려 스트레스를 받고 생활이 불규칙해져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여드름이 생기는 주된 원인은 바로‘안드로겐’이다. 정소나 난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이 호르몬이 피부에 작용하면 표피의 각질층이 두꺼워지면서 기름기인 피지가 증가한다. 결국 피지가 피부 안에 쌓이면 여드름이 생긴다.

서 교수는“성인 여드름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외모에 특히 신경을 쓰는 20대 여성 가운데 성인 여드름에 시달리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바로 화장 때문이다. 화장을 짙게하면 화장품 안에 들어 있는 유분이 모공을 막아 피지가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피부 안에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화장품을 사용하면 여드름이 더욱 악화된다.



도대체 피지가 무엇이기에 여드름을 만드는 걸까. 피부 안에는 모낭과 피지샘, 땀샘, 혈관, 신경 같은 기관이 있는데, 여드름을 일으키는 곳은 털을 만드는 모낭과 피지를 만들어내는 피지샘이다.

피지샘은 손바닥과 발바닥을 제외한 온몸에 분포하며 특히 얼굴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데, 피지는 모공으로 배출돼 피부와 털을 탄력 있게 한다. 하지만 피지가 너무 많이 만들어지면 피부 안에 쌓여 좁쌀 여드름이 된다.

좁쌀 여드름은 점점 붉어지다가 시간이 흐르면 고름이 쌓여 노란색을 띠고 만지면 아프다. 바로 피부 안에서 피지를 먹고 사는 바이러스인 여드름 균(Propionibacterium acnes)이 여드름에서 증식하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드름 균은 모든 사람의 모낭에 살며 산소를 싫어하는 특징이 있다. 평소에는 여드름을 일으키지 않다가 피부에 피지나 각질이 많이 쌓여 피부 안으로 유입되는 산소량이 적어지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여드름을 일으킨다.

초콜릿 먹으면 여드름 생길까

여드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여드름이 점으로 변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리더스피부과 박준수 원장은 “피지가 고여 검게 보이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드름이 났던 부위에 색소가 침착된 것을 점으로 오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드름에 시달리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여드름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여드름이 나는 부위를 보면 몸 어느 부위가 어떻게 안 좋은지 알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일까. 서 교수는 “흔히 변비가 심해 장에 독성이 쌓이면 피부에 여드름으로 나타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변비의 결과가 여드름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등으로 호르몬 분비가 불균형 상태를 이뤄 여드름, 변비, 위장 장애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이 안 좋을 때 증상의 하나로 여드름이 나타날 수 있지만 여드름이 생기는 원인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여드름만으로 건강을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화장품이 맞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생기는 피부 트러블이 여드름이라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박 원장은 “화장품에 대한 트러블과 알레르기는 여드름이 아니라 붉게 붓고 간지러운 증상으로 나타난다”며 “쓰고 있는 화장품이 유분을 많이 포함한 제품이 아니라면 굳이 바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피부가 건조해지면 피지 분비량이 늘어 여드름이 증가하거나 작은 자극에도 각종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수분보습제로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또 초콜릿과 튀김처럼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여드름이 생긴다는 말도 역시 속설이다. 서 교수는 “실제로 기름을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피지 분비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근 학계에서는의사들에게 여드름 환자들의 음식물을 제한하라고 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혈액 속에 녹아 있는 지질의 양이 피지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드름 짤 때는 손톱 대신 압출기로

그렇다면 여드름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여드름을 손으로 짜면 손톱 안에 있던 균이 들어가 여드름을 더 악화시키거나 고름 주머니가 피부 안에서 터지면서 표피 아래층인 진피까지 염증을 일으킨다. 결국 없어지기 힘든 흉터가 생긴다. 전문가들은 “먼저 여드름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해결하라”고 입을 모았다. 성인 여드름의 주된 원인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바로잡으라는 말이다.

서 교수는 “피부에 있는 각질과 노폐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도 여드름이 잘 발생한다”며 “세수를 자주 하기보다는 깨끗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씻어 모공을 연 다음, 얼굴 구석구석에 비누칠을 해 각질과 노폐물을 깨끗이 없앤다. 물로 충분히 헹궈 비눗기를 완전히 없애고 수건으로 얼굴을 톡톡 두드려 물기를 제거한다. 세수는 하루에 2~3번 정도가 알맞다.

박 원장은 “여드름을 짤 때는 꼭 여드름 압출기를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피부과에서도 여드름 압출기로 여드름을 제거하는 시술(스케일링)을 하는데, 작은 좁쌀 여드름까지 없애 염증을 예방하고 여드름을 빠르게 완화시킨다. 물론 여드름 압출기를 시중에서 구입해 스스로 짤 수도 있다.

여드름 압출기는 여드름 안에 들어 있는 고름을 쉽게 배출하도록 고안된 기구다. 모공을 열어준 뒤 털 방향대로 가볍게 눌러 여드름을 제거하면 된다. 여드름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발생 빈도가 줄어들다가 결국 멈추고, 그 흉터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없어진다.

그렇다고 여드름을 짜거나 여드름 흉터를 없애기 위해 피부과를 찾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피부과에서는 여드름 흉터를 빨리 없애기 위해 모세혈관을 파괴하거나 피부 재생을 촉진시키는 치료를 하는데, 사춘기 여드름과 달리 성인 여드름은 진행 속도가 느리고 진행 기간도 긴데다가 흉터가 사라지는 시간은 6개월~1년 정도로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제 성인 여드름에 대한 알짜 정보를 입수했으니 여드름을 무찌르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성인 여드름의 주된 원인인 스트레스 해소! 거울 속에 보이는 여드름을 ‘언젠가는 사라질 뾰루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