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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만든 천재 발명가 다이달로스 Ⅱ

인류 역사상 최초의 우주인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난 다이달로스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우주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상의 전환. 미궁에 갇혀 땅으로 탈출은 불가능한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로 나는데 성공하지만, 그의 아들 이카로스는 죽음을 맞이한다.

땅에서의 고속 질주, 하늘에서의 고속 비행, 바다에서의 고속 항해는 인류가 오래 전부터 꿔왔던 꿈일 터입니다. 오늘날의 인류는 이 소원을 모두 이뤄 땅, 하늘, 바다를 누비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유념해야 하는 것은 땅에서의 고속 질주가 보행 시늉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 하늘에서의 고속 비행이 날개짓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 바다에서의 고속 항해가 지느러미 유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고속 질주하는 치타 흉내, 고속 비행하는 소리개 흉내, 고속 유영하는 돌고래 흉내를 내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고속 이동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회전 운동의 확장이라는 점입니다. 보세요. 자동차는 바퀴를 굴리고, 항공기는 프로펠러를 돌리고, 선박은 스크루를 돌리고 있지 않은가요. 단순한 동물 흉내내기에서 회전 운동의 확장으로의 발상 전환…. 교통 기관의 발달은 바로 여기에서 가속도를 얻습니다.

니케의 날개만이 유일한 희망

하지만 이게 처음부터 가능했던 것은 아니지요. 날개를 만들어 달고 하늘을 나는 전례가 이런 발상 전환의 씨앗이 되는 것이지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우주인 다이달로스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테세우스가 미궁을 탈출하자 미노스 왕은 처음에 약속했던 대로 미궁의 설계자이자 시공자인 다이달로스와 아들 이카로스까지 미궁에 가둬버리지요. 미노스 왕이 이카로스까지 가둬버린 것은 테세우스 손에 유린된 왕국의 명예는 다이달로스 한사람의 희생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다이달로스의 재주를 잘 아는 미노스 왕은 그를 미궁에 가두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지 항구를 봉쇄하기까지 합니다. 다이달로스의 탈출 가능성에 신경이 쓰였기 때문입니다.

다이달로스에게 손재간이 있었다고는 하나 미궁 안에서 사는 순간순간은 곧 절망의 순간순간이었을 테지요. 더구나 그에게는 함께 죽어야 하는 아들 이카로스가 딸려 있었습니다. 다이달로스에게 죽음보다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자식과 함께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미노스가 나를 가두고는 땅을 막고 바다를 막았구나. 내가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고 미궁의 벽과 어둠으로 그 앞을 막았듯이.”

이렇게 탄식하던 다이달로스는 아테나 신전에서 본 ‘니케’(승리) 여신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날개 달린 니케(영어로는 ‘나이키’) 여신을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겁니다. 니케 여신의 날개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을 테니까요.

다이달로스가 만든 미궁의 대부분은 지붕이 있어서 미로는 늘 어둠에 잠겨 있었지요. 그러나 이런 미궁에도 지붕이 없는 데가 있었으니, 바다쪽 절벽 위에 우뚝 선 첨탑 근처가 바로 그곳입니다. 미궁에 갇힌 자가 새가 아닌한 바다로 날아내릴 수 없기 때문이지요.

새의 깃털과 밀랍의 합작품
 

의기양양한 이카로스(시드니 미티야드 그림). 이카로스는 비행에 나서기 전에 벌써 태 양까지 날아오를 궁리를 하는 것일까.


다이달로스는 니케의 날개를 만들기로 마음먹습니다. 첨탑 근처에는 미궁의 희생자를 먹으러 날아온 육식조의 깃털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지요.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는 이 깃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깃털이 모이자 다이달로스는 그 이름난 손재간으로 날개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는 먼저 자기 몫의 날개부터 만들지요.

처음에는 짧은 깃에서 시작해서 차차 긴 깃을 붙여 나갑니다. 이렇게 붙여 나가자 날개의 모양은 판(목양신)의 피리 같기도 하고 반으로 갈라놓은 쥘부채 같기도 했지요. 그는 깃 하나하나를 단단히 붙잡아 매되 큰 깃은 옷에서 뽑아낸 실로 묶고 작은 깃은 미궁의 천장 모서리에서 긁어낸 밀랍으로 붙입니다.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솜씨가 신기해보였던지 옆에서 구경하다가 깃이 바람에 날려가면 쪼르르 달려가 주워오거나 천장 모서리에서 밀랍을 뜯어 와 끈적끈적하게 이겨주기도 했지요.

다이달로스는 제 몫의 날개가 완성되자 이번에는 조금 작으나 보드라운 깃털이 훨씬 많이 들어간 이카로스 몫의 날개를 만듭니다.

날개가 만들어지자 다이달로스는 이 날개를 짊어지고 첨탑으로 올라가 아들에게 설명합니다.

“저기 저 절벽 앞에 떠있는 갈매기를 보아라. 잘 보아라. 날개를 움직이지 않는데도 몸이 이 첨탑 쪽으로 떠오르고 있지 않으냐? 나는 하늘에 바람의 길이 있다고 들었다. 보레오스(북풍)의 길, 노토스(남풍)의 길, 에오로스(동풍)의 길, 제퓌로스(서풍)의 길이 따로 있다고…. 우리가 이 날개를 달고 노토스의 길로만 제대로 들어서면 노토스가 우리를 북쪽으로 데려다줄 게다. 그러니 내 말을 명심해라. 적당한 높이를 벗어나면 안된다. 노토스의 길이 아래위로 넓게 나 있어도 내가 취하는 고도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너무 높이 날면 제우스 대신께서 좋아하시지 않는다. 태양 수레를 몰고 천궁 가까이 온다고 벼락을 던져 파에톤을 죽이신 제우스 대신이 아니시냐. 페가소스를 타고 너무 높이 날아오른다고 등에 한마리를 보내 펠레로폰을 떨어뜨리신 제우스 대신이 아니시냐. 그렇다고 너무 낮게 날아서도 안된다. 너무 낮게 날면 고도를 높이기 어렵거니와 행여 날개가 물에 닿기라도 하면 깃털이 젖어 못쓰게 될 게다.”

이카로스에게 이런 말을 하며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는 다이달로스의 뺨은 눈물로 젖기 시작합니다. 다이달로스는 어미새가 새끼를 둥우리 밖으로 밀어내듯이 아들 이카로스를 첨탑에서 밀어내지요. 이카로스의 몸이 첨탑에서 떨어졌다가 아래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둥실 떠오르자 다이달로스도 몸을 던집니다. 다이달로스의 몸도 둥실 떠오릅니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지구를 벗어나 태양 가까이 날아갈 정도였으니 우주인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카로스를 친 태양열
 

미궁의 첨탑에서 아들 이카 로스를 밀어내는 다이달로스
 

 

출발은 늦었어도 재간 좋은 다이달로스는 곧 아들을 앞섭니다. 다이달로스는 날면서도 이따금씩 뒤를 돌아다보며 아들의 날개짓에 참견하고는 합니다. 농부들은 일손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고, 한 목동은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바라보다가 무릎을 꿇기까지 하지요. 이들은 다른 사람을 만나기가 바쁘게 두 눈으로 똑똑히 신들을 보았다고 할 터입니다.
 

사모스 섬을 오른쪽으로, 델로스 섬을 왼쪽으로 끼고 날 즈음, 이카로스가 아버지의 선도에서 벗어나 고도를 높이기 시작하지요. 이카로스의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이 일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도를 높이다보면 태양에 닿는 것도 가능하겠구나. 하늘에 있다는 올림포스에 이르는 것도 가능하겠구나….”

이카로스는 아버지로부터 아득히 멀어지다 마침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높이 솟아오르지요. 이카로스를 친 것은 제우스의 벼락이 아닙니다. 태양의 열기였지요. 태양에 너무 다가갔기 때문에 밀랍이 녹아내리면서 깃털이 빠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카로스는 바다에 추락하지요.

가던 길을 되짚어 날아오던 다이달로스는 아들을 찾아 바다와 하늘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바다 한가운데 인 하얀 포말은 사방으로 무수한 동심원을 그려보내고 있습니다. 이카로스가 떨어진 자리이지요. 이때부터 이 바다는 ‘이카리아’(이카로스의 바다)가 됩니다. 아들을 잃은 다이달로스는 울면서 제퓌로스(서풍)의 길을 찾아내 시켈리아(시실리)로 날아갑니다.

다이달로스는 기이할 정도로 냉담하고 악마적이라고 할 만큼 합리적인 인간, 시대의 도덕률이 아닌 자기 기술의 도덕률에만 봉사한 인간이었고, 그 아들 이카로스는 터무니없이 열정적이고 무모할 만큼 도전적인 인간, 시대의 도덕률도 기술의 도덕률도 아닌, 오직 모험이 저 자신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믿은 인간이었지요.

문학평론가 김미현 교수는 뜻밖에도 소설가를‘미궁을 만드는 사람인 동시에 그 미궁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사람인 다이달로스’라고 부르고 있군요. 소설가는 혼돈을 혼돈답게 겪게 하기 위해 미궁을 만들기도 하고 미궁을 걷어내기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나는 과학자야말로 다이달로스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자야말로 언젠가는 무너질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궁을 지어야 하는 존재, 태양 가까이 가면 녹아내릴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깃털 날개를 만들어야 하는 존재 아닌가요. 다이달로스 만세. 과학자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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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윤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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