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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병 색깔에 담긴 비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알코올 음료 맥주. 작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 성인 한사람이 마신 맥주는 대략 1백12병에 달한다. 이렇게 대량 소비되고 있는 맥주는 거의 대부분 갈색 병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투명병에 담긴 맥주가 등장해 관심을 끌면서 맥주와 병 색깔의 관계에 어떤 함수관계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맥주병이 갈색인 이유는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햇빛중 자외선을 차단해 맥주 원래의 상태를 보전하기 위해서다. 갈색이나 초록, 푸른색 계통의 색은 자외선 차단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맥주 원래 상태란 게 어떤 것이고, 왜 자외선을 차단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맥주의 원료와 제조공정을 이해해야 한다.

맥주원료는 물과 호프, 맥아(포도당), 전분질 등. 이 가운데 맥주 특유의 향기와 쌉쌀한 맛을 내는 호프는 뽕나무과의 여러해살이 덩쿨 풀이다. 은행나무처럼 암수가 다른 자웅이체식물인데, 맥주에는 솔방울 모양을 한 암꽃의 녹색꽃만을 따 원료로 이용한다.

5-10μ 정도의 미생물인 효모는 맥즙 속에 있는 당분을 이용해 발효작용을 하며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생육 조건이 까다로워 자칫하면 기능이 퇴화하거나 성질이 변해 쓸모 없는 것이 되기 쉽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햇빛, 즉 자외선이다.

호프와 효모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어떤 것을 사용하는가는 회사마다 다르고, 또 기업비밀로 부쳐져 있다. 투명병을 사용한 맥주는 자외선을 쏘여도 변색되지 않는 성질을 지닌 특수호프를 원료로 이용한 것이다.

한편 맥주를 만드는 과정은 다소 복잡한데, 이를 단순화한다면 맥주보리를 싹틔워 만든 맥아로 즙을 낸 다음 여기에 호프를 첨가해 발효시키고, 일정 기간 동안 저장 탱크에서 숙성시키는 공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는 병뚜껑이 닫힌 상태에서 20여분간 60 °C의 수증기를 쏘이는 열처리 과정(저온살균)을 거침으로써 효모의 활성을 정지시킨 '열처리 맥주' 와 그렇지 않은 '비열처리 맥주' 로 나뉜다. 두가지 모두 정도 차이는 있으나, 햇빛을 받으면 호프가 변질되기 쉽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병에 색깔을 집어 넣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일반적인 맥주의 유통기간은 6개월 이내. 급격한 온도변화나 진동이 없으면 1년도 가능하지만, 일단 이 기간이 지나면 맥주는 향이 날아가고 침전물이 발생한다. 물론 이 침전물은 효모균들이 엉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인체에는 무해하다.
 

투명한 병에 담긴 맥주는 특수한 호프를 이용해 제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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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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