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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마녀 되는 '두 얼굴'의 여친



8월의 무더운 어느 날, 여친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내 여친은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할 뿐 아니라 마음이 티없이 맑고 순수하다. 마치 날개를 잃어버려 지상으로 떨어진 천사 같다.

내 여친에게 딱 하나, 단점이 있으니, 바로 한 달에 한 번 ‘마녀’가 된다는 것. ‘그때’가 되면 말마다 짜증이 섞여 있고 내가 조금만 잘못해도 화를 크게 내며 토라진다. 또 배가 너무 아프다며 손톱으로 벽을 득득 긁는다. 영화에 나오는 ‘두 얼굴의 여친’이 따로 없다. 가임기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한다는데, 내 여친은 유독 그 기간을 요란하게 보낸다. 이렇게 달마다 변신하는 여친의 모습을 보고 살자니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

왜 ‘마법에 걸릴’때마다 배가 아프고 신경질이 나는 걸까. 그걸 알아야 나도 미리미리 대책을 세우지. 남자도 여자의 아픔을 알 권리가 있다!

Q1.생리를 할 때 배가 아픈 이유는?

생리를 하는 이유는 임신이 안 됐기 때문이다. 여성의 난소 안에는 주머니 모양의‘여포’가 들어 있다. 여포는 점차 성숙하다가 한 달에 한 번 있는 배란기가 되면 난자를 방출한다. 난자가 정자와 만나 수정을 하고 임신이 되면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자궁벽이 점점 두꺼워진다. 하지만 대부분 수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궁벽이 허물어지면서 원래 두께로 돌아간다. 이때 자궁내막은 ‘혈액’의 모습으로 떨어져 나가는데, 이 현상이 ‘생리’다.

배란과 생리가 약 28일 주기로 일어나는 이유는 몸속에서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프로 스타글란딘 같은 호르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사춘기 이후 여성의 2차 성징을 나타내며 프로게스테론은 자궁벽을 두껍게 해 수정이 될 경우 수정란이 자궁 안에서 착상되게 한다. 수정란이 착상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작용해 생리를 일으킨다. 즉 불필요한 자궁내막이 떨어져 나가도록 자궁벽에 염증을 일으키며 자궁을 수축시키고 이완시키기를 반복해 생리혈이 몸 밖으로 나가게 한다. 이때 느끼는 고통이 바로 생리통(1차성 생리통)이다. 심한 경우 산모가 아기를 낳을 때 겪는 고통과 비슷하다.

프로스타글란딘은 분비량이 배란기부터 생리 때까지 증가해 생리를 시작한 첫날과 둘째 날에 최고조에 이른다. 물론 생리통의 정도도 프로스타글란딘의 농도에 비례한다.

생리통이 너무 심하다면 질환에서 비록된 2차성 생리통이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질환은 생리주기가 맞지 않는 생리불순의 형태로 가장 먼저 나타난다.



Q2. 우울해하거나 마구 짜증내는 이유는?

생리혈이 분비되는 느낌 때문에 불편하고 게다가 배까지 아프다면 생리 때마다 불쾌하고 짜증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특별히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은데도 예민해지고 우울해지는 이유는‘호르몬’에 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정희연 교수는 “생리를 시작하기 직전부터 시작한 뒤 이틀째까지 감정이 급격히 변하는 현상을 ‘생리전 증후군(PMS)’이라고 부른다”며“학계에서는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같은 여성호르몬의 농도가 급격히 변화해 감정의 기복도 심해진다고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폐경기 때 우울증이나 조울증에 걸릴 확률이 증가하는 일과 비슷하다.

생리를 시작하더라도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권 교수는 “피임약을 복용해 호르몬 농도가 급격히 변하지 않도록 조절하면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피임약은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할 때 먹는 약으로 생각하지만 산부인과에서는 피임 외에도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한다.

피임약의 구성성분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이다. 그래서 불규칙적인 생리 주기를 규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권 교수는 “1차성 생리통임에도 불구하고 진통제로 아무 효과를 못 본다면 피임약을 복용해 통증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피임약을 처음 복용할 때 여드름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건강에는 무해하다”고 덧붙였다.

약을 먹지 않고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술과 카페인의 섭취를 줄이고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
법이 있다.

Q3. 달마다 진통제를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을까?

생리통이 심한 사람은 생리 때마다 진통제를 복용한다. 가임기가 보통 40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고 한 달에 한 알씩 먹는다고 가정하면, 평생 먹는 진통제의 양은 480알이다. 진통제를 많이 먹어 몸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권 교수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진통제는 균을 치료하는 항생제가 아니므로 내성이 없으며 마약 성분도 들어 있지 않아 중독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두통, 치통, 생리통엔~ ...’ 광고로 유명한 제품을 비롯한 진통제가 통증을 잊게 하는 원리는 비슷하다. 통증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은 염증 반응과 관련 있는데, 생리 때
는 자궁벽에 염증이 생겨 자궁내막이 떨어진다. 이때 생리통을 일으키는 주범이 프로스타글란딘이다.

생리통을 잊게 하는 약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로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에 관여하는 사이클로옥 시지나제(COX)라는 효소를 방해한다. 결국 프로스타글란딘이 분비되지 않아 1차성 생리통이 사라지는 셈이다. 다만 자궁이나 난소 등에 질환이 있어 생기는 2차성 생리통은 프로스타글란딘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진통제를 복용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때는 원인이 되는 질환을 파악하는 일이 물론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지나치게 오랫동안 복용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권 교수는 “생리 시작 직전부터 시작한 지 이틀째까지 6시간 주기로 복용해야 알맞다”며 “습관처럼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간 수치가 높아지고 위염이나 위궤양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또 진통제를 복용했을 때 과민반응이 있다면 번거롭더라도 전문의와 상의해 자기에게 맞는 약을 먹어야 한다.

Q4. 생리통을 느낄 때마다 병원에 가야 할까?

심한 생리통을 호소하는 여성은 생리통과 함께 두통, 구역질, 구토, 요통, 설사 등을 겪기도 한다. 이 역시 프로스타글란딘에 의한 증상인데, 자궁내막에서 분비된 이 호르몬이 혈액을 통해 몸 전체로 퍼진 결과다.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최영민 교수는 “1차성 생리통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만약 생리통이 너무 심해 생활에 방해가 된다면 산부인과에서 자기에게 맞는 진통제를 처방받으면 된다.

하지만 생리통을 무조건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2차성 생리통인 경우에는 평소에도 약한 통증이 있다가 생리를 시작하면서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생리통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라고 하면 대게 자궁염이나 질염, 자궁암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2차성 생리통 환자의 약 40%가 겪을 만큼 가장 흔한 질환은 바로 ‘자궁내막증’이다. 자궁내막에 있는 조직은 생리 때가 되면 염증이 생기면서 떨어져 나가는데, 이 조직이 난소나 골반벽, 또는 팔이나 다리처럼 자궁내막과 전혀 상관없는 부분에 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생리 때가 되면 자궁내막 조직이 있는 부위마다 염증이 생기며 염증 물질이 배출되지 않고 혹처럼 뭉쳐 결국 아픔을 느낀다.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권자영 교수는“생리 주기가 불규칙적일 때, 생리의 양이 너무 많거나 생리하는 기간이 길 때는 자궁염이나 자궁내막증 같은 질환이 있는지 의심해야 한다”며 “반드시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쯤 되면 두 얼굴의 여친을 위해 무엇을 할지 알 수 있겠다!
 
산부인과에선 무슨 일이?]

여학생이나 결혼하지 않은 여성 가운데에는 산부인과에서 진찰받기를 쑥스러워하거나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를 받으려면 속옷을 벗고 부끄러운 부위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항상 내진을 하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내진이란 장이나 생식기에 손가락을 집어 넣어 진찰하는 일을 말한다.

그렇다면 생리통을 상담하러 산부인과에 가면 구체적으로 어떤 진찰을 받을까. 처음에는 대화를 나눠 증상을 판단하는 문진을 한다. 의사는 초경을 한 시기, 마지막으로 생리를 시작했던 날짜, 생리 주기, 그리고 생리 기간이 며칠 동안인지를 묻는다. 이것을 미리 기억하고 병원에 가야 진찰도 정확히 받을 수 있다.

문진이 끝나면 초음파 검사를 한다. 환자가 침대에 누우면 의사는 윗옷을 들고 아랫배에 프로브를 댄다. 프로브는 동일한 주파수로 진동해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작은 기기로 몸에 대면 장기의 안쪽까지 볼 수 있다.

프로브에는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수많은 압전결정이 들어 있다. 프로브를 아랫배에 대면 초음파가 난소, 자궁 등에 부딪혔다 반사돼 다시 프로브로 돌아온다. 선박에서 초음파를 반사시켜 해저지형을 알아내듯이 의료용 초음파기기도 반사된 초음파를 형상화시켜 장기의 내부를 흑백영상으로 만든다. 초음파 검사 전에 배 위에 투명한 젤을 바르는데, 피부의 껄끄러운 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빛이 산란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권자영 교수는 “초음파 검사로 대부분의 질환을 진단할 수 있어 자궁암이나 난소암 같은 심각한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내진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생리불순이나 심한 생리통 때문에 고민하면서도 진찰을 받지 않아 병을 키우는 환자들이 많다”며 “산부인과에 혼자 가기가 부끄럽다면 어머니와 함께 가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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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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