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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첨단기술 이 안에 다모여라

이미 데스크톱의 성능을 구현하고 있는 노트북은 '작은PC 이상'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던 성능과 휴대성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공책 크기에서 벌어지는 기술의 향연을 감상해보자.

비행기에 나란히 앉은 두 승객이 경쟁적으로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있다. 이어폰을 꽂은 한 사람은 3차원 게임을 즐기고 있고, 또 한 사람은 화면에 뜬 다양한 도표와 사진들을 보며 업무에 열중해 있다.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모니터에는 현란한 그래픽 화면이 빠른 속도로 교체된다.

세계적인 컴퓨터칩 제조사인 미국 인텔사가 작년에 제작했던 노트북용 펜티엄프로세서 광고의 한 장면이다. 자사의 펜티엄칩을 채용하면 노트북으로도 고난도의 업무와 고차원의 게임을 즐길 수 있음을 암시한 내용이다. 고성능 멀티노트북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음도 덧붙이고 있다.

과거에는 단지 희망사항으로만 여겨졌던 이 광고 속의 이야기는 최근 1-2년 사이 현실화, 오늘에는 컴퓨터시장의 흐름까지 바꿔놓고 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94년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수요를 찾아볼 수 없었던 국내 노트북PC 시장은 이제 연간 20만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급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9월말 현재 국내시장에서 판매된 노트북PC는 약 15만여대로 지난해 전체 판매대수인 14만대를 이미 앞질렀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약 80% 늘어난 25만여대가 판매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상명령 “무게를 줄여라”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의 노트북PC 제조회사들의 최대 숙제는 무게를 줄이는데 모아져 있었다. 애초 노트북이 데스크톱의 단점으로 지적된 ‘휴대성’을 강조해 등장한 터라 사이즈를 줄이고 무게를 줄이는 일은 업체가 해결해야 할 지상과제였다.

노트북 PC의 생명인 무게와 부피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데스크톱에 못지 않은 확장성을 제공하기 위해 등장한 PCMCIA는 이 면에서 ‘효자’소리를 들을 만하다. PCMCIA란 ‘표준 PC 카드’와 ‘PC 카드 규격 제정을 담당한 기구’를 모두 일컫는 용어다. 표준 PC 카드 규격이란 하드웨어와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대한 규격을 모두 포함한다.

데스크톱의 경우 거의 모든 부품이 통일돼 있어 사용자가 확장을 원하면 시장에서 손쉽게 부품을 구해 쓸 수 있는데 반해, 노트북은 각 제조회사별로 부품이 통일돼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PCMCIA 규격이 제정됐다. 이 과정에서 부피와 무게가 줄어드는 부수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맨 먼저 만들어진 표준은 메모리 카드였다. 주로 노트북과 같은 이동용 시스템의 플로피디스크 대신 쓰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3.3mm의 두께였다. 이것이 바로 ‘TYPE I’이다. TYPE이라는 말은 카드 두께를 의미한다.

그후 모뎀이나 네트워크 카드가 널리 보급되면서 TYPE I 규격에 짜 넣기 힘든 고용량 제품이 나오자 새로 제정된 규격이 5mm 두께의 모뎀과 랜카드 등 통신기능을 쓸 수 있는 TYPE II였다. 이후 하드디스크를 위한 10.5 mm 두께의 TYPE III 규격이 출현하게 됐고, 최근에는 더 큰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위해 TYPE IV규격 제정이 제작사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타입 II의 등장은 이전까지 모뎀을 장착하기 위해 가뜩이나 작은 회로 공간에 데스크톱의 기능을 집어넣으려 애쓰던 업체들에게 엄청난 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동성의 확보와 관련해 또 한가지 눈에 띄는 흐름은 노트북용 배터리 성능의 발전이다. 현재 노트북용 배터리는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리튬이온의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니켈카드뮴(니캐드)은 노트북 외에도 각종 충전지나 면도기, 캠코더용 배터리 등에 가장 널리 쓰이는 전지. 그러나 1시간을 쓸 수 있는 배터리를 30분만 쓰고 충전하는 일을 되풀이하면 배터리의 나머지 30분 용량이 불활성화돼 능력이 30분 정도로 줄어드는 이른바 ‘메모리 이펙트’(기억효과)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니캐드는 또한 일정시간 동안은 충분한 용량을 유지하다가 급격히 전력이 떨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사용하는 노트북은 배터리 용량을 나타내는 게이지가 대부분 없으며, 있어도 갑자기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니켈수소는 메모리이펙트가 없다는 장점 때문에 노트북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사용시간도 3시간 정도로 길어져 현재 노트북 전지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 많이 쓰이고 있는 리튬이온은 단위 무게당 사용시간이 5시간 가량으로 가장 길고 무게도 가벼워 조만간 배터리의 주종이 될 전망이다. 일단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 한편 이론상으로만 따진다면 니켈 카드뮴 전지를 1로 할 때 니켈수소가 1.5, 리튬이온이 2 정도의 사용시간을 가진다.

고기능 저가격으로 붐 조성
 

노트북을 대체할 휴대형 컴퓨터로 펜컴퓨터나 PDA등이 거론되기 한지만,'노트북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휴대성만을 강조해 사이즈를 작게 만들고, 무게를 줄이는데만 치중했다면 요즘과 같은 노트북 붐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실 노트북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것은 휴대성을 강조했던 노트북PC에 멀티미디어기능이 부가되고 제품의 신뢰성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부터 노트북PC시장에 휘몰아친 가격경쟁으로 그동안 고가제품으로만 여겨졌던 노트북PC의 가격이 급락, 전문가층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제품구입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노트북PC시장이 확대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고성능화 추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486급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올들어 펜티엄급이 첫선을 보인데 이어 이제는 1백20MHz, 1백33MHz, 1백50MHz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노트북PC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화면도 핵심부품인 대형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소자(TFT LCD)가 올 하반기 국내에서 양산되기 시작하면서 해결됐다. 여기에 데스크톱PC와 마찬가지로 6배속 CD롬 드라이브, 28.8k 팩스모뎀 등 고기능의 주변장치들이 속속 채용되고 있다.
노트북PC의 이같은 고성능화는 데스크톱PC와의 성능 차를 단숨에 좁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노트북PC를 외면해왔던 일반 수요자들은 물론, 데스크톱PC 수요층마저 흡수하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들어서는 기업에서 업무용으로 데스크톱PC 대신 노트북PC를 구입하는 것도 보편화됐다.정부에서까지 대량 구매해 사용할 정도로 빨리 보급되고 있다.

가격 또한 과거 최하 4백만원대에서 이제는 2백만원대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으며, 펜티엄 1백33MHz CPU에 6배속 CD롬 드라이브, 12.1인치의 화면을 내장한 고성능 멀티미디어 노트북PC도 3백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어 노트북PC 보급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노트북PC의 첨단기능 향상은 눈부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드웨어부문의 기술적 진보는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를 비웃기나 하듯 신기술이 잇따라 채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최신 프로세서의 탑재에만 매달려 부가 주변장치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PC사용환경을 완벽히 수행하는 휴대형 컴퓨터가 데스크톱과 별다른 시차 없이 출시되면서 휴대 편리성과 기능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

최근 노트북 시장을 휩쓸고 있는 바람의 근원은 멀티미디어, 인체공학적 디자인, 대화면의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노트북PC의 기술 지향점은 경박단소화. 휴대 편리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장치를 늘리면 늘릴수록 이를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늘어난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었다.

예컨대 데스크톱에서 일반화돼 있는 CD롬 드라이브를 장착할 경우 당장 그만큼의 무게가 더해질 수밖에 없다. 휴대형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중량을 3kg 이내로 설계해야 하지만 이미 한계 상황에 이른 무게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CD롬 드라이브를 외부에서 연결해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국산 노트북은 6배속 CD롬 드라이브를 노트북 내에 장착하면서도 총중량은 기존 제품과 비교해 크게 무거워지지 않는 기술혁신을 이루어냈다.
 

PCMCIA타입Ⅱ.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지만 기능은 데스크톱에서 사용하는 모뎀과 동일하다.
 

넓어진 화면과 인체공학적 디자인
 

장소를 가리지 않고 휴대할 수 있다는 것은 노트북의 최대 장점.
 

노트북 화면도 눈에 띄게 커졌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10.4인치가 주종이었으나 최근에는 12.1인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노트북PC가 선보인 이후로 오랫동안 화면의 크기는 10.4인치로 굳어져 있는 듯했다. 노트북이 문서작성과 같은 한정된 용도로 사용될 때는 이 정도의 화면 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

그러나 PC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노트북PC의 화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데스크톱PC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멀티미디어 기능이 노트북PC에도 속속 채용되면서 좀 더 큰 화면에 대한 욕구가 점차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노트북의 화면판인 LCD는 두 개의 유리판 사이에 고체와 액체 성질을 가진 물질을 특정 방향으로 주입해 배열시킨 다음, 전압을 부분적으로 가해 액정 분자의 배열을 변화시킴으로써 문자 화상 등을 표시한다. LCD의 방식에는 STN, DSTN, TFT가 있다.
최근 대부분의 노트북에 채용되고 있는 TFT(Thin Flim Transi-stor) 방식은 향후에도 주된 디스플레이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선명도, 고화질, 고속반응 등의 장점을 가진 반면 배터리 소모량이 많다는 지적이지만, 이미 STN급은 한물 갔고 컬러와 동화상을 완벽히 구현하는 TFT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노트북 화면이 커지고 TFT LCD가 제품의 주류를 형성하게 된 것은 컴퓨터 사용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PC의 환경이 윈도를 기반으로 그래픽 사용을 일반화하고 있어 노트북 역시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던 것. 또 노트북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 디스플레이의 크기에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성능 저하가 없는 범위 내에서 화면 크기를 늘리는 것이다.

한편 노트북의 마우스와 키보드는 인체공학적인 설계가 가장 먼저 반영되는 곳이다. 멀티미디어를 큰 화면에서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마우스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1-2년 전 까지만 해도 노트북의 마우스로는 트랙볼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것은 먼지가 끼기 쉬워 그만큼 인식률이 떨어지는 단점이 노출됐고,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또 도표 등을 그리려다 보면 ‘굴러 다니는’ 볼이 상대적으로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는 이보다 조금 진전된 형태의 포인트 마우스가 등장했다. 키보드 위에 점처럼 생긴 트랙 포인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사용자 편의성을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노트북 사용자들은 아예 데스크톱의 마우스를 연결해 활용하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최신 노트북에는 ‘터치패드 마우스’가 장착돼 있다. 업계가 인체공학적 설계를 바탕으로 개발한 이 마우스는 손으로 문지르는 것만으로 마우스의 기능을 수행한다. 사람의 인체에 직접 닿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민감하다는 논리에서 출발한 이 마우스는 그래픽 활용이나 도표 작성에 탁월한 성능을 갖추었다는 평이다.

일부 제품은 기능 경쟁에 대비, 무선 데이터 교환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노트북 사용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데이터 백업이라고 판단, 데스크톱 PC와 무선으로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기능은 마우스 터치 한번만으로 노트북의 자료가 데스크톱으로 옮겨간다.
이같은 첨단기능 행진은 그동안 여러가지 종류의 제품이 나눠가졌던 휴대형 PC시장을 노트북이 완전 평정, 업계의 기술적 포인트가 여기에만 집중됨으로써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한편 이같은 노트북PC의 고성능화 추세가 멀티미디어 노트북의 무게를 3kg 이상 나가게 해 휴대성을 강조하기 위해 출현했던 노트북PC의 장점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노트북PC업계가 멀티미디어기능을 보강한 제품과 기본기능만을 채용해 무게와 크기를 대폭 줄인 일반제품 등으로 제품군을 이원화하고 있다. 기존 노트북PC 수요는 일반 노트북PC를, 새로 PC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는 데스크톱PC보다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내장하고 휴대까지 가능한 멀티미디어 노트북PC를 구입토록 한다는 전략이다.
 

1996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정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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