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입학사정관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우려와 전망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제도는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거쳤다. 하지만 그 본질은 언제나 점수 위주의 경쟁시스템이었다.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이 대학입시제도에 예속돼 있는 상황에서 대학입시제도가 갖는 의미와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최근 교육계의 화두는 단연 입학사정관제라고 말할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점수 위주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요즘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하려면?

현재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해 우려되는 문제는 '공정성'과 '객관성'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사회문화적 구조와 배경에서 기인하는 특수성을 감안해 한국식 입학사정관제의 고유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가 미국에서 유래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토양 위에서 만들어진 제도일 뿐이다. 우리 고유의 문화적, 정서적 토양에 맞는 새로운 한국식 입학사정관제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당면한 과제다.

현 단계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명 이상의 입학사정관이 단계별 전형을 통해 심사와 평가를 해야 한다. 여러 명의 입학사정관이 한 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심층면접을 통해 내린 평가 결과가 서로 일정 수준 이상의 편차가 발생하는 경우, 평가자의 주관적 요소가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 경우는 재심위원회로 모든 서류를 넘기고 1차 심사 때와는 다른 입학사정관들이 평가에 참여한다.

일정 수준 이내에서 평가 결과가 일치하면, 예컨대 두 등급 이내에서 평가 결과가 일치하면 비로소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재심위원회에서도 평가 결과가 상당히 일치하지 않는다면 공정관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3차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여러 명의 평가자가 여러 단계로 심사를 해야 입학사정관제가 개인의 주관적 판단을 최대한 배제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우려는 입학사정관제가 과학고나 외국어고, 국게고 같은 특수목적고 출신 학생들만 우대하기 위한 선발 방식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대학은 사회적인 책임을 망각하고 오로지 점수가 높은 학생을 선발하는 데만 관심을 둔 채, 조금이라도 점수가 높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과열경쟁을 보였다.

대학은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사회적인 책임을 다시 한 번 자각하고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해야 한다. 즉 대학은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하면서도 동시에 ‘정보 공개’라는 법적, 제도적 울타리 내에서 각 대학별로 합격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하면 이에 대한 불신을 씻어낼 수 있다고 판단된다. 특목고 출신, 일반 인문계 고교 출신, 전문계 고교 출신 같은 고교 유형별 최종 합격자 비율, 합격자의 지역별 분포 등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하는 일을 원칙으로 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 맞게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가를 검증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점수보다 중요한 적성과 전공에 대한 열정

앞으로 입학사정관제의 지향점은 점수 위주의 선발 방식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소질과 적성, 흥미와 관심, 수학능력과 잠재력, 성장가능성, 전공에 대한 열정과 적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학교 교육과정도 이제는 점수 위주의 경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많은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단위 학교의 교육과정과 교과편성을 개편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래형 교육과정’에 맞게 교과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기존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연한이 10년에서 9년으로 단축되면서 현재 고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까지 적용됐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 중학교 3학년 과정까지로 축소된다. 그러면서 기존에 실시되던 고1 교육과정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며 교육 과정을 재편성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고1 교육과정에 대한 우려는 기존 시스템에 고착된 나머지 국·영·수라고 불리는 이른바 ‘주요 교과목’ 위주로 교과편성을 고집하려는 우(愚)를 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국어, 영어, 수학 교과 위주의 교과과정 편성은 종래의 점수 위주 경쟁 시스템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단위 학교 간의 경쟁의식에 기초한 산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과정 편성은 입학사정관제가 지향하는 바와 상반되는 결과일 뿐만 아니라 입학사정관제가 정착 단계에 들어서게 되더라도 고교와 대학의 연계라는 선진적 대학입시 모델과도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시대착오적인 교육과정을 해결하지 않은 채 입학사정관제를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한다면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률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안착되기 위한 대전제가 바로 진로교육의 내실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로교육과 진로탐색활동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해 학생 스스로가 ‘나는 무엇을 하며 평생을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탐색할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학교교육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했거나 아니면 형식적인 진로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 학생들이 고3이 돼서도 무엇을 전공하고 어떻게 평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저 점수에 따라 합격할 수 있는 대학과 학과 또는 모집단위에 지원하고 있는 현실이 우리 진로 교육이 초래한 비참한 자화상이다. 이제는 이처럼 왜곡된 진로지도와 진학지도 패러다임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혁신을 통해 새롭게 구축해야 할 진로지도와 진로탐색 교육과정은 단위 학교에서 고민하고 마련해야 한다.

무너진 공교육 바로 세우는 길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중 하나는 공교육 정상화다. 학생들은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을 소홀히 하면서 교권이 무너지고 공교육이 점차 위축됐다. 성적 위주가 아니라 학생의 특기와 적성에 근거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는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고 공교육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우선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학습발달 상황(성적)만 참고하던 기존 입시와 달리 입학사정관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혀 있는 모든 사항을 검토하고 종합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 예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들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해당사항 없음’으로 대강 넘어가는 이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한다면 학생들은 모든 과목에 집중할 것이다. 결국 교사는 수업을 주도하는 동시에 학생을 평가하는 역할이 생겨 무너진 교권이
되살아난다는 말이다.

또 사교육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공교육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것도 공교육을 되살리는 동시에 입학사정관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다. 그 예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입학사정관제와 효율적이며 생산적으로 연동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교육비의 비정상적인 지출과 그로 인해 발생한 가정경제의 어려움을 없앨 수 있다.

방과 후 학교에서는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영역 등 기존 과목 외에도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이 해당 학과로 진학할 준비를 하도록 돕는 과목이 있어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되기로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을 위해서는 ‘CEO의 자질과 역량’이라는 과목을, 과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에서 과학자로 살아간다는 것’ 등의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방과 후 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마다 그 학교에서 배출한 인재, 재학생들의 학부모나 그들의 동문, 지역사회와의 연대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직업별 강사인력풀을 확보하고 학생들의 수요를 조사해 이에 맞는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이 외에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해 단위 학교에서 준비해야 할 과제는 독서교육 활성화와 내실화, 과제학습답사, 1인 1악기, 1인 1기, 각종 졸업인증제 같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프로그램이다. 그중 학생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자신만의 고유한 특기로 집중 계발하는 1인 1기 같은 프로그램은 권장할 만하다. 또 정보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컴퓨터 활용능력’, 강인한 체력을 위한 ‘단축마라톤 대회 참석’ 등을 학교 상황에 맞도록 선정하고, 자격을 이수한 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그 성과를 기재하는 졸업인증제도 좋다.

서울대가 2011학년도 입시부터 모집정원의 40%에 육박하는 1200여 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부터 적용된다는 얘기다. 서울대가 입학사정관제를 정원 내 전형으로 확대 시행하면 앞으로 더 많은 대학들이 여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입학사정관제가 현재 성적 위주의 대입 제도에서 시작된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극적 지원과 법적,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의 신분 보장과 함께 선발과정에서의 공정성,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과 정보 공개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전경원·건국대 입학사정관실 책임연구원 기자

🎓️ 진로 추천

  • 교육학
  • 언론·방송·매체학
  • 사회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