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앳된 얼굴의 이훈구(李勳九·17과학기술대 자연과학부 1학년)군은 대전 과학고 2학년때 과학기술대를 수석으로 합격한 수재.
"고등학교 때는 어떤 측면 한 가지만 가르쳐주었는데 대학에 오니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제시해 주더군요. 자연히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개학한 지 얼마 안되었는데 벌써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요일별 학습계획을 짜 놓았단다.
-과학과목중 특히 재미있던 것은…
"물리와 수학이었어요. 응용에 구애받지 않고 신비스러움을 찾는 매력이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애초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엔 물리가 너무 난해하고 딱딱해 포기하려했지요. 그런데 어느날 '파동과 간섭'단원을 새벽3시까지 붙들고 곰곰 생각해 보니까 원리가 이해되고 재미가 붙게 되었어요."
과학공부는 신비를 밝히는 지적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요령이라고 강조하는 이군은 등산을 그것에 비유했다.
"산에는 왜 올라갑니까? 어렵고 힘든 정상 정복 후의 쾌감을 위한 것 아니겠읍니까? 과학고등학교 학생들도 대부분 물리 과목이 까다롭다고 느끼지요. 그러나 그것이 필요하고 학문적으로 유용하기 때문에 애써 하려고 합니다."
-특별한 공부요령은 없었는지요.
"헛점이 많은 교과서는 별로 안보았읍니다. 대신 부교재를 정해 공부했는데 과학기술대의 입시 성격상 주관식 위주로 준비했지요.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는 공식을 외기에 앞서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군은 지구과학은 유도과정이 없는 공식이 많아 불만스러웠고 화학의 유기화학 등 외우는 부분과 산·알카리의 정의 등에 골치를 썪였다고 털어놓았다.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중1때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감명 깊게 읽었고 고등학교 땐 엔트로피 법칙에 관한 책을 흥미있게 보았읍니다. 무엇보다도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과학의 매력이 아닌가 해요."
배워야 할 것을 모두 배웠기 때문에 조기졸업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역사 세계사 등이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이군은 말했다.
"대학에서는 전공 뿐 아니라 보다 여러가지를 접할 생각입니다."
고체물리를 전공해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이군은 농구 야구 등 운동 뿐 아니라 등산과 여행도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