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까지 85t의 을 확보한다는 일본원자력위원회의 계획에 비판의 소리가 높다.
"세계적인 상황변화를 무시하고 원자력위원회가 '소비한 것보다 더 많은 핵연료를 생성한다'는 고속증식로의 도그마에 빠져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플루토늄 해상수송을 계기로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의혹이 높아가자 일본 내부에서도 무절제한 플루토늄 확보계획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과학저널리스트 무토 히로시(武藤 弘)는 '과학아사히' 최근호에서 "현재의 기술적 경제적 여건을 무시한 플루토늄 확보계획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며, 핵재처리시설 고속증식로개발 등 일본의 핵연료 사이클계획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다음은 무토의 주장을 요약한 것이다.
지난해 6월 런던에서 열린 '핵탄두해체와 플루토늄처분에 관한 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문가들은 당분간 세계적으로 플루토늄의 과잉이 우려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90년말 세계 플루토늄 누적량은 70t 규모. 이것이 2000년에는 1백t으로 늘어나고 2010년에도 80t 수준은 유지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략무기 감축협상(START Ⅱ)이 성공적으로 끝나 핵무기해체가 가속화되면 플루토늄의 누적량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 원자력위원회는 최근 핵연료리사이클 분과회의를 열어 2010년까지 플루토늄의 수급이 규형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다분히 결론에 따라 짜맞춘 숫자놀음이란 인상이 짙다.
이 발표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로 앞으로 플루토늄을 가장 많이 소비할 고속증식로의 실용화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고속증식로의 원형로인 몬주(후쿠이현 소재)가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가고, 이것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경우 90년대말 실증로(실제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의 건설에 들어갈 계획이다. 몬주와 실증로가 2010년까지 소비할 플루토늄은 22~33t 정도.
그러나 원자력계에서 실증로의 착공이 금세기중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작업상의 지연이나 주민설득은 차치하고 기술적 경제적인 난관이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고속증식로 슈퍼피닉스가 기술적인 문제로 현재 가동을 멈추고 있는 것만 봐도 고속증식로의 실용화가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 알 수 있다.
둘째로 원자력위원회는 현재 가동중인 경수로에서 50t 가량의 플루토늄을 소비할 것이라고 잡고 있지만, 요즘처럼 우라늄 가격이 안정된다면 플루토늄을 경수로의 핵연료로 공급한다는 계획은 경제적으로 극히 불리한 것이다. 싸고 안정적인 우라늄을 두고 비싸고 불안정한 플루토늄을 사용한다는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인 발상이다.
한가지 흥미있는 사실은 일본 재처리시설에서 생산할 플루토늄 양과 경수로에서 소비할 플루토늄 양이 50t으로 같다는 점이다. 즉 경수로에서 플루토늄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재처리시설은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원자력위원회는 재처리시설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경수로에 플루토늄을 핵연료로 사용한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정도 해볼 수 있다.
일본 원전들은 최근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전내 핵연료 보관용기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핵재처리시설은 플루토늄생산을 위해서라기보다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을 위해 더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