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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2020년 달에 간다

따로 발사한 우주선, 달 궤도서 도킹



“최선을 다해 임무를 마치겠습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을 예정입니다.”

2008년 4월 11일, 도킹에 성공한 뒤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 호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건너 온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의 목소리는 당찼다. 한국이 세계 36번째 우주인 배출국이 되는 순간이었다.

인류의 우주 기술 진보를 이끈 주역은 미국과 구소련이었다. 이념 대결을 통한 국가 역량의 결집이 없었다면 1960년대에 달에 인간이 발을 딛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다.하지만 최근 들어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유럽은 물론 인도와 일본이 새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력과 경제력의 측면에서 국제 사회가 다원화된데다 달 탐사의 무게 중심이 국가의 자존심 대결에서 과학 연구와 자원 탐색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한국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우주 개발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은 최근 고유한 탐사 방법과 대상을 개척하며 ‘우주강국’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로 달 탐사하는 법

한국 우주개발의 방향은 어느 정도 가다듬어졌다. 올해 7월 말 발사되는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보다 성능이 좋은 ‘한국형 발사체’(KSLV-2)를 2018년까지 개발해 2020년에 달 궤도선, 2025년에는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과학자들은 로켓에 해당하는 발사체, 발사체에 실어 보낼 탐사선, 탐사선에 장착할 관측 장비를 연구하고 있다. 우주 개발에 수십 년 일찍 뛰어든 강대국들과 당장 대등한 경쟁을 하긴 어렵지만 여태껏 실행한 적 없는 탐사방식을 과감히 시도해 ‘틈새’를 개척하겠다는 것이 한국 우주개발의 전략이다.

 



한국의 달 탐사, 특히 착륙 계획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다른 우주개발국과 다른 특징이 있다. 발사체에 실을 수 있는 탐사선의 최대 중량이 550kg이라는 사실이다. 1970년대에 달로 날아간 구소련의 탐사선 ‘루나’의 총무게는 5t 내외. 한국형 발사체에는 상당
히 가벼운 탐사선을 실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열린 제5차 우주개발 진흥전략 심포지엄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이상률 박사는 한국형 발사체가 지구 상공 300km까지 달 탐사선을 싣고 올라간 뒤 우주 공간에서 추진 기관인 ‘고체 킥모터’를 작동, 달을 향해 38만km를 곧장 비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연료를 적게 쓰면서 단시간에 달에 닿을 수 있는 방법이다.





문제는 우리 기술 수준으로는 달 착륙선을 월면에 안착시킬 수는 있어도 지구로 데려올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항우연 예측에 따르면 550kg을 달 착륙선에 ‘올인’한다고 가정하면 달 착륙선 본체에 160kg을, 착륙용 연료와 추진기관에 390kg을 할애해야 한다.

임무를 마친 달 착륙선이 우주 공간으로 솟구치려면 달 착륙선 무게 160kg 가운데 이륙용 연료와 추진기관에 다시 110kg을 할당해야 한다. 한국 우주개발 능력에서는 최대한 노력한 수준이지만 이 착륙선을 지구로 귀환시키기엔 연료가 턱없이 모자란다. 기껏해야 달 궤도에 오를 수 있을 뿐이다.

 



항우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 착륙선을 투입한 뒤 또 다른 우주선을 달 궤도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사체 규모가 작아 한 번에 달 착륙선과, 달 착륙선을 이끌고 지구로 돌아올 달 궤도선을 보낼 수 없다면 두 번에 나눠 보내자는 전략이다. 첫 번째 우주선(달 착륙선)은 월면 조사를 마친 뒤 달 궤도로 솟아오르고, 두 번째 우주선(달 궤도선)은 달 궤도에서 착륙선과 만나 지구로 귀환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우주 비행 기법이 도킹(랑데부)이다. 우주선 2대가 나란히 궤도를 돌며 비행하다가 결합하는 도킹을 달 궤도에서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따로 발사된 우주선이 달 궤도에서 도킹하는 방식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안된 아이디어다. 이는 궤도선과 착륙선을 함께 실을 수 있는 거대한 발사체가 없어도 달에 착륙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박사는 “따로 발사된 우주선을 달 궤도에서 도킹시키는 것은 기술적으로 무척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우주 개발에 관한 국내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NASA 제작비 절반에 달 가는 탐사선



달 탐사선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권세진 교수팀과 국내 한 기업이 지난해 12월 무게 25kg, 최대 출력 350N(지구에서 35kg을 들어올리는 힘)에 이르는 달 착륙선을 개발했다. 액체 과산화수소를 연료로 쓰는 엔진을 이용하면 달에 약 20kg의 물체를 착륙시킬 수 있다. 엔진에 들어가는 촉매 반응기를 포함한 부품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연구팀이 만든 달 착륙선의 가장 큰 특징은 낮은 개발 비용이다. 자체 개발한 엔진을 사용하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 중인 달 착륙선(약 1270억 원)보다 절반 낮은 가격에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보고 있다.

권 교수는 “KSLV-2 완성에 구애받지 말고 달 착륙선 발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같은 전통의 우주강국 외에도 중국, 일본, 인도처럼 한국과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이 앞다퉈 우주로 향하는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 일부 과학계에선 한국이 이미 소형 위성을 수출하는 기술 수준에 이른 만큼 달 탐사선을 2020년 이전에 개발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권 교수는 “인도, 유럽 등 다른 국가의 발사체를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달 탐사선 개발을 빨리 진행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달 궤도에서 지구 자기장 최초 관찰

다른 나라가 손대지 않은 달 탐사 분야를 개척하려는 노력은 정부가 지난해 대규모 재원을 투입할 방침을 밝힌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사업을 통해서도 구체화된다. 대상은 탐사선에 탑재할 관측 장비다. 경희대 우주과학과 이동훈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달 궤도 우주탐사 사업단’은 중성자, 이온, 전자를 관측하는 장비를 위성에 실어 달 궤도에 띄우려는 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 교수는 “이 연구의 특징은 지구 자기장의 변화상을 지구와 멀리 떨어진 달에서 바라보는 데 있다”고 말했다. 지구 근처에서 자기장을 살펴보려는 연구는 많았지만 달 궤도처럼 먼 거리에서는 처음이라는 얘기다. 기존의 지구 자기장 관측이 숲 속에서 나무를 보는 식이었다면 연구단이 하려는 관측은 숲 밖에서 숲 전체를 조망하는 격이다. 그만큼 자기장의 전체 변화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영국 임페리얼대와 협력하고 있는 연구단은 총 3기의 시험용 위성을 2011년 지구 저궤도에 띄워 1년 6개월 정도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2013년 개발 프로젝트가 끝나고2~3년 뒤까지 실제 달로 쏠 탐사선을 만들겠다는 게 연구단의 복안이다.

이 연구가 왜 필요할까. 연구단에 소속된 같은 학과의 진호 교수는 “지구 주변은 우주선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인 만큼 ‘도로’ 상황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관측 장비를 가벼우면서도 전력을 적게 쓰는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먼 거리에서도 지구 자기장을 자세히 관측할 수 있도록 감지기의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달 표면에 널린 흙으로 콘크리트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최근 한양대 토목환경공학부 이태식 교수는 경북 경주 지방의 흙으로 달 표면 토양과 비슷한 흙을 세계 5번째로 만들었다. 이 연구는 달 기지 건설의 선결 조건이 될 만큼 중요하다.

우주선을 활용해 지구에서 달로 건축 자재를 옮기면 1kg당 5000만 원~1억 원까지 비용이 들지만 달의 흙을 이용해 구조물을 만들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점 때문에 NASA에서는 달 표면 토양을 활용하는 콘크리트를 개발해 달 기지 건설에 쓸 방침이다. 달에서의 토목 공사에 한국 기술진이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우주 개발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아가려는 한국. 우주 개발에 먼저 나선 나라와의 격차는 아직 분명하지만 미개척지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는 전략적 움직임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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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호 기자 ,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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