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에 명확한 상이 맺히는 것은 원추세포들의 규칙적인 정렬과 관계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 ‘적응광학’(adaptive optics) 연구팀은 레이저 시스템으로 눈의 안쪽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발견했다.
원추세포에는 짧은 파장의 파란빛을 볼 수 있게 하는 S세포와 중간 파장의 녹색빛에 반응하는 M세포, 긴 파장인 붉은 빛에 반응하는 L세포 세 가지가 있다. 뚜렷한 상을 맺는 망막의 부분들은 파란빛을 볼 수 없다. 대부분의 원추세포들은 M세포와 L세포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원추세포들의 조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었다. 정상인 2명과 색약인 1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정상인 한사람은 M세포와 L세포의 수가 같았고, 다른 한사람은 L세포 수가 M세포의 4배나 됐다.
놀랍게도 이들의 망막에서 각각 L, M세포 중 하나가 부족하면서 불규칙적으로 배열됐는데도 이들이 모두 색을 인식하는데 차이가 없었다. “아무런 규칙이 없이 원추세포들이 배열되는 사실은 예상 밖이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이렇게 규칙 없이 고안한다면 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점이 인간의 눈이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영상 장치임을 말해주는 것이다”라고 연구팀장인 윌리엄은 말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를 인간의 뇌에서 찾았다. 뇌의 3분의 1이 시각에 관련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뇌는 방금 시각에서 넘어온 정보보다 그동안 축적한 시각에 대한 엄청난 양의 정보를 가지고 여러 과정을 거쳐 완전한 상을 얻어내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