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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에~♩ 바로 그 날에~♪ 토요일 밤에~♬ 떠나간 그대~♪
휘황찬란하게 돌아가는 조명, 손담비의 현란한 안무,
흥이 절로 나는 복고풍 리듬, 그리고 귀를 막아도 온몸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SBS 인기가요’ 촬영 스튜디오.
마술 같은 기술로 빛을 움직이고 소리를 다듬는 방송 현장의 비밀을 파헤쳐보자.

“5분만 쉬었다가 다시 들어갑니다.”
잠깐 쉰 뒤 다시 리허설에 들어간다는 PD의 말이 들리자 가수와 백댄서들은 무대 저편으로 들어가 땀을 닦고 물을 마신다. 방금 전까지 눈이 부시게 번쩍이던 무대는 조명이 꺼지고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해진다. 지난 3월 29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SBS 인기가요’ 리허설로 SBS 등촌동공개홀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촬영은 오후에 시작하지만 조명은 새벽 4시에 설치됩니다. 가수들이 리허설을 시작하는 오전 9시 전에 조명은 이미 완성돼 있죠.”
SBS 인기가요에서 조명을 담당하는 SBS 아트텍의 김영준 감독은 방송국에서 가장 바쁘고 부지런한 팀은 바로 조명팀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수백 개의 조명으로 노래 분위기 창조한다
인기가요에서 사용되는 조명은 단순하게 껐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파라이트’와 여러 가지 특수효과를 만드는 ‘무빙라이트’가 있다.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노래와 춤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바로 40~50개의 무빙라이트다. 무빙라이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움직일 뿐 아니라 빛의 색깔과 무늬도 마음대로 바꾼다.

조명이 달린 곳은 무대가 있는 스튜디오지만 조명을 움직이는 곳은 스튜디오에서 떨어진 조명 부조정실이다. 부조정실 안에서는 조명감독과 엔지니어들이 카메라에 비춰진 화면으로 무대를 보면서 조명을 조정한다.
김 감독은 “조명 수백 개로 빛의 드라마를 완성하는 일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일과 같다”며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빛의 방향과 각도, 빔의 색깔 등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조명은 음악 프로그램 외에도 드라마, 리얼 버라이어티, 뉴스 등 모든 프로그램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조명팀은 음악 프로그램의 조명에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 음악 프로그램이야 말로 방송사에 따라, 그리고 프로그램에 따라 조명의 개성을 한껏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프로그램에서 같은 노래를 부르더라도 그때마다 다른 분위기의 조명을 연출한다. 매번 비슷한 내용과 색깔로 조명을 연출하면 시청자가 식상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인기가요 조명팀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가수의 이미지와 노래 가사, 분위기 등을 꼼꼼히 따져 가장 잘 어울리는 조명을 기획해 방송제작 대본인 큐시트를 만든다. 무대에서는 가수가 노래하며 춤추고, 천장과 무대 바닥에서는 조명이 각본대로 현란한 빛을 내며 움직이는 셈이다.

예를 들면 슬픈 분위기의 발라드는 가능한 한 조명의 수를 적게 켜고, 기본 색을 파랗게 깔아 우울한 분위기를 만든다. 노래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조명을 다 끄고 조명 하나만 가수에게 비춰 어두컴컴한 무대 위에 가수 혼자만 남긴다. 반대로 빠르고 발랄한 노래는 조명을 빠르게 움직이고 다양한 색깔을 이용해 한껏 들뜬 분위기를 만든다. 소녀시대를 예로 들면 발랄하고 깜찍한 소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분홍색이나 연두색 같은 파스텔 컬러를 사용한다.

같은 노래라도 가사가 있는 부분과 간주 부분에 따라 조명이 다르다.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는 노래 중간에 가사 없이 간주만 흐르며 가수가 춤만 추는 부분이 있다. 이때 더욱 리드미컬하고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천장에 있는 조명을 모두 끄고 바닥 조명만 켜서 가수 실루엣만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좌우에서 조명을 살짝 비춰 얼굴과 등의 곡선을 강조한다.

이렇게 조명 각본을 미리 짠 다음 리허설 전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노래 가사와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지, 또 리듬과 박자는 어울리는지 시연한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속에는 미니홈피의 미니룸처럼 실제 무대와 닮은 ‘미니무대’가 들어 있다. 미니무대에는 실제 조명과 똑같은 위치, 개수대로 조명을 지정하고 가수 미니미를 배치시킨다. 조명감독은 음악의 흐름과 리듬에 따라 다르게 연출한 빛의 각도와 색깔을 순서대로 저장해 시뮬레이션 한다.

가로 세로 50cm도 되지 않는 조명이 수없이 많은 색깔과 다양한 모양의 빛을 창조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인기가요 전 조명감독인 이태희 감독은 “조명의 마술은 바로 ‘컬러휠’과 ‘고보’(gobo, 차광판)에 있다”고 밝혔다.

조명 램프는 백색광이지만 일반적으로 색온도가 태양광(5600K)보다 높은 6500K로 파란빛을 띤다. 램프에서 나온 빛은 램프와 렌즈 사이에 겹쳐서 배치된 컬러휠과 고보를 통과하면서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변한다. 컬러휠은 기본색 8개가 칠해진 원들이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색상판처럼 둥글게 배치된 유리판이고 고보는 8가지 문양이 배치된 철판이다.

셀로판지를 겹치면 다양한 색깔이 나오듯이 컬러휠을 여러 개 겹쳐 다양한 색깔의 빛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조명 하나에 들어가는 컬러휠은 4개 이상. 빨강, 초록, 파랑, 시안, 마젠타, 노랑, 페일펄, 흰색 8가지 색깔을 마음대로 섞어 원하는 색을 연출한다. 고보에 그려진 문양은 무대에 빛으로 나타내고 싶은 그림이나 글자 모양대로 뚫어 빛이 새어나가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무대에 커다란 분홍색 하트를 그리고 싶다면 컬러휠을 돌려 빨강색을 지정하고 다른 컬러휠에서 페일펄을 지정해 색을 정하고, 고보를 돌려 그 위에 하트 문양이 겹쳐지게 한다. 이렇게 컬러휠을 섞고 고보를 선택해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빔을 무대에 쏜다.

가수 목소리와 방청객 환호 따로 섞어 보낸다
인기가요 무대를 바로 앞에서 보니 정신이 아찔하다. 쿵쿵쿵쿵쿵…. 빠른 리듬에 따라 변하는 현란한 조명과 화려한 가수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리. 아무리 귀를 틀어막아도 몸 전체를 진동시키는 소리를 막아낼 수 없다.

인기가요 촬영장에서 소리에 가장 민감한 곳은 단연 음향 부조정실이다. 음향팀은 ‘신이 내린 절대음감의 소유자들’로 시청자의 귀에 가장 편안한 음악을 선사한다. 현재 SBS 인기가요에서 음향을 담당하는 SBS 아트텍의 박찬호 감독은 음향 기술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음악에 잡음이 섞이지 않게 깨끗이 전달하는 것’을 꼽았다. 음악 프로그램은 다른 장르보다 소리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드라마 촬영장을 떠올려보자. 카메라에 잡히지 않게 기다란 장대 끝에 달아 배우들 위로 붕 띄운 털 뭉치는 바로 붐 마이크다. 붐 마이크는 다른 마이크에 비해 지향성이 높아 배우의 목소리를 잘 잡는 대신 자동차 소리나 바람 소리 같은 잡음도 잘 들어간다. 그래서 인조털이나 양털, 토끼털로 만들어진 윈드스크린으로 마이크를 감싸 잡음을 없앤다.

일반마이크로 소리를 녹음할 때, 녹음하려는 소리와 잡음이 44dB(데시벨)이상 차이가 나면 잡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일반적인 대화 목소리는 60~70dB로 잡음이 16~26dB 이하이면 마이크에 목소리만 깨끗하게 잡힌다. 붐 마이크는 배우에게서 1.5~2.5m 떨어져 있는데다가 윈드스크린 덕분에 잡음 크기를 6dB이나 줄인다. 결국 다른 마이크보다 먼 거리에 떨어져있어도 녹음하려는 소리만 깨끗하게 입력할 수 있다.

사람은 주변이 아무리 시끄럽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소리를 집중해 들을 수 있다. 이를 ‘칵테일 효과’라고 하는데 현재까지 제작된 마이크 중에는 이런 기능을 가진 제품은 없다. 그래서 목소리나 음악은 가능하면 조용한 장소에서 녹음한다. 소음을 없앨 수 없는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붐 마이크를 들거나 무선 마이크를 달아주는 등 녹음할 소리가 주변 잡음보다 크게 들리도록 한다.

너무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상대방 목소리가 잘 안 들려 서로 언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드럼 소리보다 방청객 함성이 더 큰 공개 방송에서는 가수도 반주가 안 들려 노래하기 어렵다. 가수는 무대 바닥에 있는 스피커나 귀에 꽂은 ‘인이어’에서 나오는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소시’와 ‘슈주’의 매력 연출하는 이퀄라이징
노래를 정확히 부르더라도 방청객 함성이 너무 크면 시끄럽고, 그렇다고 방청객 함성을 빼면 너무 밋밋하다. 노래를 깨끗하고 정확히 전달하면서 방청객 함성으로 분위기도 띄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박 감독은 “음향의 마술은 바로 ‘이퀄라이징’에 있다”고 밝혔다. 이퀄라이징이란 각 채널로 들어온 소리 신호를 주파수 별로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손담비 같은 댄스 가수는 머리에 무선 헤드셋마이크를 단다. 무선 마이크는 가장 가까이에서 나는 소리를 잡아 부조정실로 보내기 때문에 방청객 소리보다 가수 목소리를 더 크고 깨끗하게 담는다. 부조정실에서는 무선마이크가 담은 소리와 미리 준비한 반주를 합쳐 방송으로 내보낸다. 결국 방청객의 목소리가 아무리 커도 텔레비전에서는 노래가 깨끗하게 나온다.

물론 음악프로그램에서는 음향 효과를 위해 일부러 목소리 신호에 잔향이나 에코를 더하기도 한다. 잔향을 만들어 소리에 여운이 남도록 만들면 음악이 스튜디오 안에 울려 퍼지면서 점점 부드러워지고 노래하는 목소리가 풍성해진다.

9명이나 되는 소녀시대의 경우에는 어떻게 녹음할까. 또 미리 준비된 음원이 아니라 실제로 음악을 연주하는 경우에는 소리를 어떻게 깨끗하게 담을까. 그룹 가수나 오케스트라의 경우에는 가수와 악기마다 마이크를 설치한다. 마이크는 설치한 위치와 각도에 따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소리를 주로 담기 때문에 그 외의 소리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각 마이크가 담은 소리는 개별적인 채널로 분류돼 녹음된 다음 부조정실로 들어간다. 부조정실에서는 사운드믹싱을 이용해 채널별로 저장된 소리들을 합쳐 하나의 소리로 만든다. 이때 신경써야할 사항은 ‘소리들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가’이다.

만약 한 채널만 특별히 볼륨이 크다면 조화가 깨진다. 같은 팀이라도 선천적으로 목소리가 큰 멤버와 작은 멤버가 있고, 오케스트라에서도 악기마다 볼륨이 다르기 때문이다. 음향팀은 리허설 때 부르는 노래 소리를 듣고 크게 들리는 채널은 볼륨을 줄이고, 음색이 굵은 채널은 가늘게 만들어 모든 채널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조화를 이루게 만든다.

반대로 몇몇 멤버의 목소리에만 특징을 주기 위해 음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슈퍼주니어가 부르는 ‘쏘리쏘리’가 좋은 예다. 박 감독은 “성민과 려욱이 부르는 파트는 음반을 녹음할 때 굵은 음은 잘라내고 가늘고 높은 음색만 살려 사이버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라이브를 할 때도 원곡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그 부분만 굵은 음을 없앤다”고 설명했다.

음향팀은 굳이 기기의 레벨을 보지 않더라도 음원들의 볼륨이나 음색, 리듬 등이 서로 어울리는지 판단한다. 박 감독은 “오랫동안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누구나 절대음감이 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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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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