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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장거리 로켓에 인공위성을 실어 발사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실패 원인은 물론 북한의 로켓 기술 수준과 대륙간탄도탄 기술 보유 여부를 두고 논란이다.
북한이 7월 말 우리 우주발사체 KSLV-1 발사에 앞서 선수를 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지난 4월 5일 북한이 함남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 2호’는 실패로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98년, 2006년에 이어 이번 세 번째 발사에서도 3단 로켓이 분리되지 않거나 점화되지 않아 위성이 우주궤도에 진입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북한은 위성 ‘광명성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으며 490km×1426km의 타원궤도를 돌고 있는 이 위성과 통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8년 8월 대포동 1호 발사 때와 상황이 너무도 흡사하다.

북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제시한 위성 궤도와 470MHz의 통신 주파수에서 신호는 잡히지 않고 있다. 또 위성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해 운용을 시작하면 유엔 외기권사무국에 우주물체로 등록하는 것이 통례이지만 북한은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3월 초 ‘우주물체 등록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는데, 발사에 성공했다면 위성을 유엔에 등록하는 게 보통이다. 물론 실패하면 등록을 안 해도 된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북한 위성이 우주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왜 실패했을까. 북한의 로켓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이 대륙간탄도탄기술을 보유한 걸까.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의 진실을 파헤쳐보자.

인공위성 발사, 왜 실패했나
북한이 개발한 로켓 ‘대포동 2호’는 3단으로 구성된 위성발사체(은하 2호)와 2단으로 구성된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사한 장거리 로켓은 위성발사체로 확인되고 있다. 1단 로켓은 29t 추력의 로켓엔진 4개를 다발로 묶어 총 추력이 117t 정도이고, 2단 로켓은 기존 스커드 미사일 엔진의 사거리를 늘린 개량형으로 추력이 33t 정도이다. 로켓 엔진의 연료는 등유(kerosene)와 가솔린을 8 : 2로 혼합한 것이다.

일본 방위청에 따르면 1단 로켓은 예정대로 일본 아키타 현에서 서쪽 280km 해상에 낙하했다. 초기에 2단 로켓은 발사장으로부터 약 3100km 떨어진 곳에 추락한 것으로 예측돼 예상 성능을 내지 못한 것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미 공군의 조기경보위성(DSP 위성) 자료와 레이더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은하 2호는 일시적으로 490km 우주고도까지 올랐다가 무수단리 발사장에서부터 3800km 이상 떨어져 있는 태평양 상에 낙하했다. 다만 3단 로켓을 분리하는 데 실패했거나 2단에서 정상적으로 분리된 3단 고체로켓이 연소하는 데 실패했다. 은하 2호가 예상 타원궤도의 490km 고도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은 2단까지 로켓 추진은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분리 실패 탓에 3단이 점화되지 않았거나 정상적으로 분리된 뒤 3단 로켓의 연소에 문제가 있어 궤도속도를 얻지 못한 채 해상으로 서서히 추락했다는 뜻이다.

북한은 광명성 2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은하 2호가 어디로 갔는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수천km 밖의 궤적을 쫓을 만한 첨단 레이더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해군의 최첨단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에 장착된 SPY-1D 레이더는 울릉도 근해에 대기하며 무수단리를 떠난 로켓을 1000km까지 추적했다. 나머지는 미국·일본의 첨단 레이더 시스템이 맡았다. 최종 추적은 북미방공우주사령부(NORAD)에서 지구 궤도를 도는 야구공 크기의 물체를 찾아낼 수 있는 우주감시망을 동원해 진행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3800km 이상을 날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2단 로켓의 궤적을 파악하지 못했다. 3단 로켓과 거기에 실린 탑재체(payload)의 추적은 더 어려웠다.

결국 북한은 자국의 로켓과 탑재 위성체를 추적할 능력도 없이 이번 발사를 강행한 셈이다. 이번 발사에서 한국, 미국, 일본이 대신 로켓을 추적해 북한에게 궤적의 정보를 제공해 줬으니 얼마나 경제적으로 로켓을 발사한 것이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로켓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북한의 로켓 개발은 군사용 미사일 개발의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옛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도입하려 했으나 사거리가 긴 미사일 관련 기술은 전수받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독자적인 미사일 개발로 정책을 선회했고 중동국가들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반 북한은 이집트로부터 받은 러시아의 스커드B 미사일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역설계)으로 복제생산을 추진했다. 이때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생산기반, 지상연소시험장, 연구개발 시설 등을 구축했다. 1984년에는 스커드B 미사일의 복제품을 개발하고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미사일의 사거리를 연장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렇게 개발한 미사일이 사거리가 500km 이상인 화성 5호와 6호(단거리 미사일)다.

북한 미사일이 복제 수준에서 벗어나 비약적으로 발전한 계기는 노동미사일 개발이었다. 사거리 1300km의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는 새로운 엔진과 유도제어시스템이 필요하다. 1993년 북한은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 1호를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하며 독자적인 미사일 개발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노동미사일은 파키스탄의 가우리 2호, 이란의 샤하브 3호 미사일과 외관이 동일하다. 이는 북한이 두 나라와 시험 자료를 공유해 실전용으로 개량했다는 뜻이다.

1990년대 초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1호와 2호를 거의 동시에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998년 8월 시험 발사한 대포동 1호는 일본 열도를 가로질러 태평양 상에서 추락했다. 당시 북한은 대포동 1호를 위성발사체로 전환해 ‘광명성 1호’라는 위성을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진입시켰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는 2단 로켓이 분리되지 않아 궤도 진입에는 실패한 것으로 추정됐다. 3단에는 고체로켓모터를 장착해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미 북한은 다단계 로켓의 분리와 유도제어 측면에서 상당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장거리 로켓(은하 2호)의 발사도 2단까지 성공적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앞선 발표와는 달리 3800km 이상 날아갔고, 다만 발사체의 2단과 3단 로켓이 분리되지 않거나 3단 로켓이 연소되지 않아 실패로 끝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은하 2호가 날개 대신 추력기(자세제어용 소형로켓)를 이용한 첨단 자세제어시스템을 채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공개한 발사 동영상을 보면, 발사체가 이륙한 직후 1단과 2단 사이에서 연기가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그 증거로 보인다. 연료를 태우는 산화제도 과거에 독성이 있는 질산염 계열을 사용했으나 이번엔 비추력(연비)이 좋은 사산화질소(N2O4)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2단 엔진의 경우에는 사거리와 속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연소시간을 늘리는 단계별 연소방식을 채택했다. 결국 북한 로켓은 성능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좋아져 사거리가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초 이란은 ‘샤피르’라는 발사체에 초소형위성인 ‘오미드’를 실어 우주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발사체는 탄도미사일인 샤하브 로켓을 근간으로 하는데, 샤하브 미사일은 대포동 미사일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북한 미사일은 이란, 중국, 파키스탄의 미사일 기술이 혼합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정을 살펴보면 로켓추진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 것이 확실하다. 미사일의 핵심기술은 크게 세 분야로 구성된다. 유도제어 기술, 로켓추진기술, 구조재료와 전자기술이 그것이다. 북한은 미사일에서 핵심기술인 로켓 유도제어용 관성항법장치에 필요한 자이로와 가속도계를 직접 개발해 사용한다. 로켓엔진의 경우도 소재를 제외하고는 압축기, 터보펌프 등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자체 기술로 생산하는 비율은 70~8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재, 원자재, 전자소자(素子) 등은 외국에서 구매해 부품단계에서 직접 설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미사일의 전기전자부품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반도체, IC 등의 전자소자는 해외에서 조달한다. 일반적으로 미사일에 사용되는 소자는 최소 군용급 이상이 요구된다. 발사 시에 요구되는 강력한 진동, 고도 상승에 따른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발사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고 최근의 전자소자기술이 극한 환경에 비교적 잘 견디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산업용 소자를 사용할 수도 있다.

미사일의 구조재료인 특수강, 합금강, 복합재료 등도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지에서 들여온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 마그네슘 같은 원자재는 러시아나 프랑스에서 건축용으로 수입해 전용(轉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위성 기술은 전무한가
북한에서 우주기술의 또 다른 축인 인공위성 기술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까지 북한에서 개발한 위성은 초보적 수준이다. 1998년 대포동 1호를 발사했을 때 탑재한 위성 광명성 1호는 세계 최초의 위성인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1호와 유사한 것으로 예상됐다. 20kg 정도의 금속 구조물 위성으로 9V짜리 배터리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하고 태양전지 셀은 부착돼 있지 않았다. 다만 전송기와 안테나를 설치해 지상에서 모스전신신호만 받을 정도로 초보적 성능의 위성이었다. 실제 대포동 1호를 발사하고 지상국에서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을 준비도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에 은하 2호에 실린 광명성 2호는 시험통신위성이라고 한다. 북한은 광명성 2호가 고도 490km×1426km의 타원궤도를 도는 저고도위성이며 궤도면이 지구 적도면과 이룬 각이 40.6°인 경사궤도 위성으로 미래의 통신위성 발사에 대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 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상당한 수준인데 위성기술은 전무할까. 미사일은 핵심 무기이자 핵무기의 이동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지난 30년간 엄청난 투자를 해 기술을 현재의 수준으로 올려놓았지만, 위성은 무기체계로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1998년 대포동 1호를 발사한 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의 존재를 드러냈고 이 위원회에서 운반로켓과 위성 등의 연구제작과 개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위성개발에도 점진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앞으로 기상위성, 통신위성 같은 실용위성을 개발하는 데도 힘쓸 계획이라는 ‘국가우주개발전망계획’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륙간탄도탄 기술 보유했나
정교한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주요 핵심기술의 확보가 관건이다. 첫 번째가 로켓추진기술이다. 로켓추진기술이 발전하면 사거리가 증가하고 탄두의 무게가 증가한다.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에서 북한은 과거에 비해 괄목할 만큼 향상된 로켓추진기술을 보여줬다. 하지만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하는 데 로켓추진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정밀유도제어기술, 소재기술, 탄두의 소형화 및 경량화 기술 등도 중요하다. 북한이 이들 첨단기술을 모두 확보해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대륙간탄도탄은 타원형 궤적을 그리는데 대기권 밖에서 최고 정점에 이르렀다가 하강하면서 지상 목표물을 향해 가속된다. 장거리 미사일의 경우 보통 탄두는 재돌입비행체(RV)에 실려 대기권에 다시 진입한다. 지상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밀한 유도제어시스템이 필요하다. 미사일의 위치와 방향, 속도는 중력 효과, 온도 변화, 공기 압력 등에 의해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아직 이러한 정밀유도제어시스템을 검증한 적이 없다.

대부분 탄두는 재돌입비행체 내부에 놓인 채로 미사일에서 분리된다. 다수의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재돌입비행체를 동시에 탑재하기도 한다. 사거리를 증가시키기 위해 탄두의 소형화, 경량화는 중요하다. 핵탄두의 탑재는 더욱 어려운 기술이다.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재돌입비행체의 앞부분은 뾰족한 형태가 뭉뚝한 형태보다 더 빠르게 내려온다. 그만큼 충격속도도 빠르고 온도도 1만℃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엄청난 열을 견디는 재료기술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재돌입비행체를 제작하기 위해 1만℃의 온도를 견디는 특수 열방호 재료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탄도탄이나 우주비행체로 대기권에 재돌입하는 기술을 시험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밖에 없다.

북한의 로켓이 위성발사체든 미사일이든 로켓발사 측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위성을 발사해 미사일의 로켓엔진 성능을 시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려놓았다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로켓추진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위성발사체 발사 성공이 곧 대륙간탄도탄 기술의 확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은하 2호의 발사 실패 시나리오
지난 4월 5일 11시 30분에 함남 무수단리에서 발사된 은하 2호는 1단이 예상대로 동해상에 떨어졌고 2단이 점화된 뒤 고도 490km까지 솟아올랐으나, 2단과 3단이 분리되지 않았거나 3단이 점화되지 않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발사에서 북한은 사거리를 3800km 이상으로 늘리며 과거에 비해 향상된 로켓추진기술을 보여줬다. 물론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대기권 재돌입 관련 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북한과 이란 미사일 비교
북한의 은하 2호는 이란의 샤하브 5호와 매우 비슷하다.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 미사일은 샤하브 3호와 거의 같다. 북한이 이란과 기술 교류를 활발하게 한다는 뜻이다.

장영근 교수는 미국 테네시대 우주연구소(UTSI)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품보증그룹장,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항공대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인공위성 설계와 로켓 분야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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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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