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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브라의 육상 환경은 풍요로운 열대 섬의 전형이지만 ‘샹피뇽’(champignon)으로 불리는 울퉁불퉁한 석회암이 요새처럼 펼쳐져 있고 관목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사람이 살기 어려운 이런 환경이 많은 생명체들에겐 오히려 좋은 은신처다. 알다브라자이언트거북(Geochelone gigantean)은 갈라파고스에 살고 있는 사촌인 갈라파고스자이언트거북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는데, 개체수는 훨씬 많다. 이 초식파충류는 알다브라에만 10만 마리가 넘게 살고 있다. 어쩌면 15만 마리에 이를지도 모른다.
이렇게 대규모로 서식한 결과 ‘거북 풀밭’(tortoise turf)이라는 독특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거북 풀밭은 바위와 관목 둘레에 풀이 촘촘히 자란 초지로 수세기 동안 거북의 배설물을 거름으로 삼아 형성됐다. 먹이라야 풀 같은 빈약한 메뉴가 전부지만 이 거북은 몸무게 250kg, 몸길이 1.2m에 이르고 100년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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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구하려 탄원서 쓴 찰스 다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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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브라자이언트거북이 굉장히 번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소수의 생존자다. 이들의 조상은 훨씬 넓은 지역에 퍼져 살았고 수백만 마리에 이르렀다. 오랜 시간 물과 먹이 없이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이 거북은 ‘저장식품’(!)으로 배에 실렸고 결국 지나친 남획으로 1880년대에 멸종될 위기를 맞았다. ‘종의 기원’ 출간 이후 저명한 과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찰스 다윈은 비록 알다브라를 방문한 적은 없었지만 이런 긴박한 상황을 알고 영국 식민지로 당시 알다브라를 관할하고 있던 모리셔스 정부에 탄원서를 냈다. 그 결과 이 특별한 거북을 보전할 수 있었다.
알다브라 환초의 가장 큰 위기는 1960년대 후반 미국이 장거리 폭격기를 위한 공군기지를 세우려고 결정했을 때 찾아왔다. 이를 막기 위해 각지에서 움직임이 일어났고 결국 알다브라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보전에 성공한 사례가 됐다. 오늘날 이 섬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으며 외지에서 유입된 고양이와 염소도 거의 퇴치했다. 그 결과 거북뿐 아니라 다른 두 종의 중요한 동물도 잘 보호받고 있다.
야자집게(Birgus latro)는 육상 절지동물로는 가장 큰 종으로 몸무게가 3kg이 넘고 양다리를 펴면 1m가 넘는다. 야자집게는 육상 생활에 거의 완전히 적응했지만 바다와의 연결고리는 남아 있다. 산란기가 되면 암컷이 바다에 알을 낳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은 낮에는 굴속에 있다가 밤에 먹이를 찾아 나선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야자집게는 땅에 떨어진 야자열매를 주로 먹고 산다. 이 녀석들은 커다란 근육질 집게발로 야자열매 껍질을 열어 과육을 먹는다.
이 환초의 또 다른 거주자인 알다브라흰목뜸부기(Dryolimnas aldabranus)는 서인도양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날지 못하는 새다. 이 녀석들은 맹그로브 숲, 빽빽한 관목지대, 자갈과 모래로 덮인 해변 같은 알다브라의 여러 지역에 살고 있다. 알다브라흰목뜸부기는 다양한 먹이를 즐기는데, 거북 등딱지에 붙어 있는 작은 딱정벌레와 파리, 모기뿐 아니라 해변 바위틈에 있는 연체동물과 게를 쪼아 먹는다.
환초 주변은 물 반 고기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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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동안 환초 주변의 바다 속을 집중적으로 탐사하면서 다양한 생명체를 품고 있는 알다브라 바다의 원시성을 체감했다. 알다브라 근해의 해양 생태계는 자연 그대로인 상태로,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이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밀물 때 환초 주변은 흑기흉상어들이 우글거리고 ‘보아 스냅퍼’(bohar snapper, 도미의 일종) 떼가 산호 위를 덮고 있다. 바다 속 갈라진 바위틈엔 다금바리가 꽉꽉 들어차 있고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비밀스러운 레몬상어가 초호와 외해를 잇는 수로를 순찰하고 있다.
20세기 초중반 알다브라에서 무분별하게 남획됐던 녹색 거북(Chelonia mydas)은 그 뒤 많이 회복됐다. 오늘날 이곳은 인도양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의 녹색 거북이 살고 있는 지역이 됐다. 밀물이 되면 초호와 수로의 해초 지대는 풀을 뜯는 거북들로 붐빈다. 알다브라에서는 알을 낳는 해변 가까운 바다에서 짝짓기를 하는 녹색 거북을 쉽게 촬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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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의 보석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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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브라 바다의 미래는 섬의 생태계와는 달리 여전히 불확실하다. 어획 행위는 초호 안과 환초 주변 1.6km 안쪽만 금지돼 있다. 게다가 이런 조치도 서류상으로만 지켜질 뿐 이를 관리할 설비나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효력이 없다. 불법 어업을 하는 선박을 나포할 만큼 빠른 배가 없고 밀어(密漁)를 감시할 해양경찰도 없다. 아직까지는 워낙 떨어져 있어 알다브라 근해의 해양 환경이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리적 격리의 이점도 일시적인 상태일 뿐이다. 다른 인도양 섬들 대다수는 이미 오래전에 상어가 사라졌다. 모리셔스와 레위니옹, 코모로, 세이셸 섬들의 최상위 포식자들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무지막지한 상어잡이 선단이 알다브라의 근해를 향해 키를 돌리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인도양의 보석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될 것이다.
자연보존 사진작가의 사명은 변화를 일으키는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환경을 파괴하는 행동을 고칠 수 있게 만들고 기술과 열정, 경제력을 자연보존을 돕는 데 쓰도록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마음에 품고 나는 알다브라의 바다에서 30일 동안 멋진 나날을 보냈다. 내 카메라는 목격자가 돼서 아직 파괴되지 않은 바다풍경을 담았다. 빠르고 튼튼한 순찰선과 레이더 설비, 숙련된 해양경비대원과 함께 알다브라의 바다는 위협이 닥쳐왔을 때 도움의 목소리를 낼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 말을 하고 이 글이 알다브라의 상어와 도미, 거북 같은 해양 동물들의 목소리가 돼 미래의 세대들에게 환초의 해양 유산을 물려주는 데 기여하길 희망한다. (번역 강석기 기자)
토머스 페이책(Thomas P. Peschak)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활동하는 해양생물학자이자 사진작가이다.
10년 넘게 아프리카 해양과 사막을 찍고 연구해왔다. 올해의 BBC-셸 야생 사진가 상, 피지 사진 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이 과학동아에 3번째 싣는 기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