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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과학교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엠베스트(www.mbest.co.kr) 온라인강의와 EBS 수능방송을 통해 학생들에게 과학의 참재미를 일깨워주려 노력하고 있다. 이화여대, 경인교대에 출강하며, KBS ‘스펀지’와 ‘세상의 아침’, SBS ‘있다! 없다?’에 과학실험전문가로 출연하고 있다. 또 사이언스TV ‘놀라운 발견’과 ‘최은정의 사이언스쑈’를 진행하고 있다.

은수저와 은박지의 환상적인 만남

요즘엔 가정에서 은수저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자주 변색돼 힘들게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결혼할 때만 해도 은수저는 필수 혼수품목이었다. 그러므로 집안을 잘 찾아보면 어머니가 결혼할 때 가져온 은수저가 시커멓게 변한 채 어딘가 박혀 있을지 모른다. 은수저로 실험을 시작해보자. 은수저가 없다면 변색돼 사용하지 않는 은팔찌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도 좋다.

<;실험 따라 하기>;

시커멓게 변색된 은수저를 힘들게 닦지 않고도 새것처럼 되돌릴 수 있다.

●실험 준비물
변색된 은(Ag)수저나 은 액세서리, 알루미늄(Al)포일(일명 은박지), 식소다(주성분은 NaHCO3), 바닥이 넓은 냄비, 물 한 컵, 가스레인지

●실험 방법
① 냄비에 알루미늄포일을 깔고 변색한 은수저를 올려놓는다.
② 물을 붓고 커피숟가락으로 3~4번 식소다를 넣는다.
③ 5~6분 물을 끓이면서 은수저의 색상이 변하는 모습과 알루미늄포일의 상태를 관찰한다.

●실험 결과
은수저를 꺼내 물에 헹구면 은수저가 고유색상인 은색으로 돌아와 있다. 대신 알루미늄포일이 변색되고 얇아지면서 너덜너덜하게 변형됐다.

●실험 시 유의할 점
가열과정이 포함된 실험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더구나 은수저 같은 금속은 뜨거운 상태에서도 가열된 티가 나지 않으므로 완전히 식기 전에 맨손으로 잡지 않도록 유의한다.

카카나마알아철 금속의 이온화경향

이 실험의 원리는 무엇일까? 가열하면서 관찰하면 은수저의 검은 녹이 알루미늄포일로 옮겨 가는듯한 느낌이 든다. 이 현상은 은수저가 환원되고 알루미늄포일이 산화되면서 일어난다.

고등학교에서 화학을 배우면서 ‘카카나마알아철 니주납수 구수은백금’하고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바로 금속의 이온화경향 순서다.

이온화경향이 크면 클수록 반응을 잘 하는 금속이다. 금속은 전자를 잘 잃어버리는 성질이 있으므로 이온화경향이 큰 금속일수록 잘 산화된다. 전자를 잃어버리는 반응을 ‘산화’라 하고 반대로 전자를 얻는 반응을 ‘환원’이라고 한다.

금속의 이온화경향을 살펴보면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주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칼륨이나 나트륨처럼 이온화경향이 매우 큰 금속으로 메달을 만들면 메달이 물과 반응해 폭발한다. 이온화경향이 작아 잘 반응하지 않는 금속인 금과 은, 구리를 이용해 메달을 만들면 메달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


알루미늄포일은 은수저보다 이온화경향이 훨씬 크다. 상대적으로 이온화경향이 큰 알루미늄은 전자를 잃어 산화하고 이온화경향이 작은 은이 그 전자를 받아 환원반응을 하면서 은수저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다.

알루미늄은 자신이 산화되면서 은수저를 환원시킨다. 이때 알루미늄을 ‘환원제’라고 표현한다. ‘소화제’가 스스로 소화되는 약이 아니라 ‘소화를 시켜주는 약’이듯이 자신이 환원되지 않고 ‘다른 물질을 환원시키는 물질’이 ‘환원제’다.

실험에서 식소다를 넣은 이유는 뭘까? 식소다 즉 탄산수소나트륨(NaHCO3)이 ‘전해질’(물에 녹아 이온화하는 물질)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식소다는 알루미늄이 잃은 전자를 은이 잘 받아가도록 전자의 이동을 돕는다. 또한 알루미늄포일이 공기와 접촉해 생긴 산화알루미늄 피막을 약염기성인 소다가 녹여 알루미늄이 전자를 더 잘 내어놓도록 한다.

실험 후에 알루미늄포일이 너덜너덜해진 모습이 알루미늄이 소다에 반응해 녹은 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실험으로 답을 구하려 은수저 없이 소다만 넣고 알루미늄포일을 가열했다. 소다만 있는 상태에서는 알루미늄포일이 많이 손상되지 않았다. 알루미늄포일은 소다와 반응했다기보다 이온화경향이 작은 은수저에게 전자를 뺏겨 산화를 일으키면서 너덜너덜해진 것이다.

금속의 이온화경향
칼륨(K) >; 칼슘(Ca) >; 나트륨(Na) >; 마그네슘(Mg) >; 알루미늄(Al) >; 아연(Zn) >; 철(Fe) >; 니켈(Ni) >; 주석(Sn) >; 납(Pb) >; 구리(Cu) >; 수은(Hg) >; 은(Ag) >; 백금(Pt) >; 금(Au)

은수저 보관은 알루미늄포일이 최고

귀한 손님이 올 때나 명절 때만 가끔 은수저를 사용한다면 은수저를 알루미늄포일에 싸서 놓는 편이 좋다. 여름에 주로 이용하는 은 액세서리를 보관할 때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냥 두면 녹이 슬어 산화철로 변하는 쇠못을 마그네슘리본으로 싸 놓았을 때도 같은 현상이 관찰된다. 마그네슘(Mg)이 쇠못의 주성분인 철(Fe)보다 이온화경향이 커 마그네슘이 산화하면서 내놓은 전자를 철이 계속 가져가기 때문에 마그네슘으로 싸놓은 부분의 철은 계속 환원돼 녹이 슬지 않는다. 마그네슘으로 감싸지 않은 못 머리 부분만 붉게 녹이 슨다.

왕의 독살을 막은 은수저

은은 이온화경향이 매우 작은 금속이라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기 중의 황화수소(H2S)와 반응하면 검은색 침전의 일종인 황화은(Ag2S)을 형성하면서 쉽게 변색된다.
4Ag+2H2S+O2 → 2Ag2S + 2H2O

수라상에는 은수저가 올랐다고 한다. 왕은 늘 독살될 위험에 노출돼 있기에 기미상궁을 시켜 은수저가 검게 변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검은색 황화은이 생성되는 화학반응을 이용한 예다. 독살에는 주로 ‘비상’이라는 약품이 사용된다. ‘비상’이란 ‘황화비소’(As2S3)인데 조금만 섭취해도 심각한 중독증상으로 사망에 이른다. 황화비소에 들어있는 비소(As)는 끔찍한 독으로 다량 섭취하면 구토와 설사를 하고 심한 복통을 앓다가 한 시간 안에 죽게 된다.

황화비소는 색깔이 빨갛고 물과 잘 섞이지 않아 눈에 잘 띈다. 하지만 무취무미(無臭無味)기 때문에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같이 색깔이 있는 음식에 섞으면 맛이나 냄새로 가려낼 수 없다.

황화비소를 에탄올에 혼합한 용액을 만들어 은수저를 넣으면 황화은이 생성되면서 은수저가 검게 변한다. 황화비소는 위험한 독성물질이므로 실험에는 독성이 약한 황화나트륨(Na2S)이나 황화칼륨(K2S)을 사용한다. 황화나트륨 수용액에 은수저를 넣어도 은수저가 검은색으로 변색된다.

은수저는 황이 포함된 화합물과 반응해 황화은이 생성됐을 때만 검게 변하므로 은수저가 모든 독을 검출하는 것은 아니다. 또 은수저는 독성이 전혀 없는 음식물과 반응해 검게 변하기도 한다. 은수저로 달걀찜을 떠도 수저 색이 검게 변하는데 이는 달걀노른자에 황이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은수저를 닦을 땐 립스틱으로

황화은 때문에 검게 변한 은제품을 립스틱으로 닦아도 은제품이 다시 반짝반짝해진다. 검게 변색된 은제품에 립스틱을 바른 뒤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내면 된다. 보통은 은제품을 닦을 때 치약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치약에 포함된 연마제는 은제품 표면을 손상시킬 수 있다.

립스틱 속의 기름성분은 피지에 의해 더럽혀진 부분을 쉽게 닦아낸다. 또 립스틱을 딱딱하게 하는 파우더 성분이 부드러운 연마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품 표면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변색된 제품을 새것처럼 깨끗하게 만든다.

은반지 한쪽은 치약으로 반대쪽은 립스틱을 이용해 닦은 뒤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비교했다. 치약으로 닦은 면이 흠집이 더 많이 생기는 모습이 관찰된다.

립스틱을 개봉한 뒤 사용 가능한 기한이 2년이라고 하니 오래된 립스틱은 버리지 말고 은제품 청소에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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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최은정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겸임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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