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에서 가장 큰 위성이자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짙은 대기를 가진 위성 타이탄.
최근 국내외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타이탄에 비가 내리는지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행성인 수성보다 큰 위성 타이탄은 질소가 풍부한 대기에 메탄이나 에탄 같은 탄화수소가 포함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타이탄은 질소와 메탄이 가득했던 원시 지구와 비슷해 40억 년 전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던 순간의 비밀을 밝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왔다.
타이탄은 짙은 연무로 뒤덮여 있어 그동안 표면을 관측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상 대형망원경과 토성탐사선 ‘카시니’의 활약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특히 적외선과 전파로 타이탄을 관측하면 짙은 연무를 뚫고 표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카시니는 6년이 넘는 긴 우주여행을 마치고 2004년 7월 토성 궤도에 도달했고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작은 탐사선 ‘호이겐스’를 타이탄에 투하했다. 호이겐스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며 공중에서 촬영하고 표면에 착륙한 뒤 근처 영상도 찍었다. 그뒤 카시니는 타이탄 주위를 돌면서 적외선과 전파 영상자료를 보내오고 있다. 이들 영상에서는 지구나 화성 표면에서 볼 수 있는 구불구불한 ‘강’이 발견됐고 곳곳에서 거대한 호수가 드러났으며, 타이탄 남반구에서 구름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타이탄에 비가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고 유명 학술지인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타이탄에 내린다는 비는 그냥 비가 아니라 메탄 비다. 메탄은 지구에서 기체 상태지만, 온도가 낮고 대기압이 높은 타이탄에서는 액체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쾰른대 테츠야 토카노 연구팀은 1년에 약 5cm의 비가 타이탄에 내린다고 ‘네이처’ 2006년 7월 27일자에 발표했고,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메이트 아담코빅스 박사팀은 타이탄에 아침 이슬비가 광범위하게 내리는 걸 관측했다고 ‘사이언스’ 2007년 11월 9일자에 발표했다.
이슬비 넘어 박테리아 존재 가능성까지
“아담코빅스 박사팀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은 틀린 내용입니다.”
수십 년간 목성과 토성, 타이탄을 연구해온 경희대 우주과학과 김상준 교수는 단호하게 반박했다. 아담코빅스 박사팀이 하와이 케크 망원경과 칠레 유럽남반구천문대 VLT로 타이탄을 적외선 관측했듯이 김 교수팀은 하와이 제미니 망원경으로 타이탄을 적외선 관측했다. 두 팀 다 지상 대형망원경으로 적외선 관측을 했지만 결론은 판이하게 달랐다.
“아담코빅스 박사팀이 타이탄에서 검게 보이는 영역을 아침에 이슬비가 오는 영역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우리 팀의 관측 결과 이 영역은 타이탄이 자전할 때 따라 돌면서 아침뿐 아니라 오후에도 발견됐죠. 사실 이곳은 ‘재너두’라는 고원으로 밝혀졌습니다.” 아침 이슬비 주장은 근거 없다는 뜻이다. 김 교수팀은 이같은 결과를 국제 천체물리학지인 ‘아스트로피지컬 저널’ 2008년 5월 20일자에 발표했다. 물론 지금까지 관측한 결과로는 이슬비가 내리는지 알 수 없다.
타이탄에는 핀란드만큼 호수가 많다. 이 호수에는 물 대신 액체 상태의 메탄이나 에탄으로 가득할 것으로 추정돼 왔다. 미국 애리조나대 로버트 브라운 박사팀이 ‘네이처’ 2008년 7월 31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호수의 분광학적 특성을 보면 액체 에탄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드는 걱정 하나. 메탄이든 에탄이든 이들은 발화성이 강해 타이탄에 번개라도 치면 대기가 폭발하고 호수는 불바다가 되지 않을까. 다행히 타이탄에는 산소가 극히 부족해 불이 날 염려는 없다.
김 교수팀은 프랑스 파리천문대의 레지 쿠르탱 박사팀과 함께 카시니 관측자료를 분석해 타이탄 북반구 대기에 수소분자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 교수는 “쿠르탱 박사가 이 결과를 지난해 10월 미국행성천문학회(DPS)에서 발표했다”며 “이는 마치 지구 호수 바닥에서 박테리아가 유기물을 분해할 때 메탄가스와 함께 나오는 수소분자를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실제 2005년 11월 미국항공우주국(NASA) 크리스토퍼 맥케이 박사팀은 타이탄 호수에 메탄과 수소분자를 소화시킬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한 박테리아가 서식할 수 있다는 내용을 미국행성천문학회 학술지 ‘이카루스’에 발표한 적이 있다.
“타이탄 표면은 영하 180℃로 엄청나게 추운 곳이라 박테리아가 존재하진 않을 것 같아요. 호수 바닥에서 꾸준히 유입된 라돈 가스 같은 방사능 물질이 에탄과 반응해 수소분자를 만든 뒤 대기 중에 퍼뜨릴 가능성도 있죠. 물론 타이탄과 같은 지구 밖 천체에서 생명체를 발견한다면 당장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입니다.”
김 교수는 또 “현재 타이탄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 것 같다”며 “토성이 태양에 유난히 가까워질 때 타이탄에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가 올 가능성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타이탄의 비를 놓고 펼치는 공방은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 천문의 해’ 공식 선포
‘2009 세계 천문의 해’(IYA2009) 한국조직위원회가 지난 1월 1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유엔이 정한 세계 천문의 해 공식 선포식을 가졌다. 이에 맞춰 공식 웹진인 ‘이야진’(www.astronomy2009.kr)도 문을 열었다.
공식 웹진 ‘이야진’ 오픈
이야진(iyazine)에는 천문학과 사회, 문화 간 소통을 화두로 다양한 기사가 소개된다. ‘문화, 천문학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1월 도서평론가 이권우, 소설가 유광수의 글에 이어, 2월에는 팝 칼럼니스트 성시완, 신경정신과의사 김종주의 글이 실린다.
SF작가 워크숍
2월 11일~13일 소백산천문대와 한국천문연구원 대전 본원에서 국내 SF작가 배명훈, 김보영, 박성환, 캐나다 작가 고드 셀라 등 8명이 참여하는 워크숍이 열린다. 천문학자들의 일상과 감성을 공유하고 우주를 주제로 한 단편 SF소설을 창작해 출판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