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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피숑 선장 인터뷰 대재앙 예고된 일본 열도

최근 극동해저를 탐사한 해저탐사의 제1인자

일본의 동쪽바다 깊이 6천m의 심해에서 목격한 경이의 세계― 지구를 둘로 가르듯 뻗쳐있는 6천km의 해구, 일본열도를 침몰시킬지도 모르는 거대한 마그마의 하강, 몸의 사방에 충수가 달린 해저동물들이 서식하는 바다밑 오아시스. 다음은 ‘파리 마치’지에 실린 ‘피숑’박사와의 인터뷰로 특히 극동지역의 관찰얘기가 흥미롭다.
 

지각을 뚫고 분출하는 3백℃ 이상의 마그마.


─ 프랑스 해저탐사의 일인자로서 선생님은 모든 사람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읍니다. 해저는 또 하나의 ‘미지의 땅’이라고 할 수 있겠읍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해저 보다는 오히려 달을 더 잘 알고 있읍니다. 해저가 그토록 오랫동안 미지의 땅으로 남아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달은 육안으로 쉽게 볼 수가 있읍니다. 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시인들도 달에 관심을 기울여 왔읍니다. 어떻게 하면 좀더 가까운 거리에서 달을 관찰할 수 있을까가 모든 사람들의 꿈이었읍니다. 이러한 꿈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과학적 성과가 달탐사에 집중적으로 이용되었읍니다. 사진촬영 기기의 발달은 달을 보다 아름답고 선명하게 포착했읍니다.

반면에 해저는 보여주기가 힘든 대상입니다. 해저 2백m만 되면 완전한 암흑입니다. 가장 성능좋은 탐조등을 밝혀도 전체 바다중 극히 일부인 수면 근처를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보이지 않는 해저는 꿈과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가 없었읍니다. 해저탐사기술이 우주탐사기술에 버금갈 정도로 발달한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해저탐사는 이제 시작인셈

해저탐사는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가 처음 지질학자로서 학문에 발을 들여놓을 때만해도 해저는 접근할 수 없는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었읍니다. 말하자면 19세기 유럽 사람들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 대륙같은 존재였읍니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이 나에게는 행운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탐사초기에 해저탐사를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은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읍니다.”

─ 예를 들면?

“예를 든다면, 지구의 대양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균열, 즉 해구(rift-valley)를 발견한 것인데, 그 길이가 무려 6만km에 달했읍니다. 만일 대양의 바닷물을 다 빼내고 공중에서 내려다봤다면 사람들은 지구가 해구를 중심으로 양분되어 있는 위성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 달 탐사에는 아폴로계획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있었읍니다만 해저탐사에도 그런 계획이 있었는지요?

“예, 최초의 심해잠수정(바티스카프, bathyscaphe)인 ‘아르쉬메드’호가 1960년에 1만1천m 깊이까지 잠수를 했었읍니다. 이 기록은 그 이후에도 깨지지 않고 있읍니다. 하지만 이 잠수정은 지극히 다루기 힘든 것이었읍니다. 그것은 거대한 기름탱크와도 같았는데 잠수정의 안전성을 위해 어쩔 수 없었읍니다. 선실은 잠수정 바닥에 작은 것이 하나 있었읍니다.”

─ 선생님도 아르쉬메드호를 타고 해저로 내려가 보셨읍니까?

“예, 1973년에 아르쉬메드호를 이용한 대서양해구탐사계획에 참여할 수가 있었읍니다.”

─ 그런데 왜 그 잠수정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까요?

“해저탐사란 엄청남 비용이 드는 작업입니다. 게다가 3일에 한번씩만 작업을 할 수 있었읍니다. 또 아르쉬메드호는 앞서 말한대로 유조탱크 같은 원형이었는데 꼭 예인선이 필요했고 현창(舷窓)도 쌍안경을 이용한 것이었읍니다. 마침내 ‘노틸’호라는 새로운 잠수정으로 대체되게 되었읍니다. 이 노란색의 신형 잠수정을 타고 나는 1985년에 일본 근처의 해저를 탐사했읍니다.”

─ 노틸호는 아르쉬메드호와 많이 다른 종류입니까?

“세대차가 난다고 말할 수 있읍니다. 노틸호는 한층 작아졌지만 반면에 모든 조작이 자동입니다. 잠수와 부상이 자유자재로 이루어 집니다. 1차대전 전의 ‘라꼬떼르’기와 현재의 ‘보잉’제트기를 비교하는 셈입니다”

─ 노틸호를 타고 각 해양의 해구들을 탐사하셨는데 정확하게 무엇을 조사하신 것입니까?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살아움직이는 별입니다. 1억년을 주기로 지각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대서양의 해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현상은 해구보다 더 깊은 해연(海淵)을 형성시키며 끝납니다. 지구는 엄청난 열을 생산하는데 이 열은 방출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뜨거운 불길이 물이 담긴 남비를 달구면 남비의 물은 끓어오르다 못해 넘치게 되고 그만큼 열이 발산 됩니다.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과도한 열을 방출하기 위해서 마그마의 일부가 바다 밑으로 올라오는데 가장 가까운 해구쪽으로 올리면서 거대한 층을 형성합니다. 해구밑에 흐르면서 형성된 이 마그마는 서서히 수평으로 열을 식히게 됩니다. 그러다 몇백만년이 지나 마그마의 무게가 일정한 단계에 도달하면 다시 지구중심쪽으로 내려갑니다. 내려간 마그마는 다시 열을 받게 됩니다”

대륙은 주전자위 거품처럼 움직인다

─ 대륙은 마그마의 움직임에 의해 영향을 안 받습니까?

“대륙과 해저는 좀 다릅니다. 해저는 돌고 돕니다. 그것은 영원한 것이 못됩니다. 반면에 대륙은 언제나 지각위에 붙어 있읍니다. 물론 대륙도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합니다. 대륙은 수프남비의 거품처럼 떠 있읍니다. 대륙의 노쇠는 약 20억년을 주기로 찾아오는데 반해 해저의 노쇠는 주기가 대륙보다 40배나 빠릅니다.”

─ 지구는 어쨌든 무엇인가에 붙어 있다는 말입니까?

“예. 서서히 흐르는 마그마층이 다시 지구 중심쪽으로 내려갈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륙은 너무 가벼워서 가라 앉지를 못하고 엄청난 마그마의 활동으로 인해 흔들리게 됩니다. 실내수영장의 밑바닥에 큰 공을 하나 담가 놓고 끌어봅시다. 공은 곧 수면위로 떠오릅니다. 지진이 발생할 때 바로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마그마가 아래로 내려가면 공백이 생기고 그로인해 지층은 침하하거나 균열현상을 보이는데 이때는 대륙도 영향권 내에 있읍니다. 대륙이 이 영향을 받아 공이 떠오르듯 상승하게 되면 그때 바로 대지진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보니 지구의 움직임을 가장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해저탐사가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대륙이동도 해저지층의 움직임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아메리카가 아프리카와 6천km 떨어져 있고 유럽이 캐나다와 밀접해 있지 않은 것도 또 이전에는 남극에 가까이 있던 인도가 일년에 약 50cm의 비율로 중국대륙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도 다 해저지층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약 2억년 전에는 중국과 인도는 하나의 대륙이었읍니다.”

2억년후 지구의 모습

─ 그 당시 지구의 모습은 어떠했읍니까?

“지구의 한 부분은 전부 대륙이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바다였읍니다. 대륙도 하나 대양도 하나였읍니다.”

─ 그러면 앞으로 2억년 후 지구의 모습은 어떤 것이 될까요?

“단언할 수는 없읍니다만, 거의 확실한 사실은 50억년 후 지구가 완전히 사라지기 이전에 다시 한번 흩어져 있는 현재의 모든 대륙이 하나의 대륙으로 뭉쳐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 선생님은 일본의 게이꼬프로젝트 덕택에 1985년, 노틸호를 타고 일본 해저를 탐사하셨읍니다. 일본인들은 인류역사상 가장 거대한 해양탐사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더군요. 선생님은 현장에서 마그마의 거대한 흐름을 직접 목격하셨고, 또 그것들이 바닷속으로 내려가는 모습도 관찰하셨읍니다. 일본과 합작이긴 했으나 프랑스는 해양정복에 있어서 우위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봅니다. 프랑스에서 해양탐사가 그렇게 큰 붐을 이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프랑스는 해양탐사, 특히 심해잠수정 분야에 있어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나라입니다. 벨기에 태생의 ‘오귀스트 피카르’가 만든 심해잠수정이나 ‘꾸스토’제독이 만들고 후일 국립해양연구소(Centre national pour l'exploration oceanique)가 응용해서 쓴 일종의 해저비행접시인 ‘시아나’만으로도 알 수가 있읍니다. 이 시아나는 수월하게 해저 3천m까지 잠수를 했읍니다.

미국인들도 요즈음 들어 소형해저탐사정인 ‘앨빈’호를 제작했읍니다. 앨빈호는 최대잠수깊이가 3천5백m입니다. 게이꼬프로젝트 이전에 먼저 페이머스 프로젝트에 대해 말해야 할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1974년에 행해졌는데, 해양지질탐사에 있어 획기적인 업적을 이룩했읍니다. 프랑스와 미국의 지질학자들이 함께 탐사팀을 구성해서 대서양의 해구를 조사했었읍니다. 당시 나는 프랑스팀의 책임자였읍니다. 지상에서만 일을 해오던 지질학자와 구조지질학자들은 해저에 내려가 자신들의 관찰력을 십분 발휘했읍니다.”

극동의 해저에는 마그마가 없다

─ 그렇다면 게이꼬프로젝트는 페이머스프로젝트가 있은지 10년 후에 시작된 셈이군요?

“그런 셈이죠. 당시 페이머스 탐사는 과학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읍니다만, 나는 대양의 또 다른 끝인 극동지방의 해저를 탐사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읍니다. 극동의 해저에서는 이미 해구밑에 마그마층이 존재하지 않고 있읍니다. 특히 일본의 동쪽에 있는 해저에는 그런 현상이 분명히 목격되었읍니다.

마그마층에 대한 연구가 지질학의 필수 불가결한 분야입니다. 약 1억년전부터 태평양의 마그마층은 1년에 약 10cm 정도의 속도로 가라 앉았읍니다. 따라서 1억년 동안 1만km정도 가라앉은 셈입니다. 대지진이 빈발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읍니다. 게이꼬프로젝트가 단시일내에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1975년초에 나는 일본대학을 돌며 강연회를 가졌고 일본해저의 해구들을 탐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를 했었읍니다. 처음에는 아르쉬메드호를 다시 사용해도 무방하리라고 생각했었읍니다. 프랑스와 일본의 공동연구는 사전준비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고 마침내 재정적인 문제에 일치를 보게 되었읍니다. 게이꼬프로젝트는 모든 비용을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읍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프랑스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모든 계획이 중단되고 말았읍니다. 새로 들어선 국립해양연구소 집행부는 6천m까지 잠수할 수 있는 신형 잠수정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잠시동안이긴 했으나 게이꼬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가는 줄 알았읍니다.”

─ 아르쉬메드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포기하긴 했지만 그 덕택에 대신 최신형인 노틸호를 얻으신거군요.

“아무도 1985년에 노틸호가 태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읍니다.”

─ 노틸호 제작에 선생님도 참여하셨읍니까?

“노틸호 제작에는 각 방면의 프랑스 과학자들이 언제든지 달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읍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양탐사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도구도 있고 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읍니다. 일단 우리의 주문사항이 결정되자 각 방면의 과학자들은 열심히 도와주었읍니다.”

세계 최고의 ‘노틸’ 호

─ 현재 노틸호보다 우수한 잠수정은 없읍니까?

“노틸호는 세계에서 단 한척밖에 없는 잠수정입니다. 세계 최고입니다.”

─ 기술이나 자재도 전부 프랑스제입니까?

“예. 특별히 가벼우면서도 강한 티탄으로 만들었읍니다. 노틸의 총중량은 18.5t에 불과합니다. 다듬어진 둥근 몸체는 지금은 없어지고만 ‘크뢰조─르와르’사에서 주조한 것입니다. 기타 장비들도 모두 프랑스제들입니다.”

─ 선생님께서 특별히 필요로 하셨던 장치들은 어떤 것들입니까?

“해저를 직접 관찰하고 그 모습들을 기록해두는 장치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노틸호는 이 점에 있어서는 만족스러웠읍니다. 우선 노틸호는 가벼웠고 해저 어디라도 갈 수가 있었읍니다. 해저의 암벽을 따라 수직으로 이동도 할 수가 있었고 현창의 시계(視界)도 대단히 양호했읍니다.

노틸호에는 기상천외한 장비들이 갖추어져 있읍니다. 비디오카메라, 일반 사진기, 녹음기 등이 갖추어져 있음은 물론이고 6대의 강력한 탐조등이 장착되어 있읍니다. 프랑스 엔지니어들이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노틸호의 작동기능 부분입니다. 노틸호에는 굴절이 가능한 2개의 큰 팔이 달려 있읍니다. 이 인공팔은 완벽하기 때문에 어떤 깊이에서도 모든 동작을 해낼 수가 있읍니다.

예를 들어 작은 암석을 집어 채석바구니에 담을 수도 있고 전선과 전선을 접합시키거나 케이블을 까는 일까지도 해낼 수가 있읍니다. 심지어 시멘트로 만든 포석도 깔끔하게 깔 수가 있읍니다. 노틸호의 이러한 장치들 때문에 우리는 해저 4천m지점에 관측기지를 건설할 수가 있었읍니다”

─ 노틸호는 진수식이 있던 날 스스로 술을따라 마셨다고 하던데요

“샴페인 병마개를 뽑는 정도는 식은 죽먹기죠.”

─ 잠수정의 내부는 어떻습니까?

“내부의 좌석은 직경이 2.1m정도 이기때문에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일 수는 없읍니다. 두 사람 밖에는 타지를 못합니다. 관측자는 잠수정의 복부에 해당하는 현창앞에 앉아 있고 조종사는 잠수정이 전진하는 방향으로 앉아 있읍니다. 잠수정에 타기전에 승무원은 청색의 불연소성 특수작업복을 입어야 합니다. 나는 그 이외에도 늘 털모자를 쓰고 일을 했읍니다. 깊이 내려 갈수록 실내 온도가 떨어져 상당히 춥거든요.”

─ 한 번 잠수하면 얼마동안 견딜 수가 있읍니까?

“약 10시간정도 견딥니다. 그 정도면 대단한 것입니다. 내려가고 올라오고 하는동안 이동에만 3시간 정도가 소비되고 실제로 휴식없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6시간 남짓입니다. 그 이상은 곤란합니다. 탐사 자체가 극도로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고 게다가 실내공간도 좁아요. 인체는 6시간을 넘기면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읍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노틸호는 1백30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안전장치가 되어 있읍니다.”

지옥같은 위험도 겪어

─ 좌초된다거나 하는 사고는 생각해 보지 않으셨읍니까?

“나는 노틸호를 완전히 믿고 있읍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닷속에는 못들어갑니다. 하지만 항상 겁은 나지요. ‘시미즈’섬 인근의 바다에서 첫번째 탐사를 하려고 했을 때 강력한 태풍이 불어 닥쳤읍니다. 자칫 하면 노틸호를 잃을 뻔 했읍니다. 한시간 가량 시속 1백km정도의 강풍이 불어왔읍니다. 8m정도의 파도가 노틸호를 후려쳤지요. 정말 지옥 같았읍니다.”

─ 첫번째 탐사는 실패했나요?

“기상조건이 안좋았어요. 한번 해보려고는 했죠. 그래서 끝까지 버티기는 했지만 전복될 위험도 있었고 게다가 태풍이 며칠동안 계속될 상황이었기 때문에 포기했읍니다. 수면위로 떠올랐을 때 노틸호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읍니다. 예인선 ‘나딜’호가 끌고가야만 했읍니다. 탐조 등도 달아나 버렸고 케이블은 이리저리 엉켜 있었어요. 배 밑바닥도 앞으로 튀어나와 있었어요. 게다가 모터 하나가 없어졌어요. 할 수 없이 몇주일동안 작업을 중단해야했읍니다.”

─ 해저 6천m면 이 세상과는 완전히 격리된 곳에 와있다는 느낌이 들텐데요.

“물리적인 조건이야 그렇지만 사실은 교신을 하기 때문에 느낌상으로는 별로 고립감을 받지 않아요. 바다위에는 기술자, 선원 연구원 등이 항상 대기하고 있읍니다.”

환상의 심해 세계

─ 해저 생물들을 많이 보신 것 같은데, ‘쥘베른느’의 소설이 과연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가요?

“해저 6천m는 생물이 생존하기에 적합치 못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불과하고 어디든 생물은 있게 마련입니다. 해저에는 빛이 없기 때문에 양식으로 삼을만한 것들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수압도 엄청나고 기온도 낮습니다.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해저생물들은 야릇한 형태를 띠고 있읍니다.

해저에서는 생물의 움직임이 느릴 수밖에 없읍니다. 먹이를 장시간 기다려야만 하죠. 해저동물들은 거의가 몸 사방으로 뻩은 충수(蟲垂)를 갖고 있읍니다. 대개가 거대한 환충류(環蟲類)들이거나 충수끝에 작은 손모양의 기관이 달린 복족류(腹足類)들입니다. 나는 해저에서 큰 물체를 만들어 미끼로 사용하는 거대한 동물을 보기도 했읍니다.

그 이외에도 아름답고 신비한 동물들이 많이 있읍니다. 우아하게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온몸이 투명한 해삼류가 주로 눈에 띄더군요.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들도 많이 있었읍니다. 작은 홍새우, 물고기들 상어류 게종류 등도 볼 수가 있었읍니다.”

바닷속의 오아시스

─ 해저동물들은 무엇을 먹고 삽니까?

“가장 1차적인 식량은 수면으로부터 내려오는 각종 찌꺼기들입니다. 용해중인 물질들이죠. 해저동물의 먹이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발견을 하나 했읍니다. 기이한 동물들이 함께 서식하고 있는 집단서식처가 발견된 것입니다. 마치 삭막한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죠.

생물이 모인다는 것은 양식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읍니까. 해저 오아시스에는 주로 쌍각류(雙殼類)들이 서식하고 있었읍니다. 크기가 40cm 정도 되는 대합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어찌나 많이 모여 있던지 겹겹이 쌓여있을 정도였읍니다. 또한 같은 종의 동물들을 잡아먹고 사는 게나 생선들도 있었읍니다.”

─ 해저 오아시스는 어떻게 해서 생성되는 것일까요?

“지각의 균열을 따라 분출되는 화산 개스와 더운 물의 분출 때문에 형성됩니다. 해저 오아시스는 해구가 형성되어 있는 곳을 따라 형성되어 있읍니다. 해저지형의 균열이 다시 아물 때는 지진이 수반됩니다. 더운 물이 솟는 곳은 마그마층이 지구 중심으로 다시 내려가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지질구조가 와해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운 물이 솟는 곳은 많지만 양은 각각 다릅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면 물에 젖은 스폰지를 짜는 것과 비교를 해볼 수가 있읍니다. 세게 짜면 천천히 짤 때보다 물도 많이 나오고 물의 분출속도도 빠릅니다. 현재 우리는 이 온천수의 유출량을 측정해서 일람표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1억명의 사망자?

이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온천수의 유출량만 갖고도 언제 지진이 일어날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일본일대에 언젠가는 대지진이 일어나리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일본당국자들은 약 1억명의 사망자가 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읍니다. 지진은 막을 수는 없다고해도 피할 수는 있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언제 지진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해내야만 합니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날짜까지 예측해야 합니다. 1년 후다, 20년 후다 하는 예상은 신빙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읍니다.”

─ 결국 선생님은 일종의 지각기상도, 다시 말해 매일 매일의 기상상태를 알려주는 일기예보처럼 지각의 변화를 매일 예보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것 같습니다. 과연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현재 연구중에 있읍니다. 우리는 이미 심해에 지상과 케이블로 연결된 상설측정소를 세워놓아야 한다고 제안한 바가 있읍니다. 만일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고 심해 측정소가 세워진다면 제때에 지진예보를 내보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측정소는 설치하기가 너무나 까다롭습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심해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각종기기들을 제작해낼 수가 있어야만 합니다.”

─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땅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이라면 그러한 연구에 누구보다도 관심을 갖고 있을테고 게이꼬프로젝트에도 열성일텐데요?

“일본열도가 장차 어떻게 될지 누구보다도 궁금해하는 사람은 물론 일본인들입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빈번했던 지진 해일 화산폭발 등을 일으키며 태평양 해저가 현재의 일본열도가 자리잡고 있는 지대 밑으로 사라진지는 약 2백만년이 지났읍니다. 결국 현재의 일본열도는 2백만년전에 생긴 것입니다. 일본인들은 지금까지 지상에서 관찰된 사실만 갖고 모든 것을 판단해 왔읍니다. 바닷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읍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읍니다.”

─ 마그마층이 지구중심을 향해 내려간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마그마의 이동을 볼 수는 없읍니다. 하지만 어쨌든 마그마의 이동은 대재앙의 원인이고 재앙이 일어나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일본열도는 침몰하는가

마그마가 자리잡고 있는 지층은 서로 부딪쳐 마찰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현상은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단속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나 갈수록 격렬해집니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 충돌압력이 갑자기 세지면 지층은 일시에 밑으로 주저앉고 마는데 이렇게 되면 일본열도는 고스란히 바닷속으로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앞에서 수영장의 공을 예로 들어 설명했듯이 일본열도는 다시 수면위로 떠오릅니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지진이 수백km에 걸쳐 여러번 일어나게 됩니다.”

─ 만일 마그마가 흐르던 지층이 지속적으로 꾸준히 침강한다면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과학이 지금보다 더 발전한다면 인위적으로 지진을 예방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가령 예를 들어 해구의 엄청난 균열을 따라 액체를 주입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만일 이러한 시도가 가능하다면 일시에 대지진을 당하는 대신 작은 지진으로 나누어서 충격을 흡수할수도 있을 것입니다.”

─ 일본에 밀어닥칠 대재앙에 대해 걱정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엄청난 재앙입니다.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읍니다. 공상과학소설에서나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20세기의 '네모'선장 자비에 르 피숑 XAVIER LE PICHON


'자비에 르 피숑'은 바닷속을 가장 깊이 들어가본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흔히 '20세기의 네모선장'이라고 부른다. 현재 49살인 '피숑'박사는 프랑스 과학연구아카데미의 회원이고 일본열도의 해저탐사 프로젝트인 게이꼬계획에 프랑스탐사반 반장으로 참여한 바가 있다.

네모선장이 '노틸러스'호를 가지고 있었듯이 피숑 박사 또한 '노틸'호라는 최신형 잠수정을 갖고 있다. 노틸호는 해저 6천m까지 잠수할 수 있는 세계유일의 잠수정이다. 피숑 박사는 '오딜 자콥'출판사를 통해 '게이꼬'라는 저서를 출간했었다.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 책속에 피숑박사는 자세한 탐사기록을 남겨놓았다. 피숑 박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의 탐사가 거둔 가장 의미있는 결과를 다시한번 강조해주었다. 해저 온천수, 해저 오아시스, 마그마의 하강과 상승, 그에 따른 대지진, 일본열도를 언제 집어삼킬지 모르는 태평양 해저의 불안정성 등. 지진에 대한 연구때문인지 일본인들은 피숑박사를 '쥘 베른느'의 소설 주인공으로 추앙하고 있고 미국사람들은 피숑 박사에게 미국지질학회 대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 상은 지질학분야에 있어 노벨상에 버금가는 큰 상이다.

198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마리나 발레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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