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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메가스터디에서 물리와 과학 논·구술 강의를 하고 있다. 개념을 정확하고 깊이있게 이해하는 능력과 다수 개념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과학 학습에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대학들이 수시 논술고사에서 수학과 과학교과의 기초적인 개념 원리를 이해하거나 추론하는 문제를 출제했다. 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물리와 지구과학, 화학과 생물을 결합한 문제가 강세를 보였다.

2009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이 12월 18일~23일 사이에 이뤄졌다.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이 정시모집에서 모두 16만6570명을 선발한다. 12월 10일 공개된 수능 성적에 따르면 상위권 대학의 예상 합격선이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 입시부터 수능이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환원되고 정시 논술이 거의 폐지돼 논술 비중이 축소되는 듯 했다. 그러나 많은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선발인원 규모를 확대하고 논술전형을 도입해 논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또 내년 1월 정시전형에서 서울대가 인문, 자연계열 모두에서, 연세대와 고려대, 인하대가 인문계열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서울대 논술 반영비율이 30%로 가장 높고 나머지 대학은 10% 이하를 반영한다. 대부분 교대와 주요 대학의 사범·의학계열은 면접구술고사를 본다.

논술고사에 대비하려면 우선 기출과 예시문항을 분석하고 출제 경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더불어 대학별 출제의도와 채점 평가기준을 알아야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첫째,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특정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가 많다. 2009학년도 수시 2학기 고려대 논술 4번 문항은 물리와 지구과학이 통합된 형태를 취했지만 실제는 물리량을 구분하고 물리I의 광전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는지를 묻는 개념형 문제다. 수학, 과학 교과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의 출제비율이 높아질 전망이므로 교과 개념의 기본기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제시문 (마) 태양은 단위시간당 일정한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사방으로 균일하게 방출한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빛의 속도로 달려도 8분이나 걸릴 정도로 멀다. 따라서 지구에 도달한 태양광선은 거의 평행하게 진행하고 지구 전체에 입사하는 에너지는 태양이 방출한 에너지의 극히 일부분이다.

대기와 구름의 영향을 무시하면 지구 위 어느 지점의 해수면에 단위시간, 단위면적당 입사하는 태양에너지는 태양고도에 의해 결정된다. 한편 태양고도는 그 지점의 위도와 경도, 그리고 계절과 시각에 따라 변한다. 그림에서는 계절에 따른 지구의 위치 변화를 보여준다.

[논제 4-b] 금속판을 적도 해수면에 평행하게 놓고 광전 효과를 이용해 태양에너지를 광전자의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실험을 했다. 단위면적에 춘분 하루 동안 입사한 태양에너지를 σ라고 놓고 단위면적의 금속판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운동에너지를 구하시오. 단 태양광선은 파장이 λ인 단색광이라고 가정한다. 금속판의 일함수는 W이고 단색광의 진동수는 금속의 문턱진동수보다 크며 광속도는 c, 플랑크 상수는 h다.
-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2학기 논술 기출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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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물리와 지구과학’ ‘화학과 생물’ 통합형 문제가 강세를 보였다. 연세대 수시 2학기 2번 문항과 고려대 4번 문항은 각각 물리II와 지구과학II, 물리I과 지구과학I 통합형에 해당한다. 소재는 지구과학, 원리나 법칙은 물리에서 도입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탄소화합물과 환경오염에 따른 대체에너지는 올해 수시 논술고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다. 분자구조식을 파악해 화학결합이나 분자 간 힘의 차이, 작용기에 따른 화학적 성질의 변화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문제도 출제됐다.

고려대 수시 2학기 논술고사에서는 유기화학반응의 기본 개념을 효소-기질 간 반응계에 응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또 의약품이나 효소 구조의 변형이 의약품의 저항성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를 측정했다. 한양대도 화학과 생물을 결합해 식물의 광합성과 태양전지의 차이점을 비교하고 태양전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태양전지는 화학I에서 다루지만 제시문 해설은 화학I을 뛰어넘어 반도체에 관한 이해를 요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제시문 (가) “인류의 지성이 찾아낸 사실 중 가장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한 법칙을 공부하려 한다. (중략) 중력의 법칙과 같이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원리가 우주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고 완벽하게 적용된다는 점에 우리는 감동한다. 중력의 법칙이란 과연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우주의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작용된다는 것이다. 그 힘의 크기는 두 물체의 질량 곱에 비례하고 둘 사이의 거리 제곱에 반비례한다.” (후략)

제시문 (다) 1994년 7월 슈메이커-레비 9호(SL9) 혜성이 목성과 충돌하는 장면이 여러 천문대에서 관측돼 일반인에게 생중계된 적이 있었다. 이것은 태양계 안에서 일어난 천체의 충돌장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림 2>는 SL9 혜성이 목성과 충돌하기 약 4개월 전에 허블 망원경으로 관측해 찍은 사진이다. 이 혜성은 여러 개의 덩어리가 줄지어 늘어서 있기에 ‘진주 목걸이’라고도 불렸다. 원래는 얼음 덩어리가 모여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던 혜성이 목성 주위에 접근하면서 중력 차이 때문에 쪼개진 현상으로 추측된다.

[논제 2-1] 조수 현상과 혜성이 쪼개지는 현상은 모두 같은 물리적 원리로 설명된다. SL9 혜성이 목성 근처에서 쪼개진 원인이 무엇인지 추론하시오. 또 혜성의 구성성분, 구조, 지구와 지구 표면의 바닷물 성질을 고려해 조수 현상과 혜성이 쪼개지는 현상이 갖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 2009학년도 연세대 수시 2학기 논술 기출문항

셋째, 암기한 지식을 서술하는 형태보다는 논리적인 사고력과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했다.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논제와 관련된 단서를 찾아 종합하는 능력을 평가했다.

제시문 (나) 폐와 조직세포에서 일어나는 기체 교환 즉 외호흡과 내호흡은 우리 몸을 이루는 조직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작용이다. 조직세포에 공급된 산소는 음식물에서 얻은 영양소를 산화해 에너지를 얻는 데 이용된다. 세포에서 이뤄지는 영양소의 산화 작용을 세포 호흡이라고 한다. 세포 호흡에 참여한 산소는 대부분 물로 환원되지만, 일부는 초과산화이온(O2-), 과산화수소(H2O2), 수산화라디칼(OH) 같은 활성산소가 된다. 활성산소는 체내에 침입하는 유해인자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활성산소가 세포 내에 너무 많으면 DNA와 단백질 같이 중요한 세포 구성물질이 손상을 입는다. 인체에는 초과산화이온과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효소가 존재한다. 그러나 수산화라디칼은 효소의 공격을 받지 않고 짧은 수명에도 거의 모든 분자를 공격해 곤경에 빠뜨린다.

제시문 (다) (중략) 체내에 존재하는 철은 일반적으로 단백질, 효소, 그리고 유기화합물과 결합한 복합체 형태로 존재한다. 복합체를 형성하지 않는 철이온(Fe2+)은 체내의 과산화수소와 반응해 수산화라디칼을 형성한다.
- 2009학년도 연세대 수시 2학기 논술 기출문항

연세대는 활성산소와 관련해 과다한 철이 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과정과 해결방안에 대해 출제했다. 제시문 (다)에서 철이온이 체내에서 수산화라디칼을 형성하고 제시문 (나)를 이용해 수산화라디칼이 활성산소의 일종임을 파악한다. 또 초과산화이온과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효소를 토대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고려대는 ‘기관 정체성 유전자’라는 개념을 도마뱀의 개체 경쟁, 트립토판 합성효소의 예와 관련지어 유전자의 배타적 경쟁 또는 협력 관계를 추론하도록 했다.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시문 (바)를 이해해 어떤 유전자를 가진 식물체에서 표현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서술한다.

제시문 (바)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일반적인 꽃에는 바깥에서 안쪽 방향으로 꽃받침, 꽃잎, 수술, 암술이 있다. <그림 1>처럼 위에서 보면 4개 기관의 위치에 따라 동심원이 4개 영역으로 구분된다. 영역 1, 2, 3, 4에는 각각 꽃받침, 꽃잎, 수술, 암술이 생성된다.

<그림 2>와 같이 꽃의 각 기관은 ‘기관 정체성 유전자’라는 유전자군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성된다. 이 유전자들은 나중에 생성될 기관 정체성을 결정하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영역에서 꽃받침을 만드는 유전자의 단백질이 형성된다면(이 현상을 발현이라고 함) 그 영역에서 나중에 꽃받침이 생성된다.

제시문 (사) 아놀리 속의 도마뱀 7종은 먹이 자원을 공유하지만 한 그루의 나무 안에서도 영역을 분할해 산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한 종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 인접한 영역에서 살던 다른 종이 자신의 영역을 넓혀 산다. (중략) 아미노산 트립토판을 합성하는 트립토판 합성효소는 두 개의 단위체 α와 β로 구성돼 있다. α와 β 단위체가 복합체를 이뤄 협력적으로 작용하면 트립토판 합성효소는 최종산물인 트립토판을 합성한다.

[논제 5-a] 기관 정체성 유전자 A, B, C, D에 의해 야생형 식물체 꽃의 각 영역에 기관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설명하고, 꽃 기관을 형성하기 위한 유전자 간 상호작용을 제시문 (바)와 (사)에 근거해 논술하시오.
-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2학기 논술 기출문항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사람을 양성하고자 한다.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식을 통합해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교과서나 참고서 외에도 교양도서, 과학잡지, 신문을 꾸준히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울대 정시 논술 잡아라
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 자연계 논술고사는 다양한 소재의 제시문을 바탕으로 총 4개(소논제 27개)의 문항이 출제됐다. 시험 시간은 5시간.
올해 1월 치러지는 서울대 논술을 대비하려면 과학II까지 공부해두는 게 바람직하다. 작년 정시 논술에서 물리II ‘교류’ 단원이 생물과 관련지어 출제돼 많은 수험생이 당황했다.

물리II 중에서 만유인력법칙, 원운동과 관성력, 기체분자운동과 열역학법칙, 축전기와 직류회로, 로렌츠 힘, 교류와 전자기파, 원자 구조의 개념을 철저히 공부한다. 화학에서는 화학결합과 분자의 극성, 분자 간 힘, 탄소화합물의 구조식을 기본으로 열화학, 반응속도와 화학평형, 산과 염기의 반응, 완충용액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생물의 경우 효소와 반응속도 관련 문제가 모의논술고사에 출제됐으며 지난해에는 혈압과 순환계의 물리·생화학적 의미를 추론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삼투나 확산과 관련해 세포막에서 물질 이동 원리나 완충용액, 화학 평형, 혈액의 pH 조절 같이 체내 항상성 유지를 다루는 문제가 출제될 확률이 높다. 유전자변형생물,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 같은 유전공학 소재도 유념해 봐야 한다.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면 겨울방학 동안에 자주 출제돼 온 논제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면 좋다. 단기간에 준비한 학생의 글은 깊이나 참신성을 찾기 어렵다. 같은 원리를 학습하더라도 원리가 탄생하기까지의 배경과 관련된 현상, 활용되는 구체적 사례를 병행해서 공부하자. 과학 교과에 대한 통합적 분석을 생활화한다. 논술문에 등장하는 소재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교과서 밖 내용이 많다. 첨단과학이나 기술 분야 가운데 여러 원리를 통합적으로 적용해야 설명 가능한 내용을 선별해 공부한다. 기출문제에 드러난 출제의도를 파악하고 오답노트를 작성해 나가야 실전 감각을 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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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배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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