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유 마셨어?”라는 물음에 예전 같으면 대답하기 쉬웠겠지만 요즘은 이렇게 되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좀더 분명히 말해 줄래? 원유, 저온살균우유, 멸균포장우유, 전지우유, 탈지우유, 연유 가운데 어떤 걸 묻는 거야?”
슈퍼마켓의 유제품 진열대에는 지방 함량이 제각각인 수많은 우유와 크림이 나와 있다. 하지만 여러 상품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키친사이언스’는 요리를 사랑하는데다가 과학까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길 만하다. 친절한 아인슈타인 박사가 등장해 음식에 대한 사소한 질문을 과학적으로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우유를 지방함량에 따라 나누면 전지우유와 저지방우유, 탈지우유가 있다. 전지우유에서 수분의 60%를 제거하고 깡통에 넣으면 연유가 되고 지방함량을 높이면 부드러운 크림으로 변신한다. 흔히 쓰는 휘핑크림은 생크림에 거품이 일게 한 것으로 지방의 비율이 36~40%나 되며 열량은 전지우유의 5배가 넘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흔히 요리를 화학이라고 한다. 로버트 월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요리는 ‘열전달’이라는 물리과정과 ‘거품내기’라는 역학과정, ‘발효’라는 미생물학 과정, ‘식기와 장비’라는 공학의 산물까지 한데 뒤섞인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아인슈타인이라는 저명한 과학자가 요리사와 대화를 나눈다는 가정 아래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을 주방에 들어가게 한 것부터가 요리를 화학의 울타리에만 머물지 않도록 하겠다는 저자의 의도다.
예를 들어 저자는 달걀을 삶을 때 소금을 넣는 까닭을 화학적으로 설명한 뒤 보충설명으로 달걀팽이 이야기를 덧붙인다. 날달걀을 회전시키면 액체 상태인 흰자와 노른자의 관성 때문에 잘 돌지 않지만, 삶은 달걀은 내용물이 고체 상태이기 때문에 껍질과 하나가 돼 잘 회전한다며 뉴턴의 운동 제1법칙을 설명한 것.
게다가 각운동량보존법칙을 적용해 달걀을 회전시킬 때는 눕히는 것보다 세로로 세워 돌리는 편이 빨리 돈다고 설명한다.
단원은 음료, 유제품과 달걀, 채소, 과일, 곡식과 탄수화물, 해산물, 고기, 허브와 양념으로 나눠진다. 각 단원의 마지막 부분에는 간단한 요리법도 곁들였다. 유제품 단원에는 치즈케이크 요리법이, 과일 단원에는 딸기잼 만드는 방법이 실려 있다. 화학자인 저자는 음식을 만드는 기쁨에 과학이란 지적 양념을 더하며 요리에 색다른 시각을 선사한다. 요리가 행복한 일인 것처럼 과학도 즐거워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