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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과학교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EBS 수능방송과 엠베스트(www.mbest.co.kr) 온라인강의를 통해 과학의 참재미를 일깨워주려 노력하고 있다. 또 경인교대, 단국대, 건국대에서 강의하고, KBS2 <스펀지>, SBS <있다! 없다?> 등에 과학실험전문가로 출연하며, MC로서 Science TV <놀라운 발견>과 <최은정의 사이언스쑈>를 진행하고 있다.

염화칼슘과 소금의 차이

수능 시험일만 되면 나라 전체가 시험을 보는 것처럼 온 국민이 긴장한다. 그 때문인지 매년 수능 시험일은 추운 날이 많다. 하지만 올해 수능 시험일에는 우리나라가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예년 같은 추위가 없었다. ‘지구온난화로 수능 시험일마저 춥지 않다니’하며 한탄했는데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와 영하의 날씨가 시작됐다.

눈이 내릴 때 운전자 대부분은 교통상황을 걱정한다. 눈 오는 날 교통체증과 사고를 막아주는 대표적인 제설제는 ‘염화칼슘(CaCl2)’이다. 하지만 ‘염화나트륨(NaCl, 소금)’도 많이 이용된다. 염화나트륨을 제설제로 이용하면 -8℃ 이상에서 눈을 녹이는 효과가 크고 가격이 저렴해 경제적인 제설작업이 가능하다.

물에 다른 물질을 섞으면 어는점이 낮아진다. 물이 얼기 위해서는 물 분자가 모여 단단한 결합을 형성해야 하는데 소금이 물에 녹으면서 만들어진 나트륨이온(Na+)과 염소이온(Cl-)이 물 분자 사이의 결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물 분자가 얼면 얼지 않은 나머지 부분의 농도가 높아지고 그로 인해 어는점이 더 떨어진다. 소금물을 얼리면서 온도를 측정하면 순수한 물이 얼 때처럼 0℃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지 않고 계속 온도가 떨어진다. 어는점이 계속해서 낮아지기 때문이다. 어는점은 녹는점과 같으므로 얼음 위에 염화나트륨을 뿌리면 녹는점이 낮아져 0℃ 이하의 기온에서도 얼음이 녹는다.

혼합물의 경우 녹는점은 낮아지지만 끓는점은 올라간다. 끓는점 오름은 녹는점 내림과 같은 원리다. 순수한 물에서는 물이 액체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변할 때 방해를 받지 않는다. 반면 물속에 나트륨이온과 염소이온이 녹아있으면 물이 기화될 때 이온들과 서로 부딪히며 방해를 받는다. 그러므로 순수한 물보다 혼합물의 끓는점이 높다. 끓을 때는 물만 기화하므로 농도가 점점 진해져 끓는점은 계속 올라간다.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염화칼슘은 물에 녹으면서 열을 낸다. 즉 용해열이 25℃, 1기압에서 81.3kJ/mol이다. 염화칼슘을 얼음 위에 뿌리면 녹는점이 낮아져 얼음이 녹는다. 얼음이 녹아 생긴 물에 염화칼슘이 녹으면 발열반응이 일어나 주변 얼음까지 녹는다.

대부분 고체의 용해과정은 주변 열을 흡수하는 흡열반응이다. 주위 온도가 높으면 열을 흡수하기 쉬워 용해가 잘 일어난다. 뜨거운 커피가 아이스커피보다 고체 설탕을 빠르게 더 많은 양 녹일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염화칼슘이 물에 녹는 반응은 발열반응이므로 염화칼슘은 좋은 제설제가 된다.

염화나트륨은 반대다. 염화나트륨은 물에 녹으며 주변 열을 흡수한다. 즉 용해열이 25℃, 1기압에서 -3.9kJ/mol이다. 러시아처럼 기온이 -20℃ 이하로 떨어지는 추운 곳에서는 염화나트륨을 제설제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염화나트륨이 물에 녹을 때 일어나는 흡열반응을 이용하면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다.

얼음낚시란 얼음을 낚는 실험을 말하며 초등학교 과학교과서에 자주 나온다. 얼음 위에 실을 올리고 염화나트륨을 뿌리면 염화나트륨이 얼음의 녹는점을 낮춰 얼음을 녹인다. 그러나 염화나트륨이 물에 녹으면 주변 열을 흡수하므로 2~3분가량 기다리면 물이 다시 얼어 얼음을 낚을 수 있다.

<실험 따라 하기>

● 실험 준비물
조각 얼음, 실(물을 잘 흡수하는 무명실로 두꺼운 종류가 좋다), 소금, 유리컵, 물

● 실험 방법
① 찬물이 있는 유리컵에 얼음을 띄운다.
② 얼음 위에 물에 적신 실을 걸쳐 놓는다.
③ 실 주변에 소금을 뿌린 뒤 2~3분정도 기다린다.
④ 실의 끝을 잡고 들어 올린다.

● 실험 시 유의할 점
실험하는 온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소금으로 카펫 청소하기

예전에 ‘드라이아이스+에탄올’ 반응을 이용해 슬러시를 만드는 비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드라이아이스에 에탄올을 부으면 에탄올이 드라이아이스의 차가움을 잘 전달하므로 -80℃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드라이아이스는 -78.5℃에서 승화하므로 -20℃정도인 일반 냉동실에서 보관하기 힘들다. -80℃이하를 유지하는 냉동고가 없는 한 필요할 때마다 구입하고 24시간 내에 사용해야 한다.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하지 않고 슬러시를 만들거나 영하의 온도에서 과학실험을 할 때는 ‘얼음+염화나트륨’을 이용한다. 염화나트륨이 물에 녹을 때 일어나는 흡열반응으로 -10℃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본격적인 겨울철이 오면 둘둘 말아 넣어두었던 카펫을 청소하기 마련이다. 청소기로 깨끗이 먼지를 빨아낸다 해도 카펫에는 미세먼지와 떨어져 나온 피부 부스러기가 많다. 피부 부스러기는 집진드기가 좋아하는 먹이이므로 천식이나 먼지알레르기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염화나트륨을 이용해 확실하게 청소해 보자.

가루로 된 염화나트륨은 표면적이 넓어 미세먼지와 더 많이 접촉한다. 염화나트륨은 수분을 잘 흡수해 표면이 끈적거린다. 때문에 잘 떨어지지 않는 미세먼지가 염화나트륨 표면에 엉겨 붙는다. 먼지가 엉겨 붙은 염화나트륨을 청소기로 빨아들이면 카펫이 깨끗해진다.

염화나트륨을 이용하면 카펫뿐 아니라 먼지가 많이 묻은 인형도 간편하게 청소할 수 있다. 비닐봉지에 염화나트륨과 먼지가 많이 묻은 인형을 넣고 흔든 다음 꺼내면 인형이 깨끗해진다.



소금과 설탕 구분하려면

염화나트륨과 설탕은 맛으로 쉽게 구별된다. 그러나 촉감으로 염화나트륨과 설탕을 구별할 수 있다. 염화나트륨과 설탕을 만져보면 염화나트륨이 더 거칠다. 염화나트륨 입자 모서리가 설탕에 비해 날카롭기 때문이다. 염화나트륨은 나트륨이온(Na+)과 염소이온(Cl-)이 아래 위 양 옆으로 연결돼 놀이터에 있는 정글짐 모양의 결정을 이룬다. 현미경으로 보면 정육면체 모양이다.

색깔로도 소금과 설탕을 구별한다. 같은 흰색 가루라 어려울 것 같지만 확실히 구별된다. 재료를 구하기 쉬운 실험이니 실험을 따라하면서 차이를 알아보자.

<실험 따라 하기>

● 실험 준비물
염화나트륨, 설탕, 쇠 젓가락, 가스레인지 불꽃, 물 소량

● 실험 방법
① 쇠 젓가락 끝에 물을 묻힌다.
② 설탕을 찍은 뒤 쇠 젓가락 끝을 가스레인지 불꽃에 넣어 불꽃 색상을 관찰한다.
③ 쇠 젓가락을 깨끗이 씻는다.
④ 소금을 찍은 뒤 쇠 젓가락 끝을 가스레인지 불꽃에 넣어 색상 변화를 살펴본다.

● 실험 결과
설탕을 찍어 가스레인지 불꽃에 넣으면 색상 변화가 없다. 염화나트륨은 파랗던 불꽃이 순식간에 샛노랗게 변한다. 염화나트륨을 이루는 나트륨의 불꽃반응 때문이다. 금속원소의 특징으로 나타나는 나트륨의 불꽃반응 색상은 노란색이다. 찌개국물이나 라면국물이 넘칠 때 가스레인지 불꽃의 색이 변하는 현상도 나트륨의 불꽃반응 때문이다.

●실험 시 유의할 점
불과 함께하는 실험은 위험하다. 쇠는 비열이 낮아 쉽게 뜨거워지지만 달아올라 빨갛게 색이 변하기 전까지는 화상을 입힐 정도의 높은 온도라도 티가 나지 않는다. 가열된 쇠 젓가락 끝을 맨손으로 잡지 않도록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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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최은정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겸임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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