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교사 스스로 수업형태 개선해야

한탄강 유역 현장학습을 마치고

무대와 배우는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수업의 형태는 40년전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곡-군남간 도로변에 분포하는 신생대 제4기 현무암 노두를 보며 분출시기와 횟수를 설명하고 있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50년대, 지구과학교사를 처음 시작했던 70년대 그리고 90년대 초반인 현재는 시간적으로 20년씩의 간격이 있다. 하지만 4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과학수업의 형태는 그제나 이제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문교부가 정한 과학교육의 목표에서는 '올바른 자연관', '체계적 기본개념''과학적 탐구''과학적 태도함양'등이 핵심적 용어로 강조된다. 나는 한사람의 교사로 교육일선에서 지구과학이라는 교과목을 매개로 학생들과 매일 만나고 있다. 교사로 재직하면서 이러한 교육의 목표들을 늘 염두에 두고 수업을 진행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올바른 자연관''과학적 태도의 함양' 등 상술한 목표들을 교수-학습현장에서 내가 도달하려고 시도하는 기본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내가 주관해서 진행하고 있는 오늘의 지구과학 수업이 이러한 대원칙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본목표 도달에 얼마나 접근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불행하게도 무대와 배우는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수업의 형태는 20, 40년전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문제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문제는 20, 40년전의 수업형태와 오늘의 수업형태가 유사하다는 데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에게 수업의 형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수업의 질이나 수업의 내용을 결정하는 주체는 교사다. 교사가 미온적이고 교사가 무사안일한 구식일 때 학생은 20, 40년전의 구식 학생일 수밖에 없다.

본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좀 더 바람직한 교육경험을 갖게 하겠다는 시도로 1989년부터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을 중심으로 한탄강 유역 현무암 분포지에서 지구과학 현장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다음은 현장학습을 마치고 학생들이 가진 좌담회를 학교신문에 기사로 게재했던 내용이다.

지난 4월 22일 2학년 자연계 학생 희망자를 대상으로 경기도 포천군 전곡리에 다녀왔다.

이번 현장학습을 계기로 삼아 앞으로 자주 이러한 기회를 갖자는 내용으로 몇몇 학생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 : 40명의 학생이 이번에 전곡리에 다녀왔는데요. 우선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고 나름대로 무엇을 느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정화 : 주상절리를 가장 인상 깊었던 지형으로 꼽고 싶습니다. 외국에나 그러한 지형이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있었다니 한편으로 놀랐어요.

경선 : 저도 그래요. 수업시간에도 외국 자료만 사용했었잖아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멋있는 지형이 있었는데···.

지은 : 그리고 이번에 전곡리에 갔다 옴으로 해서 돌 하나라도 무심코 넘기지 않게 됐어요. 저게 층이구나 습곡이구나 따지게 되던 걸요?

사회 : 가서 보고 느낀 것이 상당히 많았던 것 같군요. 그러면 전곡리에 다녀온 것이 학교 공부에도 도움이 되던가요?

민지 : 전곡리에 다녀와서 화산암 지대에 관한 수업을 했는데 확실히 이해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지은 : 더 현실감이 느껴지고 이해가 빨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인데.

사회 : 시간과 일정은 적당했나요?

민지 : 전 적당했던것 같아요. 당일 코스로 시간을 잘 활용했다고 생각됩니다.

지은 : 수업이 끝나자마자 가서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여러군데를 돌아다녀서 넉넉한 마음으로 관찰할 수 없었고요.

정화 : 슬라이드도 자주보면 좋을거예요. 학교마다 입시위주 교육에만 힘쓰지만 산 경험이야말로 실제교육인 것 같아요.

지은 : 그렇지만 슬라이드, 실험같은 것도 분명히 반대하는 학생이 있을 거예요.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자세가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사회 : 정말로 일부 의욕있는 사람 몇명만으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것 같군요. 떠나기 전의 기대만큼 갔다와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정화 : 가기전 느낌으로는 그냥 몇몇 지형을 보다가 오겠구나 하고 큰 기대를 가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예요. 하지만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어요.

지은 : 국민학교때부터 배워왔던 지식과 실제의 경험이 연결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과학하는 자세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겠고 과학자들이 얼마나 힘들었는가도 느낄 수 있었어요.

경선 : 돌을 굉장히 많이 주웠는데 집에 가지고 와서 보니까 뿌듯했어요. 이돌, 저돌 욕심으로 많이 가져온 보람이 있었어요. 그리고 과학적인 시각을 가지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한 학교에서 있었던 조그마한 시도를 구태여 공개하는 의도는 우리가 답습하고 있는 교수-학습의 수업 형태가 올바른 자연관, 바람직한 과학적 태도의 함양 등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적절한가 혹은 적절치 않은가를 따져보는 자성의 계기로 삼고 싶어서였다. 또 하나의 의도는 탐구학습, 현장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솔직한 견해와 바람을 파악하는데 있었다.

덧붙이자면 전곡리를 중심으로 한 한탄강 유역에는 풍화 토양 분출 관입 퇴적 변성 하안단구 용암대지 등 지구과학 교과에서 다루는 다양한 내용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수도권의 학생들에게 현장학습을 실시하기에 적지라고 생각한다.

부단한 자기 혁신만이 창조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동료 교사와 학생들에게 편지로 전하면서 이만 맺는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홍순관 교사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교육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