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해양생물도 맞춤형 관리한다

음파로 해파리 떼 경보 발령, DNA로 ‘명품 홍어’ 판별

지구에 서식하는 생물 중 80%가 바다에 살고 있다. 그만큼 바다는 차세대 생물자원의 ‘보물창고’다. 그러나 아직 해양생물 관리 시스템은 미비한 실정이다.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자원연구본부 이윤호 박사는 “바다의 유해생물과 유용생물을 분리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성해파리처럼 연안산업에 피해를 끼치는 생물은 조기경보체계를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홍어나 가오리처럼 식용으로 가치가 높은 자원은 DNA 분류체계를 확립해 식품으로써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발전소 골칫덩어리 해파리 떼
경북 울진 원자력발전소는 3년 전 한때 원전 가동을 중단할 뻔 했다. 보름달물해파리 떼가 냉각수를 뽑아 올리는 취수구를 막아버린 것. 원자력 발전기를 돌릴 때 열과 증기가 발생하는데, 이를 식히기 위해 취수구로 바닷물을 끌어올린다. 취수구가 막히면 발전기의 열을 식히지 못해 발전기가 폭발할 수 있고, 취수구 내부 압력이 높아져 관이 터질 수도 있다. 울진 원자력발전소에는 지난 1992년 이후 2007년까지 해파리로 인한 사고가 8번이나 발생했다.

이뿐 아니다. 바다연안에 해파리 떼가 등장하면 어획량도 급감한다. 그물에 해파리가 잔뜩 걸리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해파리가 사는 바다에서는 어류 개체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유해 해양생물이 일으키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기경보시스템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음파를 이용해 해파리 떼 접근을 조기에 알아내는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해양생물에 부딪혀 반사돼 나온 음파를 측정하면 바다 속에 얼마나 많은 생물이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해파리의 크기가 다양하므로 세 종류(38, 120, 200kHz)의 진동수를 사용한다. 세 가지 음파의 반사량을 조합해 해파리 떼의 접근을 감지한다. 이 박사는 “음향수신 강도가 평상시보다 높아질 때 해파리 주의보를 내린다”며 “연안어업과 발전소 설비에 활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해양생물에 DNA이름표 단다
이 박사팀은 유용 해양생물에 DNA이름표(바코드)를 달아 효용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예를 들어 값싼 가오리가 값비싼 홍어로 둔갑하는 경우를 보자. 이 둘은 생김새가 비슷해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 이렇게 눈으로 구별이 잘 되지 않는 해양생물도 DNA를 이용하면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 생물은 미토콘드리아에도 소량의 DNA를 가지고 있는데, 이 DNA는 생물종마다 차이가 크다. 미토콘드리아는 어머니에서 자식으로만 전달되는 모계유전을 해 종안에서 보존되기 때문이다. 한국산 어류의 경우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시토크롬산화효소Ⅰ(COⅠ)의 염기 645쌍의 배열이 다른 종과는 3% 이상 차이가 나지만 같은 종끼리는 차이가 1% 미만으로 적다.

홍어와 가오리도 COⅠ의 DNA 염기서열이 다르다. 이에 착안해 이 박사는 한국산 가오리와 홍어의 COⅠ 염기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염기 645쌍 가운데 약 10%인 60쌍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정보를 DNA칩에 담았다.

이 박사는 “DNA칩을 이용하면 수초 안에 가오리와 홍어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며 “DNA칩 덕분에 유통시장이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DNA칩을 RFID 칩과 연결해 유통과정에서 상품의 위변조도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해양생물학자들은 바다를 19세기 ‘골드러시’를 이룬 미국 캘리포니아 금광에 비유한다. 그러나 이 박사는 “해양생물을 발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이 자원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바다생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수록 자원의 효용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목정민 기자

🎓️ 진로 추천

  • 해양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