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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자기장, 1000년 만에 역전된다

2012년 당신의 지구는 안녕하십니까

2012년 당신의 지구는 안녕하십니까

지구 자기장

1000년 만에 역전된다

지구자기장이 가끔 180° 뒤집힌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나침반이 완전히 반대로 향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지금까지는 지구자기장 역전이 5000년에 걸쳐 일어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시간이 1000년으로 당겨질 수 있다는 주장이 최근 나왔다. 지구자기장이 역전되는 동안에는 자기장이 약해져 끔찍한 재앙이 올 수 있다. 인류가 멸망한다는 2012년 12월 21일이 얼마 남지 않은 오늘, 당신의 자기장은 과연 안녕하십니까.





“현재 지구 자기장이 역전되는 중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어요. 지구에서 자기장이 약해지고 있는 건 분명 사실이니까요.”

도성재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구의 자기장 역전은 인류멸망설의 단골소재다. 영화 ‘코어(2003)’에서는 자기장이 약해지자 새 떼가 방향을 잃고 유리창을 들이받는 모습이 등장했다. GPS와 자동차 네비게이션도 먹통이 될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간 자기장이 막아주던 우주의 해로운 방사선이 지표까지 뚫고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지구가 멸망한다는’ 2012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늘날 지구의 자기장은 얼마나 약해졌을까.

도 교수는 “1835년부터 오늘날까지 지구 자기장이 1년마다 약 0.05%씩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70여 년 동안 지구 자기장이 약 10% 약해졌다. 만약 자기장이 지금처럼 계속 약해지기만 한다면 자기장 역전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자기장이 역전된 가장 최근 기록은 78만 년 전이다. 그 이전에는 10만 년에서 100만 년 사이, 정확한 주기는 없지만 보통 30만 년을 기준으로 자기장이 역전됐다. 현대 인류는 비교적 오랫동안 자기장이 역전되지 않은 지질시대에 운 좋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장 역전이 일어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한 자기장의 역전과정 모습. 위쪽이 안정된 자기장이고 아래쪽이 역전 중인 모습이다. 역전 중일 때는 자북극과 자남극이 혼재돼 있다.]

자기장 역전, 1000년이면 충분하다

이전까지 학계에서는 자기장이 역전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약 5000년 정도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장 피에르 발레 프랑스 소르본느대 교수팀은 학술지 ‘네이처’ 10월 4일자에 자기장 역전이 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겨우 1000년이다.

발레 교수는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 북태평양의 하와이 섬아이슬란드 등 화산지역 10곳의 지질자료를 토대로 자기장 역전이 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분석했다. 이 지역들을 선정한 이유가 있다. 우선 화산이 분출할 때 나와 굳은 용암은 폭발 당시 지구 자기장의 방향을 분석하기 좋다. 지상에 나온 용암이 식을 때 그 안의 입자들이 자기장 방향에 따라 일정하게 배열되기 때문이다. 또 용암이 식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아(짧게는 며칠 내) 시간 정확도가 높다. 더구나 연구팀이 선정한 10곳은 100년에 한 번씩 화산활동이 일어날 정도로 지질활동이 활발해 고품질의 자료가 잔뜩 쌓여있다.

분석 결과 발레 교수팀은 자기장 역전이 ‘예고-역전-반동’이라는 3단계에 걸쳐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고 단계’란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극과 남극, 즉 자북극과 자남극이 절반까지(90°) 뒤집어졌다가 스프링이 튀듯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단계다. 예고 단계가 지나면 자북극과 자남극의 위치가 완전히 뒤바뀌는 ‘역전 단계’가 일어난다. 역전 단계는 1000년이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끝난다. 뒤집어진 자북극과 자남극은 다시 예전상태로 절반쯤 되돌아오려다 마는 ‘반동 단계’를 거친 뒤 오랫동안 안정화된다. 예고 단계부터 반동 단계까지 걸리는 총 시간은 약 9000~1만 년이었다.



지구 속에는 자석이 없다

지질 기록을 볼 때 지구 자기장은 최소 30억 년 전부터 존재했다. 일정한 주기는 없지만 20~30만 년마다 자기장 역전은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자기장 역전은 왜 일어날까. 또 왜 3단계를 거쳐 일어나는 것일까.

조금 어려운 이야기를 하자. 지구 자기장이 쌍극자 자기장과 비쌍극자 자기장으로 구분된다는 사실부터 짚어봐야 한다. 쌍극자 자기장은 지구 자기장 세기의 90%를 담당한다. 보통 지구를 자북극과 자남극이 양 끝에 있는 커다란 자석에 비유하는데, 이 자석이 만드는 자기장을 쌍극자 자기장이라 이해하면 쉽다.

비쌍극자 자기장은 전체 자기장 세기의 나머지 10%를 담당하는 무질서한 자기장이다. 오른쪽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비쌍극자 자기장의 세기나 방향은 육지나 바다 같은 지형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심지어 같은 곳에서도 시간에 따라 세기와 방향이 변하기까지 한다. 지각의 물질과는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과연 지구의 무엇이 비쌍극자 자기장을 만들기에 이렇게 혼란스러울까. 과학자들은 지구의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목한 곳이 바로 철과 니켈 같은 금속이 풍부한 외핵이다.

그러나 외핵 속에서 철과 니켈이 자석이 될 순 없다. 지상에서는 철과 니켈이 큰 자성을 띠지만 지구 속 외핵은 너무 뜨겁기 때문이다. 외핵의 온도는 4400℃ 이상으로, 철과 니켈이 자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인 ‘큐리온도’, 769℃와 1115℃를 훨씬 넘는다. 지구 속에는 커다란 자석이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외핵은 자석 없이도 어떻게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을까.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이론이 바로 ‘다이나모 이론’이다.



외핵 속에서 철과 니켈은 자성을 띨 수 없는 고온의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그런데 외핵 속 물질은 잔잔한 호수처럼 가만히 존재하지 않는다. 중력과 동위원소가 붕괴되면서 나오는 열 때문에 대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거기에 지구의 자전이 더해지면 그 움직임이 빙글빙글 도는 코일 모양이 된다.

철과 니켈은 액체 상태에서도 전류를 잘 전달하는 물질이다. 이렇게 형성된 코일에 전류가 흐르게 되면 자기장이 유도된다. 한 번 만들어진 자기장은 반대로 코일에 다시 전류를 흐르게 한다. 이런 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바로 다이나모 이론의 주요 골자다(과학동아 2012년 2월호 ‘인공지구야 돌아라!’ 참조).




자기장 역전이 일어나는 이유

바다에 큰 해류가 있고 작은 해류가 있듯, 외핵 속에도 대류 때문에 만들어지는 커다란 흐름과 작은 여러 개의 흐름이 있을 것이다. 이 중 일관된 커다란 흐름이 쌍극자 자기장을 만들고, 작은 흐름들이 아무런 규칙도 없는 비쌍극자 자기장을 만든다. 그런데 만약 외핵 물질의 흐름이 변하면 어떻게 될까. 도성재 교수는 “외핵 속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변화가 누적되면 쌍극자 자기장의 힘이 점점 약해진다”며, “쌍극자 자기장의 세기가 비쌍극자 자기장만큼 약해지면 자기장이 뒤집혀 버린다”고 설명했다. 발레 교수팀은 ‘예고 단계’가 오기 전에 쌍극자 자기장의 세기가 기존 대비 10%까지 약해진 지질 자료를 찾기도 했다. 발레 교수는 지구 자기장 역전 전후에 예고와 반동 단계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비쌍극자 자기장의 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쌍극자 자기장의 힘이 약해지면서 이전까지는 비교도 되지 않았던 비쌍극자 자기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이 때문에 예고와 반동 단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기장 역전은 대멸종의 전조인가

2012년은 마야 문명이 예언했다는 인류의 마지막 해라고 해서 올초부터 ‘인류멸망설’이 유행했다. 만일 자기장 역전이 일어나면 정말 인류 문명에 큰 타격을 줄까. 도 교수는 “자기장 방향이 바뀌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기장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장 역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지구 자기장의 세기가 정상 세기의 10분의 1 수준까지도 줄어들 수 있다. 오늘날 자기장이 막아주고 있는 고에너지 우주방사선이 지표까지 그대로 뚫고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도 교수는 “고에너지 우주방사선이 세포 속 DNA를 파괴해 돌연변이나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78만 년 전 브루네스-마츠야마 자기장 역전이 일어났을 때 플라크톤의 일종인 방산충 수 종이 멸종한 기록이 있다.

170년간의 지질 기록이 보여주듯 오늘날 지구 자기장은 확실히 약해지고 있다. 하지만 도 교수는 “지구란 스케일에서 볼 때 170년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자기장은 언제든 다시 또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야 문명이 예언했다고 하는 마지막 날 2012년 12월 21일을 안심할 수 있을까?

종말의 날일까

2012.12. 21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고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했던 1999년이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 종말론자들은 이제 2012년 12월 21일을 지목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12월 21일. 마야의 달력과 웹봇은 정말 이 날을 세상의 끝으로 가리키고 있을까.




12년 12월 21일 인류가 멸망한다는 종말론의 시작은 1~8세기 남아메리카에서 고대문명을 발전시킨 마야인의 달력에서 유래했다. 마야인의 달력을 우리가 쓰는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하면 2012년 12월 21일로 끝이 나는데 이 날이 바로 ‘세상의 끝’이라는 것이 종말론자들의 주장이다.

마야 달력, 세계 멸망 예언하지 않아

마야인들의 달력이 끝나는 날이 왜 하필 올해 12월 21일일까. 마야의 달력은 ‘장기력’이라 부르며 ‘박툰’이라는 단위를 쓴다. 우리가 100년을 한 세기로 구분하는 것처럼 마야인들은 13박툰(약 5125년)을 하나의 거대한 시간 단위로 봤다. 마야인들은 기원전 3114년 8월 13일 우리가 살고 있는 4번째 세상이 시작됐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 날을 기점으로 13박툰이 끝나는 날이 바로 올해 12월 21일이며 이 날 종말이 찾아온다는 것이 종말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윌리엄 사르투노 미국 보스턴대 고고학부 교수팀은 종말론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결과를 지난 5월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사르투노 교수팀은 2008년 과테말라 북부에 있는 마야 유적지 ‘술툰’에서 벽면에 새겨진 상형문자들을 발견해 분석했다. 술툰은 1920년대에 처음 알려진 이래 계속 유적 발굴이 진행 중인 곳이다. 분석 결과, 상형문자들은 마야인들이 달력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 태양이나 금성, 화성 같은 천체의 주기를 계산한 흔적이 마야의 장기력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르투노 교수는 “이 유적은 마야의 서기관이 달력을 계산하기 위해 칠판처럼 쓰던 곳”이라며, “장기력에서 말하는 ‘재시작 주기’는 현대인이 쓰는 ‘년(年)’처럼 천체 관측을 토대로 만든 달력 단위일 뿐 세계 멸망을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인의 달력이 12월 31일이 되면 한 해(년)가 끝나지만, 그것으로 세상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계 멸망을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IT 기술의 발전 덕분일까. 이제는 예언자가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인류의 종말을 예고하는 시대다. 1990년대 클리프 하이와 조지 우어라는 두 프로그래머가 만든 ‘웹봇’이 바로 그것이다. 웹봇은 처음 주식 동향을 예측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인데 각종 사고와 함께 세상의 종말을 예언했다는 것. 웹봇이 2012년 12월 21일 이후로 분석을 거부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이 때문에 2012년 12월 21일 세계가 멸망한다는 종말론이 나왔다). 웹봇을 만든 두 프로그래머는 스스로를 ‘타임 몽크스’라 부르며 웹봇이 했다는 예언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웹봇이 내린 예언 중에 적중했다고 알려진 것으론, 2001년 아메리칸 587 항공기 사고,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사고 등이 유명하다. 그런데 과연 컴퓨터 프로그램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언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원석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는 것은 오늘날의 컴퓨터 기술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타임 몽크스의 웹봇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를 모으는 ‘웹크롤링’ 기술과 모은 무작위의 정보를 유의미한 정보로 가공하는 ‘데이터 마이닝’ 기술이 합쳐진 프로그램이다. 타임 몽크스는 웹봇이 웹크롤링으로 얻은 정보를 자신들만의 ‘비밀 알고리듬’으로 가공해 예언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컴퓨터 기술은 오늘날도 걸음마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지금까지 컴퓨터 기술로는 빅데이터로 현 상황을 분석하는 수준”이라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웹봇의 적중한 지난 예언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교수는 “총 얼마나 많은 예언을 했는지가 밝혀지지 않아, 무수한 예언 중 적중한 몇 개의 예언만 공개하는 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상에서 대선에 대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떠들어도 현재 기술로는 아직 누가 당선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예언을 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더글라스 케넷 미국 펜실베이니어대 인류학과 교수팀은 마야 문명이 멸망한 원인이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사이언스’ 11월 9일자에 발표했다. 340년 간의 긴 가뭄 때문에 생산력이 약해지자 불안과 기근이 권력층을 뒤흔들었다는 것이다. 만약 마야인들이 그들이 멸망하고나서도 1300년이나 뒤인 오늘날의 재앙을 예견할 능력이 있었다면, 스스로의 문명이 끝나는 날도 예측해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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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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