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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와인 마셔, 말어?

도대체 뭐가 옳은 거야




 



“커피, 설탕, 크림을 3숟가락씩, 333해서 가져와!”


어르신께 “어떤 커피를 드릴까요?”라고 여쭈면 이런 주문을 종종 받는다. 이렇게 드셔도 건강에 이상이 없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커피가 40대 이후에 주로 발병하며 전체 당뇨병의 80~90%를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2002년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반 담과 프레스켄 연구팀의 논문을 보자. 커피를 섭취한 1만 71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하루 7잔의 커피를 마신 사람은 2잔 이하를 마신 사람보다 제2형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절반으로 낮아졌다. 2004년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연구진이 1980년부터 8~12년간 12만 5000명을 추적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하루 6잔 이상 커피를 마신 사람이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들보다 제2형 당뇨병 발생이 5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이런 효과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사람들에게서는 나타났지만, 홍차를 마신 사람에서는 없었다. 카페인과 무관하게 커피 자체의 여러 가지 성분이 당뇨병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는 얘기다.




소위 물만 마셔도 살찌는 사람들에게 커피를 권하면 “살쪄~”라며 거부한다. 사실은 커피가 비만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많다. 대략적으로 말하면 커피를 섭취하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며, 지방 분해와 지방 산화도 증가해 비만 위험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스위스 로잔대 뤼델 교수팀이 2007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3잔 정도의 커피로 300mg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에너지 소비가 79kcal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카페인 이외에도 커피의 폴리페놀 성분이 에너지 대사를 높여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늘린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

배재훈 계명대 교수는 “커피 자체에는 탄수화물이 전혀 들어있지 않으며, 칼로리도 겨우 9~10kcal만 들어있다”며 “이 정도라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한 블록 정도 걸으면 다 소비되는 칼로리 양”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커피를 마시면 중추신경계의 식욕 억제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등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2013년 발표된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발표도 흥미롭다. NCI는 49만 명의 대장암 발병 자료를 분석했는데, 커피를 하루 6잔 이상 마시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장암 위험이 최대 4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발표된 경북대 식품공학부 강남주 교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페놀릭파이토케미칼의 일종인 클로로겐산이 대장암과 피부 노화 억제 효능이 있다고 동물 실험을 통해 밝혔다. 커피는 식품 중에서 페놀릭파이토케미칼을 가장 많이 공급해준다.






일반적으로 커피는 혈압을 올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가 혈압 상승과 무관하다는 연구도 종종 발표되지만, 대체로 혈압상승과 상관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 연구팀이 소속 의대 남학생 1017명을 조사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장기간 커피를 섭취하면 혈압이 오르고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적정량을 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안된다는 연구도 있다. 하버드대 로페즈-가르시아 연구팀의 2008년 연구에서는 하루에 2~3잔 커피를 마시는 여성이 전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병 사망률이 25% 낮았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혈압, 관상동맥 관련 질환이 있다면 하루 400mL 이하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



임신부나 수유 중인 여성에게도 커피는 좋지 않다. 카페인 성분이 신경 발달이 덜 된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또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켜 자궁으로 가는 혈류를 방해할 수도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1일 300mL 이하, 즉 연한 아메리카노 한두 잔 정도는 마셔도 된다는 연구가 나오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래도 피할 것을 권고한다.






아침에 잠을 깨기 위해, 또는 전날 마신 숙취 해소를 위해 커피를 마시곤 한다. ‘모닝 커피’는 머리도 맑게 해주고 술도 깨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느낀다. 그러나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카페인 과다현상에 빠뜨릴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국립군의관의대 스티븐 밀러 연구원은 오전에 마시는 커피 때문에 과도한 각성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보고했다. 오전 8~9시 사이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하루 중 가장 많이 분비되는데, 여기에 카페인이 더해지면 체내에 카페인 등 각성물질이 과다하게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티솔 분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오후 1시30분~5시 사이에 커피를 마시는 게 건강에 좋다고 권고했다.



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커피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커피는 아무래도 유명 식품회사에서 생산한 ‘믹스커피’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설탕-크림-커피가 적절히 섞인 믹스커피가 커피를 마시는 방법 중 가장 건강에 해롭다. 배재훈 교수는 “흔히 먹는 믹스커피에는 지방이 과다하게 포함돼 있어 삼겹살을 먹는 것과 흡사하다”며 “지방이 들어가지 않은 블랙커피를 마셔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과립커피를 마시되, 크림이나 설탕을 넣지 않고마셔야 하며 불가피하게 믹스커피를 마실 때도 커피 부분만 마실 것을 권장한다(요즘 믹스 커피는 설탕, 크림, 커피를 조절하도록 만들어졌다).

커피를 우아하게 마시는 방법으로는 압착기 같이 생긴 프렌치 프레스를 이용하거나 터키식 이브리크를 활용해 한약처럼 달여서 맛을 우려낸 뒤에 마실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커피 원재료의 특징을 풍부히 살릴 수 있어 고급스러운 맛을 느낀다. 그러나 커피로부터 카페인이 많이 녹아 나올뿐 아니라, 커피 내의 지방을 그대로 마셔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전문가들은 커피를 종이필터 등에 내려서 마시거나,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핸드드립(손흘림)과 에스프레소 커피는 필터를 통해 원두 속의 지방을 걸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추출한 커피도 설탕, 크림을 많이 넣으면 역시 건강에 좋지 않다. 요컨대, 커피를 마실 때 지방을 최소화해서 마시고, 하루 300~400ml(3~4잔) 복용하는 것은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커피 섭취 후에 탈수 증세가 있기 때문에 물을 충분히 마셔야 변비, 피부질환 등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술 마신 다음날 몸이 피곤해 감기에 걸리기 쉽다. 그렇지만 와인 한 잔 정도는 오히려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의학 저널 ‘백신’에는 저녁 식사할 때 와인 한 잔을 마시는 것이 면역계를 강화하고 백신에 대한 반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미국 UC리버사이드 의대 연구팀의 논문이 실렸다. 연구팀은 천연두 백신을 맞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그룹에는 술을, 다른 그룹에는 물을 마시게 했다. 7개월이 지나고 다시 백신을 맞췄는데, 과다하게 술을 마셔온 집단은 백신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졌지만 적당하게 마신 집단은 면역 반응이 늘었다. 연구팀은 “저녁 식사 때 와인 한 잔 하는 게 심혈관계와 면역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인 업계에서는 ‘프렌치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인들이 영국인, 미국인처럼 고기를 많이 먹지만 그들보다 심장질환이 적은 이유가 바로 와인 때문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와인과 건강을 검색하면 와인 성분 중 폴리페놀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뿐 아니라 노화도 막아준다는 연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폴리페놀 뿐 아니라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카테킨, 플라보노이드 등 와인의 성분이 체내 활성 산소를 해독하기 때문이다. 특히 포도껍질에 많은 레스베라트롤은 콜레스테롤을 흡착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 예방이 좋다. 폴리페놀 함량은 레드와인이 화이트와인보다 많다.







와인을 마실 때 단골 안주로 치즈를 먹는다. 짭짤하고 시큼한 것이 와인 맛과 잘 맞는다. 그런데 이런 조합으로 계속 와인을 마신다면, 심장부정맥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가 있다. 와인 속의 티라민이라는 성분이 문제다.

런던 웰링턴병원 연구팀은 ‘치즈를 많이 먹고 난 뒤에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티라민은 체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든다. 즉 혈압을 오르게 한다. 와인과 치즈 모두 티라민 성분이 많은데, 둘을 한 번에 섭취하면 혈액 속 티라민 성분이 높아지면서 평소보다 심장이 빨리 뛰는 부정맥 현상을 겪게 된다. 건강한 사람은 큰 문제없지만, 심장질환이 있거나 고령자는 심부전증, 돌연사를 조심해야한다. 특히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와인과 치즈를 피해야 한다. 항우울제에는 티라민 분해를 억제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임신 중에 와인 등 술은 입에 대지 않는 게 좋다. 임신 중에 와인 한두 잔만 마셔도 아기의 지능지수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포드대와 브리스톨대 공동연구팀은 어린이 4000명의 지능지수(IQ)와 어머니의 음주 기록을 조사했는데, 음주를 한 임신부는 알코올 대사와 관련해 유전자 4개에 변이가 있었다. 이런 유전자가 있으면 8살 때 IQ가 낮았다. 문제는 적정한 수준, 즉 1주일에 1~6잔 마시는 임신부도 마찬가지로 유전자 변이가 있었다.





주당들은 ‘와인은 뒤끝이 안 좋아’라는 말을 종종한다. 와인을 마신 다음날 편두통을 경험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드와인을 마시면 편두통을 경험할 수 있다. 바로 레드와인 속의 티라민 때문이다. 티라민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인다. 레드와인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 티라민이 관자놀이와 눈 주변의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편두통이나 눈 주변에 맥이 뛰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레드 와인 이외에도 간장, 맥주, 치즈, 훈제 고기 등이 이런 증세를 일으킨다.





와인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 대부분은 술, 즉 알코올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적절한 와인 복용량을 1일 1~2잔 정도라고 말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와인을 비롯해 모든 알코올이 유해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랑스 암센터 도미니크 마라냉시 소장은 2009년 발간한 ‘암 예방을 위한 보고서’에서 매일 와인을 반 잔(175ml) 정도 마시면 구강암에 걸릴 위험이 168%, 결장암에 걸릴 위험은 9% 증가한다”고 밝혔다. 알코올이 인체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암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생기는데, 매일 마시면 체내에 이 물질이 일정 수준 유지되면서 발암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프렌치 파라독스’에 대해서도, 와인뿐 아니라 올리브 오일, 과일, 채소를 먹는 식단 전체를 감안해야 한다면서 와인 때문에 효과가 있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라고 반박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포도’를 그대로 먹으라고 조언한다. 와인의 장점은 포도에서 나온 것이라 유사한 효과를 줄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음식을 먹으며 와인을 마시는 것이 문제가 없지만, 특정 질환을 앓고 있다면 굳이 와인을 마실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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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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