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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 속 불로초, 영지버섯

항암작용에서 탈모방지까지

 

불로초속 버섯 중에서 대표적 다년생 버섯인 잔나비불로초.


폭염이 쏟아지는 계절, 이름 모를 나무들과 소나무, 참나무가 어우러진 산길에 서면 흙내음과 함께 느껴지는 버섯균사의 향이 은은하게 숲속을 감싼다. 비 내리는 여름은 버섯에게는 자손을 퍼뜨리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곰팡이의 꽃인 버섯은 자태도 아름답지만 현대의학이 놀랄 만한 기능성 물질도 하나쯤 품고 있다.

불로장생을 뜻하는 10가지 상징물인 십장생. 그 중 하나인 불로초가 우리에게 알려진 영지버섯이다. 영지버섯은 십장생 그림을 보면 가끔 어울리지 않게 소나무 그루터기에 다소곳하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영지를 약재로 이용해왔다. 영지는 중국명이며, 영지의 정식 한국명은 이름만 들어도 약효가 있는 버섯임을 쉽게 알 수 있는 불로초다. 학명(Ganoderma lucidum)은 갓의 외형에 광택이 있다는 뜻이며, 일반명은 만년(萬年)버섯으로 영생을 준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영지는 분류학상 불로초과 불로초속에 속한 버섯이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활엽수, 특히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뿌리 부분을 썩히며 나오는 버섯류로 국내에는 5종 정도가 자생한다. 대개 땅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로 땅속의 죽은 나무에 있는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성장한다. 갓모양은 대부분 콩팥형이나 가끔 원형인 것도 있다.

보통 우리가 찾는 불로초는 진한 갈색의 대가 있고 포자는 갓 아랫면의 노란 관공에서 만들어져 갓 위로 올라온다. 이 때문에 성숙한 버섯을 딸 때면 갈색의 포자가 손에 묻는다. 대부분 일년생 버섯은 포자를 발생시킨 뒤 사라지지만, 수분이 많지 않은 불로초 같은 버섯은 조직이 딱딱해 부패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려 이듬해까지 남아 있기도 한다. 다년생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새로운 조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다년생은 아니다.

불로초속 버섯 중에는 실제 다년생도 있다. 잔나비불로초라는 버섯이 대표적이다. 원숭이가 앉아서 놀아도 될 만큼 큰 버섯이라 예전에는 일본명을 번역해 잔나비걸상버섯으로 불렀다. 잔나비불로초는 불로초속 중에서 특이하게 대가 없는 버섯으로 쓰러진 나무나 가끔 사람 키보다 높은 나무 위에서 생겨난다. 대개 땅에서 나는 버섯은 포자를 날리기 위한 공간이 필요해 대를 갖는데, 이 버섯은 나무를 대의 일부로 삼고 포자를 퍼트리는 것으로 보인다.

예전부터 느타리나 표고, 팽이처럼 인공재배를 하는 버섯으로 알려져 있는 불로초는 최근 장식용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녹각영지’라는 품명으로 개발된 이 버섯은 갓을 발생시키지 않고 어린 대를 길게 생장시켜 사슴뿔처럼 다발로 발생시키는 것인데, 모양이 매우 신비로워 상당히 인기 있는 장식품이다.

약효가 있는 버섯으로 유명한 불로초는 중국 전통약재 중 하나로 각종 성인병 방지, 체력 강화, 피로 회복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음이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불로초에는 에르고스테롤을 비롯한 20여 종의 기능성 물질이 들어 있어 간과 위를 보호할 뿐 아니라 뼈를 튼튼히 하고 혈압을 조절하며 항염증, 혈소판 응집억제 같은 약리작용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 또 우리나라 생의약서인 ‘항암본초’나 ‘민속약초연구보감’에 따르면, 불로초 성분이 위암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한 항(抗)종양 동물실험에서 암 억제율이 최고 80%까지 나타나며, 면역기능이 저하됐거나 몸이 쇠약해졌을 때 빠른 시간 안에 회복시킨다고 한다.

최근에는 머리가 많이 빠지는 사람을 위한 약제를 개발하는 데도 불로초가 쓰이고 있을 정도다. 역사 속에는 진시황이 선남선녀를 보내 불로장생에 사용코자 찾았다는 약재가 바로 이 버섯이라는 기록도 있다. 이처럼 불로초(영지)는 다양한 효능으로 오랜 세월 인체의 면역능력을 강화시켜 우리를 지켜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 장식용으로 개발된‘녹각영지’. 불로초를 사슴뿔처럼 길게 다발로 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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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석순자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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