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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제트기류의 합작

마른장마 보고서

‘여름철에 여러 날 계속해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

사전에 나오는 장마의 의미다. 장마 하면 일반인이 흔히 생각하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상청 장마백서에 따르면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오는 현상을 장마라고 부른다. 장마의 기상학적 의미는 사전적 의미와 많이 다른 셈이다.

최근 들어 장마전선이 사라진 뒤에도 비가 많이, 게다다 자주 내리고 있어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장마가 끝난다고 하는 시기 뒤에 여름휴가를 잡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늘었다. 지난해 기상청은 7월 25일경 장마가 물러간다고 예상했지만 이후 강수량이 장마기간보다 많았다. 그래서인지 올해부터 기상청은 장마가 끝나는 시점을 예보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마른장마가 지속되는 걸까. 그 동안 우리나라 여름 강수 패턴은 어떻게 변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6~7월 다강수대의 이동^10일 평균으로 하루에 비가 8mm 이상 오는 지역(다강수대)을 6월 초순에서 7월 하순까지 나타내면 우리나라 장마의 양상을 알 수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함에 따라 다강수대도 북쪽으로 이동한다.


여름 강수, 40년 전부터 변화

우리나라는 연강수량이 지역에 따라 1000~1800 mm 로 나타나는데, 여름에 1년 강수의 50~60%가 집중되고 특히 6월말에서 7월말까지 장마전선에 영향을 받아 비가 많이 온다.

최근 우리나라 여름 기후에는 3가지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장마기간인 7월보다 8월에 강우가 많아졌고, 강우횟수는 거의 그대로지만 시간당 강우강도는 증가했으며, 아열대 기후지역이 증가할 뿐 아니라 열대야가 늘었다.

1910년대부터 7월과 8월의 강수를 비교해보면 1967년을 기준으로 통계적 변화가 드러난다. 1967년 이전에는 8월보다 7월에 비가 많이 내렸을 뿐 아니라 1년 중 최대 강수를 나타낸 반면, 그 이후에는 7월보다 8월에 연중 최고치의 강수를 꾸준히 기록했다. 물론 1980년대 후반 잠시 역전되기도 했지만 8월 강수의 증가는 뚜렷하다.

매년 강수의 변동만 보더라도 7월과 8월의 양상이 다르다. 즉 7월 강수는 증가 경향 없이 수십 년간 오르내리며 변화한 반면, 8월 강수는 최근 증가 경향을 뚜렷이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지난해 가을 서울대 전종갑 교수팀이 한국기상학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8월 강수 증가 현상이 한반도만의 특성이 아니고 중국 남부에까지 나타난다.

한국 장마, 일본 바이우, 중국 메이유

사실 7월과 8월에 비가 오는 원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7월 장마는 여름 계절풍(몬순)에 영향을 받는 현상이다. 여름에 해양보다 육지가 더 가열되므로 육지에서 상승기류가 생기며 지상에 열적 저기압이 나타나는 반면, 해양에는 고기압이 자리 잡는다. 북태평양고기압, 그 북쪽에 있는 오호츠크해고기압이 대표적이다.

특히 남서기류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시계방향으로 돌아 한반도로 유입되고, 북태평양고기압과 오호츠크해고기압 사이에 기압골이 나타나는데, 이때 장마전선이 생긴다. 장마전선 상에서 호우가 발생할 때는 습하고 더운 하층 공기(남서기류)가 북쪽에서 내려온 차가운 상층 공기와 만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져 거대한 적란운(소나기구름)이 발달한다.

결국 장마는 여름에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습한 남서기류의 영향을 받아 비가 오는 현상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일본에서는 ‘바이우’, 중국에서는 ‘메이유’라고 각각 불린다. 실제 장마전선은 중국 양쯔강에 걸치고, 일본에서는 남부만 가로지른다. 다만 우리나라 장마는 대개 7월말에 끝나는 반면, 일본 바이우는 7월 중순에, 중국 메이유는 7월내에 각각 종료된다. 보통 장마전선은 길이 1000km 규모의 강수밴드를 이룬다.

또 장마는 일반인이 피부로 느끼는 강수량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 지구 강수자료에서 순별(10일 평균)로 봤을 때 하루에 비가 8mm 이상 오는 지역(다강수대)을 선으로 표현해보면 알 수 있다. 넓은 지역에서 10일간 하루에 평균 8mm 이상씩 비가 온다면 보통 사람들이 비가 많이 온다고 느낄 만한 정도다.

우리나라 주변으로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까지 다강수대가 남해안을 거쳐 점차 북상한다. 다강수대가 우리나라에 걸쳐 있을 때를 장마기간으로 보고 이 동안의 평균으로 장마강수를 정의할 수 있다. 아울러 장마는 메이유, 바이우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며, 특히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함에 따라 다강수대도 함께 북쪽으로 이동한다.
 

동아시아(1)와 한반도(2)의 장마철 (올해 6월 17일) 구름 사진. 장마전선에 동반된 비구름이 한반도에 걸려 있다.


장마후 강수는 집중호우

최근 8월 강수가 증가하면서 학자들은 장마가 끝난 뒤에 바로 이어지는 8월 강수를 ‘장마후 강수’라고도 부른다. 8월 강수는 장마와 다르게 우리가 흔히 ‘게릴라성 호우’로 알고 있는 집중호우다. 즉 매우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내리는 비다.

8월 강수는 원인도 7월 강수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지표가 가열돼 대기 하층에 대류가 발생하고 강한 상승기류가 형성되거나, 찬 공기가 남하해 남쪽의 더운 공기를 밀어 올릴 때 호우가 내린다. 지난해 가을 연세대 대기과학과 이태영 교수팀이 한국기상학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크기가 10~20km인 작은 강수구름이 서쪽에서 편서풍을 타고 들어와 국지적으로 집중호우를 뿌리며 이들 강수구름은 각각 1~2시간의 주기로 생겼다가 사라진다. 이런 호우는 수 시간 내의 정확도로 특정 장소에 내릴 것이라고 2~3일 전부터 예측하기 어렵다.

또 8월 강수에는 태풍의 직접적, 간접적 영향에 의한 비도 많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태풍이 중국에 상륙할 경우 서해에 수증기가 다량 유입되면서 소규모 강수구름이 생기고 이들 강수구름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들어온다. 현재 태풍이 발생하면 약 2주간의 생애 동안 어떤 진로를 택할 것인지 수일 정도 내다볼 수 있다. 24시간 전에는 예보 적중 확률이 높지만 예측 시간이 길어지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동아시아(3)와 한반도(4)의 지난해 8월 20일 구름 사진. 보통 8월에는 대기 불안정 때문에 생긴 작은 강수구름이 우리나라 곳곳에 눈에 띈다.


엘니뇨 시기에 8월 강수 많다

다년간 여름철 강수의 변동을 보면 강수량이 매우 적은 해가 있는가 하면, 홍수가 빈번히 발생한 해도 있다. 장마후 강수를 비롯해 여름철 강수를 좌우하는 인자를 정확히 파악해 강수량을 예측하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비가 많은 여름철이 될 것인지, 마른 우기가 될 것인지를 결정할 때 보통 6가지를 고려한다. 즉 태평양에서 다량의 수증기가 이동해 한반도 부근에서 수렴되기 좋은지, 북태평양고기압이 서쪽으로 확장돼 우리나라가 고기압 연변에 놓여 무더운 공기가 유입되기 쉬운지, 태풍이 중국 남쪽이나 동쪽으로 움직여 우리나라가 오른쪽에 놓일 때 다량의 수증기를 공급받는지, 제트기류상 로스비 파동의 영향으로 북쪽에서 찬 공기의 유입이 강화될지, 적도 태평양상 ‘엘니뇨-남방진동’(ENSO)의 강도, 티베트고원 주변에 눈이 덮인 면적이나 적설량이 중요하다.

이들 가운데 제트기류의 로스비 파동은 고도 10km 부근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기류인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구불거리는 현상인데, 이 파동을 처음 발견한 미국의 기상학자 카를구스타프 로스비의 이름이 붙었다. 북에서 남으로 향하는 파동이 나타날 때 찬 기류가 반시계 방향(저기압성 순환)으로 유입되며 상층뿐 아니라 하층에도 기압골(저기압)이 형성돼 비가 많이 온다. 즉 제트기류의 파동은 여름 강수의 중요한 원인이다.

적도 태평양상 ‘엘니뇨-남방진동’의 강도도 여름 강수에서 중요하다. 먼저 겨울에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엘니뇨)이 나타나면 동태평양에서 상승기류가, 서태평양에서 하강기류가, 인도양에 상승기류가 각각 생긴다(남방진동). 봄철부터 서태평양에서 대류가 약화되면서 여름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하고 한반도에 남서기류가 강하게 유입되며 저기압의 활동이 강화된다. 실제 엘니뇨 시기에는 여름에 인도네시아에 비가 적게 오는 반면, 우리나라에 8월 강수가 많다. 올해는 오히려 라니냐 시기(적도 동태평양의 해수온도가 낮은 시기)라 7월 장마뿐 아니라 8월 강수가 예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8월에 국지적인 게릴라성 폭우는 예상된다.

또 1991년 일본 나고야대 테쯔조 야스나리 교수팀은 봄에 티베트고원 주변에 눈이 쌓인 면적이 넓으면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난다고 미국기상학회보에 발표했다. 넓게 쌓인 눈이 햇빛을 많이 반사할 뿐 아니라 봄을 지나며 눈이 녹으면 증발량이 늘어 여름 장마전선을 강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엘니뇨와 8월 강수


겨울에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엘니뇨)이 발생하면 동태평양에 상승기류가, 서태평양에 하강기류가 각각 나타난다. 봄철부터 서태평양에서 대류가 약화되면서 여름에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하면 한반도에 남서기류가 유입되며 저기압이 강해진다. 실제 엘니뇨 시기에는 우리나라에 8월 강수가 많다.


5월부터 9월까지 우기?

요즘 7월 장마 때 강수가 줄고 장마후 강수인 8월 강수가 늘어난 이유는 무얼까. 최근 8월 강수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는 우리나라 주변으로 남쪽이 북쪽보다 더 더워지면서 한반도 상공에서 제트기류가 강화된 데 있다. 제트기류는 그동안 한반도 서쪽 상공에서 끝났지만, 최근 들어 8월에 한반도 동쪽 상공까지 발달해 나타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 저기압이 출현해 호우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반면 8월에 태풍이 중국 중부와 남부로 이동하면서 한반도에 수증기를 많이 공급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8월 강수가 늘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7월에 마른장마가 잦은 이유는? 과거 장마는 비가 7월에 집중됐는데, 최근 들어 장마가 빨리 시작하고 비가 오는 기간(우기)이 늘었기 때문이다. 장마 비가 5~7월에 내리고 우기가 8월과 9월까지 이어진다. 보통 여름에 활성화되던 북태평양고기압이 더 빨리 활동하기 시작해 늦게까지 활동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원인을 한국이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데서 찾는다.

사실 아열대는 고기압영역이라 육지의 경우 사하라사막 같은 건조지역이 많다. 한반도 주변을 본다면 북태평양고기압지역이 아열대역이다. 하지만 월평균 기온이 10℃를 넘는 달이 8개월 이상인 영역을 아열대로 정의한 분류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해안의 많은 지역이 이미 아열대화되고 있다. 기온만 고려해 아열대화를 정의한 것은 지구온난화 경향과 비슷한 기후변화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대기 하층의 기온이 높아지면 대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한다. 또 바다보다 더 뜨거워진 육지에서 대기가 더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더 많은 수증기가 더 빨리 해상에서 육지로 이동한다. 따라서 강우 강도가 높아지며 호우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가 이미 습한 공기 때문에 밤에도 25℃ 밑으로 안 떨어지는 열대야에 시달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낮 동안 햇빛을 받아 가열된 땅에서 야간에 내놓은 적외선(열)이 수증기층에 갇히면 열대야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열대야가 증가하는 현상은 지구온난화 증상 중 하나다. 매년 더 더워지고 호우 때문에 재해가 잇따르며 열대야에 시달리는 여름이 될 확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제트기류와 여름 강수


고도 10km 부근의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구불거리는 파동이 로스비 파동이다. 여름에 북에서 남으로 향하는 파동이 나타날 때는 찬 기류가 반시계 방향(저기압성 순환)으로 유입되며 상층뿐 아니라 하층에도 기압골(저기압)이 생겨 우리나라에 비가 많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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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하경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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