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밤. 총총히 박혀 있는 수많은 별들 사이로 마치 비단 천을 펼쳐 놓은 듯 커다란 구름 띠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드리워져 있는 모습을 본적 있는가.
느즈막히 어둠이 내린 남쪽 하늘 낮은 곳 궁수자리부터 솟아올라 거문고자리와 독수리자리를 가로질러 백조자리와 카시오페이아자리를 거친 뒤 북쪽 지평선에 도달하는 밤하늘의 거대한 은색 물길. 은하수(銀河水)다.
은하수는 순우리말로 ‘미리내’라고 부른다. 용(龍)의 순우리말인 ‘미르’와 물길을 뜻하는 ‘내’의 합성어다. 우리 조상들은 은하수를 ‘용이 노니는 냇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은하수는 태양 같은 별 수천억 개로 이뤄진 우리은하의 단면이다.
우리은하는 비행접시처럼 넓적한 원반모양인데, 태양계는 지름이 10만 광년인 우리은하 중심에서 3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고 알려졌다. 그 안에 티끌보다 작은 행성인 지구에서 우리는 밤하늘에 투영된 별들의 거대한 장막을 보는 셈이다.
지름이 10만 광년에 이르는 우리은하의 전체 모습을 볼 순 없지만, 은하수를 보며 광활한 우주를 상상하는 일은 그야말로 황홀한 경험이다. 특히 여름철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궁수자리 부근 은하수는 우리은하의 중심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 비해 훨씬 밝다.
여름이 가기 전 불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 나가 우리은하의 모습을 ‘디카’에 담아보자.
카메라 따라 달라지는 렌즈의 광각효과
은하수를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로 찍기 위해서는 망원경 같은 값비싼 장비는 필요치 않다. 하지만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물길을 다 담을 만한 광각 렌즈가 필요하다(초점거리에 따른 렌즈의 구분은 과학동아 2008년 6월호 참고).
대략 초점거리 28mm 이하의 광각렌즈를 사용하면 되지만, DSLR 카메라의 렌즈를 고를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카메라의 특성에 따라 초점거리를 달리 계산해야 한다는 점이다.
DSLR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의 크기에 따라 크게 풀프레임(Full Frame) DSLR 카메라와 APS (Advanced Photo System, 신규격 사진 시스템) DSLR 카메라로 나뉜다. 두 카메라는 초점거리에 따른 화각 크기가 다르다.
풀프레임 DSLR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필름카메라에서 사용하는 필름의 크기(대각선 길이 35mm)와 똑같은 카메라다. 사진의 화각을 가늠할 때는 필름 카메라나 풀프레임 DSLR 카메라의 초점거리를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APS DSLR 카메라는 풀프레임 DSLR 카메라에 비해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1.3 ~ 1.7배 작다. 대부분 보급형 DSLR 카메라가 APS 카메라인데, 실제 렌즈의 화각보다 더 작은 시야를 이미지 센서에 기록하기 때문에 흔히 크롭(crop, 잘라내다) DSLR 카메라라고 부른다.
따라서 자신의 카메라가 풀프레임 카메라인지 APS 카메라인지 확인한 뒤, APS 카메라라면 렌즈를 고를 때 제조사의 특성에 따라 렌즈의 초점거리에 1.3~1.7을 곱해 화각을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캐논의 APS DSLR 카메라는 실제 렌즈 초점 거리의 1.6배, 그리고 니콘의 APS DSLR 카메라는 1.5배 좁은 화각을 갖는다. 캐논의 APS DSLR 카메라에 28mm 렌즈를 사용하면 실제로 약 45mm 렌즈 화각을 갖기 때문에 광각 효과가 거의 나지 않는다.
따라서 APS DSLR 카메라로 은하수 전체 모습을 담으려면 초점거리가 18mm 이하인 렌즈를 사용해야 한다.
‘적도의’ 이용해 은하수 세밀하게 포착
은하수를 이루는 별이 점으로 또렷하게 나타나도록 찍으려면 노출 시간을 짧게 해야 한다. 지구의 자전 속도 때문에 노출 시간이 길면 별이 궤적으로 찍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출 시간을 짧게 하면 어두운 별은 찍히지 않고 밝은 별만 찍히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은하수를 이루는 별들이 또렷하게 나온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별의 움직임이 궤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최대 노출시간을 찾는 일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초점 거리가 35mm인 렌즈의 경우에 천구의 적도 근처는 8초, 위도 60° 근처는 16초보다 노출을 짧게 줘야 한다.
천구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천구의 북극에 가까울수록 천체의 회전 속도는 느리고 최대 노출시간은 그만큼 길다. 또 렌즈의 초점거리가 길어지면 망원효과가 나기 때문에 천구의 회전 속도에 민감해지고 최대 노출시간은 더 짧아진다.
천구에서 은하수의 위치와 렌즈의 초점거리를 고려해 노출시간을 계산하는 일이 번거롭다면 ‘기계의 도움’을 청해보자. 바로 ‘적도의’(천구의 북극을 축으로 회전하며 천체를 추적하는 장치)를 사용한 ‘가이드 촬영법’이다. 항상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적도의 위에 놓인 카메라 렌즈는 하루 한 바퀴를 도는 천구의 이동속도와 같은 속도로 천천히 움직이며 별빛을 추적한다. 그리고 은하수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모래알 같은 별빛을 고스란히 받아 사진에 담는다.
가이드 촬영법은 어두운 별빛을 사진에 담는데 유용하지만, 고정된 지상의 배경이 거꾸로 궤적으로 찍히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적도의를 이용해 찍은 천체사진은 지상의 배경 없이 밤하늘의 별만 찍거나, 노출 시간을 짧게 해 지상의 배경이 흐릿하게 번진 정도로 찍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움직이는 은하수의 별빛을 쫓으면 지상의 배경이 흐르고, 배경을 고정하기 위해 노출 시간을 줄이면 어두운 별이 찍히지 않는 ‘가이드 촬영법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별빛과 배경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법이 있다. 사진을 찍는 후반부에만 적도의를 사용해 처음엔 배경이, 후반에는 별빛이 흐르지 않도록 나눠 찍는 방법이다.
먼저 적도의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원하는 배경의 화면을 잡는다. 그리고 적도의 마운트 전원을 끊은 채 카메라의 셔터를 열고 약 30초에서 1분 정도 고정 촬영을 한다. 그런 다음 약 1분~1분 30초 동안 적도의의 전원을 켜 별빛을 추적하도록 한다.
올 여름 손에 닿을 듯한 지구의 풍경과 아득히 멀리 떨어진 우리은하의 모습이 어우러진 천체사진을 찍어보자. 산 위에서 활활 타듯 하늘로 솟구치는 은하수, 하늘에서 쏟아지듯 바다에 걸쳐있는 은하수 사진은 어떨까.
7월 20일 해왕성 달 뒤로 숨다
달은 천구에서 하루에 약 15°씩 동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보다 느린 행성을 가리는 현상이 가끔 일어난다.
20일 밤 해왕성이 달 뒤로 숨는 엄폐현상이 일어난다.
명왕성이 지난해 태양계의 행성 자격을 잃은 뒤 태양을 도는 가장 먼 행성이 된 해왕성은 밝기가 8등급 정도로 맨눈으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이 있다면 이날 밤 달과 ‘숨바꼭질’하는 해왕성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해왕성이 달 뒤로 들어가는 시각은 밤 8시 27분이지만, 이날 달이 밤 9시 2분에 뜨기 때문에 9시 30분 해왕성이 달 뒤에서 나오는 모습만 관측할 수 있다. 올 10월 또 한 번 해왕성의 엄폐현상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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