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은 두얼굴을 가진다. 끔찍한 재앙인가, 엄청난 자원인가는 전적으로 인류의 노력에 달렸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핵폭탄을 능가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소행성들을 다 모아 가치를 따져 지구상의 사람들에게 각각 나눠주면 한사람당 1백20조원씩이 돌아간다는데….
1994년 7월 슈메이커-레비 9 혜성이 20여개 조각으로 나뉘어 목성에 충돌했던 장관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전세계인들에게 실제로 소행성이나 혜성이 행성에 충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시켜주었다. 더불어 우리 지구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게 했다. 이후에도 1998년 여름에 개봉된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이라는 영화로 인해 사람들 마음 속에 더욱 소행성이나 혜성에 대한 공포를 가중시켜 세기말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과연 지구에도 이런 충돌이 실제로 있었을까. 과거 충돌의 흔적과 20세기 충돌사건을 만나보자. 나아가 영국 의회가 구성한 지구접근천체 특별조사팀이 2000년 9월 18일자로 발표한 보고서를 기초해, 소행성의 충돌가능성과 충돌시 예상되는 피해정도, 그에 따른 대책 등을 알아보자.
소행성은 지구에 큰 재앙을 가져올 공포의 대상일 뿐인가. 그렇지 않다. 소행성에는 또다른 얼굴이 있다. 미래에 소행성은 자원으로서 개발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이를 위한 앞으로의 탐사가 계획중이다.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대폭발
지구에는 탄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천체가 충돌해 왔다. 대부분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타버리고, 타고 남은 경우 운석으로 떨어져 흔적을 만들었다. 이 경우에도 지각변동, 풍화작용, 기후변화 등에 의해 많은 충돌흔적이 사라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유명한 미국 애리조나의 배링거 운석공을 비롯해 현재 전세계적으로 1백여 군데 이상에서 충돌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만약 지구에 대기와 물, 화산활동 등이 없었다면, 지구도 달과 수성처럼 운석공 천지였을 것이다.
특히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는 지름 1백80-3백km 정도의 충돌흔적이 있는데, 흔적의 규모로 보아 이 운석공은 지름이 약 10km인 엄청난 소행성이 충돌해서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정도 크기의 물체가 지구에 충돌했다면 지구상의 생명체 모두가 사라질만한 전지구적인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운석공이 공룡이 사라진 시점인 약 6천5백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것은 공룡멸망의 원인이 운석에 의한 충돌 때문이라는 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20세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대규모의 충돌로는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서 발생했던 대폭발사건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다름아닌 지름 60m 정도의 물체가 지구대기에 진입하면서 공중에서 폭발된 사건이었다. 이 폭발로 생긴 충격파 때문에 반경 20km 내의 나무들이 쓰러지고 타버렸으며 순록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죽었지만, 사람이 살기 힘든 불모지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 폭발력은 10-20Mt(1Mt=1백만t)급 폭탄과 맞먹는 위력이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은 15kt급이며, 인간이 만든 가장 강력한 수소폭탄이 약 10Mt급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지금까지는 더이상 이런 정도로 위력적인 충돌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20년 동안만 해도 지름 2m에서 39m까지 다양한 크기의 물체가 매년 2-3회 지상과 바다에 떨어진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 집과 자동차를 부순 경우도 있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름 1백m짜리 3천년에 한번 충돌
이처럼 지구에는 매년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인간과 지구에 대규모 피해를 줄 수 있는 천체가 다가올 수 있다. 소행성의 경우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주 소행성대에 머물고 있지만, 주변 행성의 중력이나 소행성들 간의 충돌에 의해 그 궤도가 변해 지구로 향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지구로 근접하는 소행성들을 지구접근소행성(NEA)이라 한다.
지상망원경으로 NEA를 직접 관측하고 달과 수성 표면의 운석공 수와 크기 등을 고려해서 추정한 바에 따르면, NEA의 개수는 지름 1km 이상 되는 것들은 5백-1천5백여개, 지름 1백m 이상인 것들은 3만-30만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궤도가 알려진 NEA들은 약 8백여개 정도뿐이다. 아직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NEA가 훨씬 많은 것이다. 이처럼 지구는 수많은 NEA에 둘러싸여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NEA 중에서도 특히 지구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을 따로 분류해 PHA(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라 하고, 주의 깊게 감시하고 있다. 현재 3백여개의 PHA가 알려져 있으며, 지속적인 관측을 통해 그 궤도들이 수정되고 있어 그 개수는 유동적이다.
그렇다면 소행성이 실제로 지구에 충돌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이 소행성의 크기별로 과거 충돌사건 간의 시간간격을 조사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름이 1백m인 소행성의 충돌은 3천년만에 한번, 지름이 1km인 경우는 20만년에 한번꼴로 일어난다. 또한 현재까지 관측결과를 종합하면 향후 50년 내에는 지구에 위협을 주는 천체는 없을 것이라 한다.
최근 몇차례 소행성의 충돌가능성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됐으나,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소행성과 같은 작은 천체들은 언제든지 궤도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충분한 관측과 신중한 계산을 통해 NEO의 궤도를 예측해야 한다.
75m 크기면 도시 하나 파괴
실제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경우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지구에 충돌하는 소행성의 영향은 충돌하는 소행성의 크기나 재질, 그리고 소행성이 충돌하는 위치가 육지냐 바다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표).
예를 들어 1천년에 한번 정도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크기가 75m 정도인 소행성이 충돌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석질(石質) 소행성이라면 시베리아 퉁구스카의 사건처럼 대기 중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이보다 단단한 철질 소행성이라면 워싱턴, 런던 정도의 도시를 파괴하면서 미국 애리조나주의 배린저 운석공과 같은 커다란 충돌흔적을 남기게 된다. 물론 충돌하는 소행성의 크기가 이보다 더 커지면 지구에 미치는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소행성 충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현상들은 다음과 같다. 폭발에 의한 폭풍, 충돌 충격으로인해 연속적으로 바다에 파동이 전해져 해일이 발생하는 츠나미 현상, 폭발로 퍼져나간 입자들이 지구 전역의 상층대기와 충돌해 수십분간 엄청난 열복사선을 지표에 내리쬐는 현상, 충돌로 발생한 화재에서 생긴 연기와 먼지가 온지구를 덮어 장기적으로 지구를 냉각시키는 핵겨울 현상, 폭발시 발생하는 전자기파가 전자기장을 교란시켜 전력과 통신이 두절되는 현상 등이다. 마치 거대한 핵폭탄이 폭발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우주의 핵폭탄을 연상시키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는 소행성 충돌에 대한 대책은 무엇일까. 소행성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리 지구에 위협이 될 만한 소행성들을 모두 찾아내고 그들을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도 위협에 대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만큼 미리 알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NEO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충돌할 경우 인간과 지구생명체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 지름 1km 이상의 천체들을 찾아내 24시간 감시하는 작업을 실행중이거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천문연구원과 연세대, 공군과 경희대에서 NEO 탐사와 추적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영국의 NEO 특별조사팀도 보고서를 통해 소행성탐사를 위해 남반구에 3m급 망원경을 설치하자는 제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런 탐사를 통해 소행성이 실제로 지구에 충돌할 것이 확실하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의 대책은 과연 무엇일까. 제일 많이 거론되고 있는 방법은 적절한 시기에 미리 대상천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문제의 소행성을 작은 조각들로 쪼개 피해를 경감시키거나 궤도를 빗겨나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은 영화 속에서 등장한 해결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때 쪼개진 조각들의 크기가 75m보다 큰 경우 지구와 다시 충돌을 일으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물론 적절한 위치에서 파괴시키면 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소행성을 파괴시킬 구체적인 방법이다.
지구보다 철과 니켈 풍부
과연 소행성은 지구에 커다란 피해를 가져올 위험만을 지니고 있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핵폭탄의 원리가 선하게 이용되면 원자력발전과 같이 인류에게 이로움을 가져다주듯이 소행성은 인류와 지구에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적인 존재만은 아니다.
21세기에는 본격적으로 태양계 내의 탐사와 거주지 건설이 시작된다. 우주천체에 건축물을 건설하거나 우주선의 연료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들을 지구에서 가져가기보다는 달이나 행성뿐만 아니라 소행성이나 혜성 등에서 직접 구해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일 때가 올 것이다.
소행성에는 건축물을 세우는데 필요한 광물질들이 풍부하다. 소행성은 화학조성과 표면반사도에 따라 3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C형은 지금까지 알려진 소행성의 75%가 속해있는 그룹이다. 반사도가 0.03(반사도가 1인 경우 들어온 빛의 100%를 반사하고 0인 경우 모두 흡수한다) 정도로 매우 어둡고 탄소질의 콘드라이트 운석과 유사한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S형은 소행성의 17%를 차지한다. 반사도가 0.1-0.22 정도로 비교적 밝은 편이며 니켈, 마그네슘, 규산염, 철 등이 혼합돼 있다. 마지막으로 M형 소행성은 반사도 0.1-0.18 정도이고 니켈과 철이 거의 없다.
또한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진 운석의 성분을 보면 좀더 구체적인 성분을 추측해볼 수 있다. 이들은 크게 철질 운석과 석질 운석의 2가지로 나뉜다. 철질 운석의 경우는 철 91%, 니켈 8.5% 코발트 0.6%로 구성돼 있고, 석질 운석의 경우 산소 36%, 철 26%, 실리콘 18%, 마그네슘 14%, 알루미늄 1.5%, 니켈 1.4%, 칼슘 1.3%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구 표면에는 산소 49%, 실리콘 26%, 알루미늄 7.5%, 철 4.7%, 칼슘 3.4%, 나트륨 2.6%, 칼륨 2.4%, 마그네슘 1.9% 등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소행성에는 철이나 니켈 같은 금속이 지구보다 풍부하다고 볼 수 있다.
놀랍게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주소행성대의 광물질을 모두 합하면 지구상의 1인당 1백20조원이 돌아갈 수 있을 만큼의 재산가치를 가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로 어마어마한 자원가치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기업체들 중에는 우주에서의 채굴작업을 계획하기도 하고, 소행성을 탐사해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야말로 소행성은 우주의 풍부한 천연자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경제성 면에서 이득이 없다. 그러나 여러 탐사선들이 태양계 내 천체들을 탐사해 정확한 성분조사를 하고, 유용한 성분들을 추출하고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새 우주정거장이 완성돼 본격적으로 지구 밖을 드나들 수 있게 되면, 상업적인 우주자원활용사업이 가시화될 것이다.
표면물질 채취해 지구로 가져올 계획
소행성에 대한 자세한 정보수집과 자원활용가능성 등을 조사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소행성 탐사선을 이미 보냈거나 앞으로 발사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 NASA가 1998년 10월 발사한 탐사선 ‘딥 스페이스 1’은 1999년 7월 29일 지구접근소행성 ‘브레일레’에 26km까지 접근했다. 1996년 2월 17일 발사된 ‘니어-슈메이커’ 탐사선은 2000년 2월 14일 소행성 ‘에로스’에 접근한 후 소행성 주위를 돌면서 계속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니어-슈메이커 탐사선의 최신 관측결과는 과학동아 2000년 10월호를 참조).
이미 발사된 소행성탐사선들은 소행성에 가까이 접근하거나 선회하면서 탐사하고 있으나, 앞으로 발사될 탐사선들은 소행성 표면에 착륙하거나 소행성의 구성물질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런 목적으로 발사 예정인 소행성 탐사선들로는 미국의 ‘닙’과 일본의 ‘뮤지즈-C’가 있다.
미국의 스페이스데브사는 상업적인 소행성탐사선 닙(NEAP)을 제작해 탐사선 자체를 판매하기도 하고, 탐사한 소행성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탐사선은 2001년 4월 3일 발사해 2002년 5월에 소행성 네레우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두개의 장비를 소행성 표면에 떨어뜨리고 탐사선 자체도 2002년 7월에 소행성에 착륙할 예정이다.
일본의 뮤지즈-C 탐사선은 소행성의 표면물질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려는 야심찬 목적을 띠고 2002년 11월 또는 12월중에 발사될 예정이다. 2005년 소행성 1998 SF36에 도착해 약 20km 상공을 선회하며 탐사한 후 소행성 표면에 착륙할 예정이다. 표면물질을 수집한 후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데, 2007년 6월경 지구에서 3만-4만km 떨어진 곳에서 샘플을 담은 캡슐만을 분리해 지구 대기로 진입시켜 회수할 예정이다.
유럽우주기구에서는 위르타넨 혜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2003년 1월 21일에 발사할 로제타 탐사선도 목표혜성으로 가는 도중 소행성 오타와라와 시와를 지나가며 탐사할 예정이다.
인간이 소행성의 위협을 예측하고 이를 대비해 막을 수 있게 되면, 소행성은 더 이상 공포와 재앙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를 위한 자원의 보고가 될 수 있다. 물론 지구에서와 같은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의 오류를 우주에 진출해서도 되풀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우주는 인간만의, 인간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가 스스로 자멸한다거나, 우주로부터의 충돌에 의해 멸망한다거나, 아니면 무한한 우주와 공존하며 계속 발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이제 인간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