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흙에서 깨어나는 매직피쉬

열대어 노소브란치우스의 생존전략


‘노소브란치우스’(Nothobranchius)란?
 

난생송사리(킬리피시) 종류 중 하나로 탄자니아, 케냐 등 주로 동아프리카 초원 지대의 웅덩이나 개울에서 산다. 이 지역은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사바나’기후대에 속한다.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우기가 지나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가 다섯 달 까이 이어진다. 노소브란치우스는 우기 때 물 밑바닥 흙 속에 알을 낳는다. 그 알은 건기 내내 바싹 말라버린 흙 안에서 몇 달을 견딘다. 그리고 다시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리고 열대어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비로소 부화하기 시작한다. 이 같은 생존방식은 사바나 기후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대(代)를 이으며 살아남은 그들만의 지혜인 셈이다.

 

마술가의 굴욕

꿈틀꿈틀 거리던 손수건을 휙 던진다. 짠~!

마술가 M씨의 손에서 흰 비둘기가 푸득푸득 날아오른다. 늘 그렇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관객을 바라보는 M씨.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박수가 나오기는커녕 관객들은 웅성웅성 거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은 성난 표정을 짓고 있다. 마술을 구경하던 개그콘서트의 ‘닥터피쉬’가 소리쳤다.

“10년 전 마술이잖아요! 새로운 거 없나 이사람아!”

그 뒤 며칠이 지났다. M씨는 새로운 마술을 선보이기 위해 다시 관객 앞에 섰다.

“지난 번 공연 때는 놀라셨죠? 이번에는 비둘기 마술이 아니라 열대어 마술을 보여드리죠. 여기 와인잔 안에 평범한 흙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을 부어보죠.”

흙과 물이 들어 있는 와인잔을 양 손에 쥐고 한참 동안 주문을 외던 M씨. 그리고 직접 ‘짜잔’ 소리를 내며 관객들 사이를 걸어가면서 말한다.

“자, 보이십니까? 흙에다 물만 부었을 뿐인데, 어느새 이렇게 아기열대어들이 태어났습니다. 빠르게 헤엄치는 조그마한 물고기들이 보이시나요?”

여기저기서 신기하다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관객들이 막 박수를 치려는 순간 한 중년신사가 점잖게 찬물을 끼얹는다.

“애초 흙 속에 물고기 알이 들어있던 것 아닙니까? 그 물고기는 물만 부어주면 알에서 부화하는 ‘노소브란치우스’라는 열대어 아니오?”

‘노소브란치우스’(Nothobranchius)란?

난생송사리(킬리피시) 종류 중 하나로 탄자니아, 케냐 등 주로 동아프리카 초원 지대의 웅덩이나 개울에서 산다. 이 지역은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사바나’ 기후대에 속한다.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우기가 지나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가 다섯 달 가까이 이어진다. 노소브란치우스는 우기 때 물 밑바닥 흙 속에 알을 낳는다. 그 알은 건기 내내 바싹 말라버린 흙 안에서 몇 달을 견딘다. 그리고 다시 우기로 접어들어 비가 내리고 열대어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비로소 부화하기 시작한다. 이 같은 생존방식은 사바나 기후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대(代)를 이으며 살아남은 그들만의 지혜인 셈이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 ‘그린 노마드’(Green Nomad)족, ‘오피스 코쿤’(Office Cocoon)족으로 불리는 부류가 있다. 그린 노마드족은 산과 바다를 직접 찾아가지 않고 대신 집이나 사무실에서 자연을 느끼려는 사람을 말한다. 오피스 코쿤족은 사무실 책상을 마치 자기 방처럼 편안한 공간으로 꾸미는 직장인을 뜻한다.

자칭 그린 노마드족이자, 오피스 코쿤족인 직장인 이 모씨(29, 경기 시흥시)는 최근 사무실에서 열대어를 키우기 시작했다. 날씨가 더워지자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아쿠아’(Aqua) 콘셉트로 책상 분위기를 바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씨가 큰 어항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근무시간에 한가하게 물고기 밥이나 주며 소일하는 건 아니다. 그가 구입한 ‘매직피쉬’라는 제품은 아주 작은 어항이나 유리컵에서도 열대어를 키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하루 두 번 먹이를 주고 보름마다 물을 갈아주는 것 말고는 딱히 손이 가는 일이 없다.

매직피쉬는 열대어 ‘노소브란치우스’의 생태 습성을 이용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조그마한 어항이나 유리컵에 ‘양식토’라는 흙을 넣고 물을 부어주면, 약 한 시간 뒤 올챙이처럼 생긴 아기열대어들이 하나씩 태어난다.

물은 수돗물보다 생수가 좋고, 수온은 25℃ 내외가 적당하다. 먹이는 ‘풍년새우’인데,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부화시킨다. 우선 제품에 들어있는 새우알을 굵은 소금과 함께 컵에 넣고, 물을 부어준다. 소금을 넣는 건 새우가 사는 바닷물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루 남짓 지나면 아주 조그마한 새우가 하나씩 태어나기 시작한다. 스포이드를 이용해 새우를 꺼내서 어항에 풀어주면 된다.

매직피쉬는 보통 두 달이 지나면 몸길이가 2cm가량 성장하고, 이때쯤 수컷의 비늘은 예쁘게 색깔을 드러낸다. 먹이를 자주 줄수록 빨리 자라고, 최대 5cm까지 자란다.
 

매직피쉬를 키우는 오피스 코쿤족의 책상. 보통 두 달이 지나면 몸길이 2cm가량의 예쁜 열대어가 된다.
 

200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서영표 기자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수산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