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똑딱이’(콤팩트 카메라)가 편하지. 하지만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을 찍은 사진을 보면 욕심이 생긴단 말이야. 멋진 천체사진을 찍으려면 DSLR 카메라가 필수라던데….”
천체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얘기다. 천체처럼 특별한 대상을 찍으려면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Digital Single Lens Reflex) 카메라가 필수다. 콤팩트 카메라는 초점이나 노출시간까지 자동으로 찾아주지만 표현력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큰맘 먹고 DSLR 카메라를 샀더라도 이것저것 알아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 천체사진은 커녕 장롱 안에 묵혀 두는 경우가 많다. DSLR 카메라가 콤팩트 카메라에 비해 표현력이 넓은 가장 큰 이유는 렌즈를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 천체사진을 찍을 때는 어떤 렌즈를 써야 할까? 천체사진용 렌즈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떤 천체를 어떤 느낌으로 찍을지에 따라 렌즈의 제원을 정확히 이해하고 선택해야 한다.
초점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밤하늘
렌즈를 고를 때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F/2.8, f=50mm 같은 제원이다. 먼저 F/2.8이나 F/4 같은 표시는 렌즈의 최대개방조리개 값이다. 조리개란 카메라 렌즈 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일종의 마개인데, 수치가 작을수록 빛을 많이 모아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f=35mm나 f=50mm 같은 표시는 렌즈의 초점거리다. 초점거리란 렌즈의 상이 또렷하게 맺힐 때 렌즈와 상 사이의 거리로 카메라에서는 카메라 렌즈에서 ‘촬상면’(필름 또는 센서)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렌즈의 초점거리에 따라 사진에 담을 수 있는 화각의 크기나 원근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렌즈를 선택할 때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초점거리가 짧으면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화각이 넓어지고 원근감이 과장돼 보인다. 반대로 초점거리가 길면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는 화각이 좁아져 망원효과가 난다.
사람의 눈과 화각이나 원근감이 가장 비슷한 렌즈의 초점거리는 약 50mm다. 그래서 50mm 초점거리 렌즈를 표준렌즈라고 한다. 이보다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를 광각렌즈, 긴 렌즈를 망원렌즈라 부른다.
또 초점거리가 35mm, 50mm, 105mm처럼 정해져 있다면 ‘단초점렌즈’라고 부르고, 17~40 mm, 70~200mm처럼 초점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렌즈를 ‘줌렌즈’라고 부른다. 줌렌즈가 있다면 하나의 렌즈로 광각에서 망원까지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만큼 화질이 떨어진다. 따라서 목적에 따라 최소한 2~3개의 렌즈를 갖추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떤 대상을 어떤 느낌으로 찍을지에 따라 다양한 초점거리의 렌즈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지상풍경과 어우러진 밤하늘 사진을 찍는 데는 넓은 범위를 담을 수 있는 광각렌즈가 제격이다. 즉 여름밤 낚시터에서 호수면에 반사된 나무숲과 밤하늘의 은하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면 초점거리 18mm 렌즈가 적당하다는 얘기다.
오리온자리나 카시오페아자리, 백조자리 같은 별자리를 한 폭의 사진에 담으려면 초점거리 35mm 또는 50mm의 렌즈를, 또 성운이나 성단, 행성이나 달의 표면처럼 작은 천체를 찍으려면 초점거리가 최소한 105mm 이상인 망원렌즈를 사용해야 한다.
광각렌즈와 망원렌즈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망원렌즈는 크기가 작고 어두워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성운이나 은하 같은 아름다운 천체를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속도에 맞춰 천체를 추적하는 장치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밤하늘의 넓은 범위를 담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광각렌즈는 밤하늘 전체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어두운 별이나 성운은 사진에 잘 나타나지 않고, 구면의 천구를 평면의 사진에 담다 보니 사진 주변부의 왜곡이 심한 게 단점이다.
별이 꽉 찬 밤하늘 사진의 비밀
광각렌즈와 망원렌즈의 장점만 모은 사진을 찍을 수는 없을까. 별자리 전체를 한 장의 사진에 담으면서도 마치 망원렌즈로 찍은 것처럼 어두운 별이나 성운, 성단이 빽빽이 들어찬 천체사진 말이다.
해답은 망원렌즈로 찍은 사진을 여러 장 이어 붙이는 ‘광시야 모자이크 사진’에 있다. 200mm 망원렌즈로 카시오페아 자리를 28부분(가로 4줄, 세로 7줄)으로 나눠 찍은 뒤 모자이크 합성사진을 만들어보자.
사진 크기는 35mm 렌즈로 찍은 한 장의 사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왜곡도 적고 별들이 빼곡이 들어찬 사진이 탄생한다. 필름 카메라로는 꿈도 못 꿀 일이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면 모자이크 사진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먼저 성도(별자리 지도)를 보면서 카메라 뷰파인더로 보이는 화각을 계산해 구도를 잡은 뒤 각 사진들이 적당히 중첩되도록 격자틀을 그린다.
그 다음 *적도의 위에 카메라를 올려서 고정하고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성도에 그려놓은 격자틀의 화각을 잡아 촬영 준비를 마친다.
조리개는 2.0으로 최대한 개방하고 감도(ISO)는 1600 정도로 가장 민감하게 설정해야 어두운 천체가 많이 찍힌다. 노출 시간은 3분 정도가 적당하다. 그리고 성도에 그려 놓은 격자와 화각을 맞추는 데 주의하면서 28번째 사진까지 모두 찍는다. ‘밤작업’이 끝나면 이제 컴퓨터를 이용해 사진을 이어 붙이는 모자이크 작업이 남는다. 포토샵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편하다. 먼저 각 사진의 크기를 반으로 줄인다. 그리고 6000 X 7000 픽셀의 새 파일을 만들어 사진을 한 장씩 이어 붙인다.
사진을 붙일 때는 중앙부에 해당하는 사진부터 차례로 붙여야 나중에 사진의 전체적인 구도가 잘 잡힌다. 특히 인접 이미지와 겹치는 부분을 맞출 때 주의해야 하는데, ‘회전하기’(Distort) 명령을 이용해 정교하게 붙여야 한다. 사진을 모두 합쳤으면 ‘레이어 하나로 합치기’(Flatten Image)명령으로 하나의 사진을 만든다.
보통 사진을 찍는 데만 2~3시간이 걸리고 사진을 모자이크로 붙이는 데도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렇게 공이 들어간 사진은 보통 천체 사진이 보여주지 못하는 또 다른 밤하늘의 매력을 보여준다.
이달의 천문현상
6월 8일 초승달, 화성, 토성의 사자자리 회동
6월 8일 밤 서쪽하늘 사자자리에 초승달과 화성, 토성이 한 줄로 늘어서는 장관이 펼쳐진다. 낮이 부쩍 길어져 해가 지는 시각은 저녁 7시 52분이다.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얇은 눈썹 모양의 초승달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위로 밝기 0.9등급의 토성이 빛난다. 여기에 붉은색을 띠는 밝기 1.1등급 화성과 이 회동을 ‘주선’한 사자자리의 1등성 레굴루스까지 모습을 드러내면 ‘출석’이 끝난다.
안타깝게도 이 모습은 오래 볼 수 없다. 밤 10시쯤 되면 화성부터 하나둘씩 서쪽 지평선 아래로 넘어가 그들만의 ‘2차 모임’(?)을 갖는다.
6월 20일 달과 목성 함께 떠올라
초저녁 서쪽 하늘을 토성과 화성이 장식한다면 동쪽 하늘은 목성이 -2.7 등급의 밝기를 자랑한다. 6월 20일 밤 9시 20분쯤 보름을 갓 넘긴 월령 17일인 달이 목성과 함께 동쪽하늘에서 떠올라 아침 6시 50분까지 함께 이동한다.
달과 목성 사이의 겉보기 각은 약 4°로 매우 가깝다.
적도의*
천구의 북극을 축으로 회전하며 천체를 추적하는 장치.
독자사진